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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4대강 예산 공기업 빚더미로 내몬다 (위클리경향 제842호)

by 마리산인1324 2009. 9. 15.

 

<위클리경향> 842호(2009 09/15)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0909101410441

 

 

[특집]4대강 예산 공기업 빚더미로 내몬다

  
ㆍ수자원공사에 8조원 떠넘기기… 재정부담으로 공기업 부실화 우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6월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종 확정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가 핵심적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수자원공사가 8조원 규모를 부담토록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4대강 살리기’ 예산 가운데 댐·보·저수지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절반이 넘는 8조원을 수자원공사 자체 사업비로 처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의 재정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겨 공기업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에 이어 4대강 사업의 재정 부담을 떠안을 경우 감당이 불가능한 빚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사업 재정 부담 공기업에 전가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소속 국회 예결위원 대상 비공개 당·정 간담회에서 “2012년까지 투입키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비 22조2000억원 가운데 SOC 예산인 15조4000억원의 절반 정도인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부담토록 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재정부는 간담회에서 4대강 예산의 일반 SOC 예산 잠식 우려에 대해 “ 4대강 살리기사업 때문에 지역 SOC 예산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수자원공사가 이들 4대강 SOC 사업에 3조원을 투입토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다면 경인운하 건설사업 때처럼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회사채 발행액은 수자원공사의 부채로 남게 된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388억원, 부채비율이 19.6%로 주요 공기업 가운데 최우량기업에 속한다. 국토해양부가 수자원공사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재정부는 간담회에서 수자원공사가 이처럼 4대강 사업의 상당 부분을 떠맡는 데 따른 사업비 보전 방안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하천정비 이후 수변 지역의 개발 이익, 골재 채취 이익 등을 감안해 수익성이 날 만한 공사를 수자원공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자원공사의 재무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원가 대비 83%로 공급하고 있는 광역상수도 요금을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Weekly경향’이 단독 입수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참고자료’. 4대강 예산 관련 수자원공사의 선투자 시행 검토와 공기업 투자 비중 확대 신중론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의 뚜렷한 원가 회수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규모가 8조원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개발이익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은 12월께 이사회에서 결정된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해양위 김성순 의원(민주당, 송파병)은 “수자원공사는 국민을 위해 안정적인 물 공급 및 관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짊어져야 할 4대강 사업의 무거운 짐을 힘없는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는 상식 밖의 부당한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아직 수자원공사와 최종협의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국책사업의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한 처사로,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당초 수자원공사에 3조원 규모를 선투자하도록 했으나 이 계획을 변경해 8조원 규모의 수자원공사 자체 투자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당초 4대강 사업 가운데 3조원 규모의 수자원공사 시행분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선투자한 뒤 국가사업비를 추후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수자원공사가 8조원 규모의 자체 비용을 조달해 투자토록 한 것이다.

투자 보전 개발권 부여 방안 논란
정부가 투자에 대한 보전 방식으로 수자원공사에 4대강 주변 지역의 개발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앞으로 4대강을 살려 놓으면 대단히 높은 개발 호재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거기서 나오는 개발이익으로 수자원공사의 부담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국 4대강 살리기부본부장도 “4대강 주변 지역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강구할 것”고 밝혔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정부가 4대강 주변지역 개발 이익 등을 통해 원가를 회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주변지역이 대부분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관리되고 있고, 수익성 높은 수도권지역의 경우 개발이 억제되고 있어 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태다.

