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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2)사회적기업 (주)이장 (경향신문090226)

by 마리산인1324 2009. 9. 21.

 

<경향신문> 2009-02-26 17:45: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261745005&code=210000&s_code=af079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2)사회적기업 (주)이장

 

 

신지혜 | 이화여대 3년

 

ㆍ생태 보존·공동체 복원…‘자급자족의 마을’로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 ‘산너울’ 마을. 34가구가 거주하는 ‘1호 생태공동체마을’이다. 오는 3월14일에 마을 준공잔치를 열 계획인 이 마을은 생태형 전원주택 단지로 구성돼 있다. 서울근교에 흔한 전원주택 또는 전원주택 단지와 다른 것은 환경을 고려해 생태형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과 빗물 재활용 등 자연에 부담을 덜 주도록 배려했다. 물론 사는 사람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국내 1호 생태공동체마을 '산너울' 건축현장을 찾은 사회적기업 선정위원회 관계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태인 함께일하는재단 지역네트워크 팀장, 안치용 ERISS소장, 신지혜 이화여대 학생, 한찬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본부장, 임경수 이장 대표이사, 최상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김세구기자


더욱 본질적인 차이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인근 고급 전원주택들이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인근 전원주택은 차단 수준을 넘어 기존 지역민 마을을 배척하는 형태로 건축되고 생활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 도시 삶의 연장이며, 더 큰 고립을 불러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산너울에서는 마을을 디자인할 때 공동체 복원을 중요한 목적으로 설정했다. 이 마을을 만든 기업의 이름은 ‘이장’이다. 마을 공동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장의 역할을 사업과정에서 되살리겠다는 기업철학이 담겨 있다.


■더불어 사는 마을=이장은 서천군과 협력해 이 마을을 구상할 때 공동사용주택 개념을 도입했다. 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있는 통로, 엘리베이터 같은 공유면적과는 다르다. 입주민들이 교류하는 공동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입주민들은 집을 살 때 6.6㎡(2평) 값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 돈으로 공동 소유· 공동 사용의 건물 2동을 지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방,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와인바, 홈시어터 시설 등 편의시설을 위한 건물이다.


이장은 3년 전 산너울 마을 건립사업 기획단계부터 주민, 공무원 등과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과거 생태마을을 표방한 농촌마을 가운데는 무작정 집만 지어, 완공 이후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방치되는 곳이 많았다. 이장은 생태마을이란 하드웨어뿐 아니라, 마을이 활력 넘치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동체란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한 것이다.


착공 전에 미리 분양을 받아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이들을 마을주민으로 묶어낼 수 있는 틀을 만들어갔다. 현재 입주 가능한 34채 가운데 한 채만 빼고 모두 분양됐다. 인근지역인 전주와 익산에서 2~3가구가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입주민들은 모두 서울에서 내려와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다.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마을에서는 매월 ‘달모임’이 열린다. 달모임에서는 친목도모뿐 아니라 은퇴자들을 위한 직업정보, 지역사회 적응교육 등이 시행된다. 출석률은 매우 높다. 3년 동안 43회의 달모임이 열렸으며 이장은 이 모임에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공동체 문화가 조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장 서천 지역사업본부는 산너울 마을에 입주해 있다. 어떤 건설업자가 지은 집인지도 모르며 살게 되는 일반 전원주택 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장 직원들은 읍내 식당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다코야키(일본식 문어빵) 장사를 하는 입주민을 걱정하는 등 영락없는 산너울 마을의 일원이다.


■생태적 가치와 공동체 생활의 기업화=생태계 보존과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자는 것이 이장의 기업정신이다. 이장 임경수 대표(환경학 박사)는 “파마컬처 개념을 응용해 마을을 조성했고, 주민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파마컬처란 1974년 호주의 빌 모리슨이 제안한 것으로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단어와 문화(culture)를 접합한 용어다. 파마컬처는 일상생활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론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산너울 마을에서 우수저장시설을 설치해 빗물을 재활용해 자원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동 경작지와 공동 생활구역을 만들고 집과 텃밭, 공동시설이 조화롭게 연관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파마컬처에 포함된다.


산너울 마을이 서천군에 자리잡은 데는 사연이 있다. 89년 정부는 금강하구둑을 쌓아 개펄을 매립하기로 하고 서천을 산업단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새만금에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면적의 개펄이 매립되면서 금강하구둑 계획은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18년 동안 표류했다. 그 사이 서천은 주변지역에 비해 발전이 뒤떨어지게 된다.


서천군은 낙후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 끝에 개발 대신 생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 ‘어메니티’라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어메니티 전략의 성패는 전문가와 지역주민, 공무원이 합심해 진정한 생태도시를 추진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농촌의 생태적 개발사업 및 발전전략과 관련한 컨설팅으로 경험을 쌓은 이장이 판교면 등고리에서 서천군과 함께 일하게 된 배경이다.


이장은 특히 은퇴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 대표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은퇴자의 창업 성공률은 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장은 도시인이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도시의 자영업시장에서 경쟁을 벌이지 말고 농촌으로 많이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시민이 시골에 온다고 해서 모두 농사를 짓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지을 수도 없다. 도시에서 제각기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그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이장의 사업영역이다. 지역에서 대부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지역내부의 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산너울 마을은 그 첫걸음이다.


현재는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도시형 생태도시 개발이나 컨설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현재의 재개발 방식과 다르게 도시의 노후 주거지를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도시에서도 커뮤니티 활성화와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관철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싱글맘을 위한 주택단지나 사회적 임대주택인 셰어링 하우스 등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안치용ㅣERISS소장> <신지혜 | 이화여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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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독립채산제로 ‘경쟁·협력’ 구조
 
 

최상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ㆍ‘이장’ 기업 분석

일반적인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일자리형, 자활사업형 또는 장애인 작업장형의 사업적 배경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전략적 사고 및 사업전략 수립이나, 마케팅 역량 등의 해결과제를 안게 된다. 그러나 ‘이장’은 이러한 문제를 분권화한 조직, 즉 총 5개의 부서와 1개의 운영지원팀을, 부서별로 인사와 재무권한이 이양된 독립채산제 운영으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운영지원팀을 중심으로 지역별·사업분야별로 별도의 부서가 상호협력 및 경쟁할 수 있는 조직구조로 운영된다.


구체적으로는 운영지원팀이 회사 전체의 업무방향과 신규사업을 제안하는 역할, 각 부서의 가치정립과 업무충실도를 지원하는 역할, 영업 및 홍보, 회계 및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각 부서로부터 수익의 20% 정도(프로젝트의 기여도에 따라 비율은 합의에 의해 조정)를 지원받아 운영된다. 각 부서는 인사권과 재정권을 부여받아 독립적으로 부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한 운영지원팀의 지원과 타 부서로부터 업무협력을 받는 구조여서 부서간 경쟁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장은 기존의 생태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장가꾸기, 관광개발, 지역활성화 컨설팅 및 교육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푸른새미사업(농어촌 귀촌 전원마을사업)과 도심재생 프로젝트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공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성장을 통한 자립의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존의 전원마을 조성과 분양이라는 부동산개발업에 환경친화(태양광 등 대체에너지활용 주거단지, 생태하수처리장, 우수활용시설 조성 등), 문화(주거공간내 주민 공동시설·공동텃밭 조성, 파머컬처 교육 등),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지역 내 일자리 만들기 컨설팅, 로컬푸드 구축 등)를 조화시켜 새로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상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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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도심재생’ 사업도 꿈꿔
 
 