최근 정부는 4대강 관리와 관련해 보전지구·복원지구·친수지구로 구분해 관리하고, 이 가운데 친수지구에 대해서는 위락 및 휴양 등 인공시설의 설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무분별한 친수지구 지정 및 개발을 허용해 골프장과 스키장, 리조트와 팬션단지 등 대규모 위락·휴양시설이 들어설 경우 4대강 사업이 강의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환경파괴는 상수원 오염과도 직결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질오염 등의 우려로 4대강 주변지역의 개발을 극도로 억제해 왔다. 특히 환경정책기본법, 한강수계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2중 3중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발을 제한해 왔다. 또한 수질오염총량제 등을 도입해 수질 개선에 앞장선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이 4대강 주변지역의 이익환수시설 건립에 동의할 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주변지역을 개발하는 정책을 편다면 시민·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대안국장은 “지난해 환경부가 내놓은 ‘4대강 오염 부화량 산정자료’를 보면 오염부화량은 관광지가 제일 많았다”면서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 목적 가운데 하나로 수질 개선을 제시했음에도 개발 얘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독일, 네덜란드 등은 하천 개발을 했지만 하천수를 식수로 사용하지 않고 지하수를 먹는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하천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인운하 건설로 재무구조 악화
국회 국토해양위 관계자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는 인구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4대강 주변지역 개발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4대강 본류에 대규모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파내는 것도 모자라 4대강의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미명 아래 4대강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경치까지 파괴하려 든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투자를 제외하더라고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다가 경제성이 떨어지자 수자원공사에 떠맡겼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 건설사업비 총 2조2458억원의 75%인 1조8646억원을 외부 차입금으로 조달하기로 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회사채 발행을 통해 2385억원을 조달했다. 수자원공사는 이에 따라 빚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공사가 예상한 ‘부채비율 및 이자보상배율 추정’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2008년 말 부채 비율은 19.6%에 불과하지만 경인운하 건설사업 수행을 위한 외부 차입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2009년 25.4%(부채액 2조5888억원), 2011년 73.0%(부채액 7조7493억원), 2013년 94.0%(부채액 10조4569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자원공사는 2008년의 경우 전체 부채비율(19.58%) 가운데 금융부채비율이 13.96%로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는 영업이익으로도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2011년의 경우 부채액은 7조7493억원, 영업이익은 1832억원, 금융비용은 2918억원이 각각 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공기업을 압박해 왔다”면서 ”수자원공사라는 공기업을 통해 빚을 내서 국책사업을 벌이도록 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공기업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3조원 규모의 선투자를 수자원공사가 하도록 결정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 데다 도로와 철도 등 일반 SOC 사업과 민생예산 축소에 대한 여당 일각의 반발 등으로 총사업비에 대한 국회 의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편법적으로 수자원공사가투자하도록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투자는 총사업비를 국회에서 의결하고 연차별 투자계획에 따라 우선 수자원공사가 채권 발행을 통해 재정을 조달해 집행한 뒤 추후 국가사업비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3조원 선투자 결정 취소 해프닝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김성순 의원(민주당, 송파병)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12일 수자원공사에 ‘4대강 살리기 사업내용 통보’ 라는 공문을 보내 4대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총 2조7715억원 규모의 수자원공사 시행분에 대해 사실상 선투자할 것을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의 수자원공사 선투자와 관련해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6월8일)하기 훨씬 이전부터 논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독 입수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참고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재정부담 경감 방안과 관련해 “단기간(2010~2011년)에 사업비가 집중됨에 따라 재정소요 분산 방안이 필요하다. 수공(수자원공사)이 집행하는 댐·조절지·낙동강 하구둑과 일부 보사업(2곳)은 수공에서 선투자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참고자료’는 지난 5월26일 청와대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참가해 4대강 살리기 사업 재원 확보 방안을 논의했을 당시 회의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정부는 또한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 비용을 떠안음으로써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알면서도 수자원공사의 선투자 방침을 결정했다.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참고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투자비중 확대 신중론에서 ▲공기업 투자확대는 공기업 차입증가로 이어져 부실 초래 ▲공기업 상당수가 중장기 재무구조 악화 예상 ▲재무 개선 노력에 대한 부(負)인센티브 부여로 모럴 해저드 유발 ▲구체적인 평가 우대방안 제시가 없고, 평가속성상 실효성 의문 등을 제시했다.

보이지 않는 나라 빚 공공기관 부채 ‘눈덩이’

김정권 의원.
정부가 투자·출자 또는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297개 공공기관의 부채총액이 26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의 공공기관 부채 증가폭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정부가 경인운하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부담을 이들 공공기관에 전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경남 김해갑)이 공공기관의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결산 기준으로 부채 총액이 ▲24개 공기업 177조원 ▲80개 준정부기관 35조6000억원 ▲193개 기타공공기관 56조5000억으로 집계됐다. 이들 297개 공공기관의 부채총액 합계는 269조2000억원으로 2008년 국가채무액 308조원의 87%나 됐다.

2004년 이후 5년 동안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변동 추이를 보면 총자산은 63.3%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자본은 45.3% 증가에 그친 데 비해 부채는 78.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에 대한 소요자금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한석탄공사 등 16개 공공기관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51.8% 증가(2004년 203조1000억원에서 2008년 308조3000억원)한 데 비해 공공기관의 부채는 78.9%나 증가한 것이다.

또한 부채 증가로 인해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지급이자비용)도 크게 악화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87.9%로,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이자도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4.86%), 철도공사(-261%), 컨테이너부두공단(-77%), 대한석탄공사(-73.1%) 등도 지속적인 영업적자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정권 의원은 “이 같은 원인은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의 재정 부담을 공공기관에 전가시킨 데 있다”면서 “ 정부가 공익만을 내세워 적자구조의 사업을 공기업에 떠안기는 것은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로 인한 공기업의 부실화는 결국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일례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있어서 수익사업이 전혀 없는 하천정비사업을 사업비 보전 대책도 없이 수자원공사에서 추진하라고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공기업 부실화를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