이은애 |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ㆍ‘이장’ 기업 목표

지역 내 선순환적인 대안 경제 모델을 고민하는 사회적 기업가라면 한 번쯤은 ‘이장’의 생태주의 지역개발론 강의를 들어봤을 것이다. 생태계가 갖고 있는 다양성과 생명력(지속가능성), 공동체성의 원리가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일치하는 걸 발견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정과 인증제도의 시행은 시민·사회계의 대안적인 고용과 노동 모델에 대해 정부가 파트너십을 갖고 장려한다는 측면에서 환영받았다. 그러나 사회 서비스에 대한 편협한 해석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사업의 편중문제, 사회적 기업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가치, 행동양식이 정부가 정한 틀 내에서 왜곡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때에 ‘이장’이 사회적 기업 인증을 신청하고 획득한 것은 꽤 큰 도전이자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었다. ‘농촌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민 참여형 지역개발 컨설팅 전문업체’라는 신선하고 탄탄한 조직이 사회적 기업계에 등장한 것이었다. 사회 서비스의 범주 확대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소셜벤처의 개념을 동시에 제기하고, 대번에 제도운영의 융통성을 견인한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 이장은 새로운 꿈을 기획하려 한다. 바로 도심재생 모델 사업이다. 현재의 재개발 사업방식과 달리 만약 지역주민, 지자체, 공익적 개발업체가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해 주민들의 생활의 질 향상을 핵심원칙으로 지역개발을 추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친환경 에너지 자원과 에너지 절감식 주거시설 건축으로 지역 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지고, 지역의 역사를 담은 건물과 거리가 보존되고 도심 숲과 학교 텃밭이 충분한 마을. 아이들의 고무줄 뛰기 노랫소리로 시끄러운 도심 속 공동체를 기획하고, 꿈을 컨설팅하는 사회적 기업 이장. 청년실업 100만 시대, 청년들이 이상을 잃지 않고 ‘이장’과 같은 사회적 기업에 도전해 봄직하다.

<이은애 |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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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사회적기업가 자부심 내인생 가장 큰 소득”
 
 

신지혜 | 이화여대 3년 

 
 
ㆍ임경수 ‘이장’ 대표

‘이장’의 임경수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라는 자각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친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등굣길이 모두 포장도로였다. 그 가운데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 있었는데 포장도로에 비해 아주 돌아가는 길이었는데도 일부러 그 흙길로 등교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원에서 환경오염을 공부했는데, 세상에 오염이 존재해야 내 학문이 쓸모있다는 모순적 현실에 직면했다. 결국 유기농학으로 전과했다. 석사는 1990년, 박사학위는 98년(서울대)에 받았다.”

-회사이름이 독특한데.

“대학원을 다닐 때 현장조사를 나간 곳에서 ‘왜 유기농을 공부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답이 마땅하지 않아 ‘장래희망이 마을 이장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장’이라는 회사명은 여기서 딴 것이다.”

-다양한 실패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여러 사업을 해봤다. 서울대 뒤편에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도시락 가게를 운영했다. 사업 수완이 없고 돈도 달려 금방 문을 닫았다. 이후 3~4년 동안 유통매장 ‘초록바람’ 등 두세 가지 사업을 더 했지만 1년도 못 가 폐업했다. 사업을 배우고, 또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어려움은.

“그동안 외로웠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에 동의해주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직원복지 제도나 농촌 지향과 같은 목적을 보고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과연 옳은 길인가, 뒤늦게 후회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다.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후에 많은 것이 변했다. 사회적 기업가들을 많이 만나며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적 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 스스로가 사회적 기업가라는 걸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어떤 사회적 기업가가 되고 싶은가.

“ ‘생태’ ‘공동체’라는 기본가치를 그대로 추구할 것이다. 회사에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학교를 세우고 싶다. 사회적 기업 활동가부터 지역공동체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학교의 학생이 될 것이다. 현재 농촌에는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전파하고 지역순환경제를 이끌 역량있는 사람이 부족하다. 내가 꿈꾸는 학교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마을에 제대로 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다. 또한 이 학교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존재할 것이다. 한 마을에 학교와 주거지, 공동생활공간이 공존하는 형태를 추구한다. 우리가 사업의 기본 원리로 삼는 생태공동체, 파마컬처를 도입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신지혜 | 이화여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