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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가라앉고 있는 섬, 투발루를 가다 (환경운동연합090827)

by 마리산인1324 2009. 8. 31.

 

<환경운동연합> 2009-08-27 14:55:28   

http://www.vop.co.kr/outlink/http://www.kfem.or.kr/kbbs/bbs/board.php?bo_table=hissue&wr_id=6449

 

 

 

가라앉고 있는 섬, 투발루를 가다
투발루와 기후정의(We are all Tuvaluans)

   

기후변화는 모든 나라에 미치지만 지역, 성, 계층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난한 섬나라 그리고 거주하는 여성에게는 영향이 더욱 크다.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으로 나눠지는 데 이를 위한  정책개발(policy development),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서 여성, 원주민 등 취약계층의 참여는 쉽지 않다.

 

기후변화와 플루아카
푸나푸티공항. 착륙하고 보니 울타리사이 여기저기로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고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더 놀라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시민들과 비행기가 만나다니…… 입국절차도 너무 간단해 다른나라에 왔다는 게 실감되지 않았다. 입국하는 모든 투발루사람들은 공항직원들에게 말인사 손인사를 주고 받고 여전히 시민들은 입국하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국가인구 10,000명의 나라, 해수면과 주민들의 가옥차이가 불과 3m밖에 되지 않는 나라, 국가명이 여덟개의 섬이라는 뜻인 투발루의 첫 느낌은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도착한 도시는 주도 푸나푸티. 섬의 전체 길이는 7km로 라군을 따라 사람들이 살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투발루 푸나푸티섬의 전경.
섬을 가운데 두고 왼쪽은 태평양 오른쪽은 라군(Lagoon)이다. ©  김춘이


도착한 첫날 기후변화의 징후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플루아카 밭을 찾았다. 바나나나무 크기로 자라는 플루아카 나무는 그 밑에 탄탄한 뿌리를 가지고 있고 그 뿌리는 투발루원주민들의 주요식품원이었다.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수가 플루아카 밭으로 유입되자 플루아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었는데 바나나나무에 비해 키도 작고 잎들도 노랗게 변해있었다. 염분의 침투로 플루아카 생산량도 줄었지만 중국음식을 선호하는 신세대 때문에 플루아카를 찾는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해수의 유입으로 제대로 잘 자라지 않을 뿐더러 노란색으로 변하고 있는 플루아카 ©  김춘이



시범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 해수유입방지를 위한 맹그로브 이식 사업.
맹그로브가 좀더 자라면 해변에 심을 예정이다. ©  김춘이



투발루해변의 뿌리채 빠진 코코넛 나무들.  ©  김춘이

사람들은 바람이 잔잔한 라군 쪽에서 많이 살고 있다. 바람이 해양보다 약함에도 불구하고 라군쪽의 코코넛 나무들은 뿌리를 내놓은 채로 쑥쑥 빠져있었다. 이렇게 나자빠진 코코넛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널려있었는데 주민들은 센 바람, 해수면상승 때문이라고 했다. 

 

투발루인에게 생명수는 빗물 그리고 담수처리된 해수
바다가 인접해 지하수가 없는 투발루인들에게 비는 생명수다. 빗물을 받아서 먹고 마시고 빨래하는 이들에게 비는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요소다. 1991년부터 투발루를 지속적으로 다녀갔던 호주출신 스티브에게 기상관련 눈에 띄는 변화를 물으니 예전에 비해 장기간 늘어난 가뭄이라고 했다. 투발루 모든 가정의 필수품은 물탱크이다. 지붕과 물탱크를 파이프로 연결해 빗물을 저장하고 그를 수도관과 연결시켜서 사용한다. 그 물로 먹고 마시고 돼지의 목을 축이는데도 사용한다. 물론 빗물은 정수하지 않은 채로 마신다. 채소를 씻은 물은 빨래물로 쓰이고 빨래를 헹군 물은 채소밭으로 뿌려진다. 

 

부족한 물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해수를 담수화시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하루 해수유입량은 12,000갤런, 그중 주민에게 공급되는 양은 8,000갤런으로 주민들은 500갤런당 13.50 AUD를 주고 사야한다. 2000갤런짜리 물탱크차가 하루에 네 번을 운행하면서 주민들의 물탱크에 바뀐 담수를 제공하는데 이는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이루어진다.


 


투발루 사람들의 또 하나의 생명수.
해수에서 담수로 전환된 이 물은 주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물탱크로 보내진다. ©김춘이


투발루 사람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날씨의 변화로 더 더워지고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고 장기간의 가뭄을 이야기한다. 매해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웨슬리가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투발루 사람들이 주요하게 언급하는 사항이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세지만 라군에서 부는 바람은 잔자하고 시원하다. 이 잔잔한 바람이 거세진다 싶으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사이클론이 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사라진 섬 VS 사라지지 않은 섬
사빌리빌리 섬이 사라졌다. 사빌리빌리섬은 일곱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있었지만 센 바람과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해 코코넛 나무가 모두 사라지고 섬은 물에 잠겼다. 투발루인들은 섬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반면 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태풍으로 나무가 무너진 단순한 사실을 왜 섬이 사라졌다고 수선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섬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통해 외국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더 받아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는 게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사라진 사빌리빌리섬. ©  김춘이


500m 거리의 테푸카섬은 사라질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를 안내한 알라마띵가목사님은 어렸을 때는 해변이 넓고 길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없다고 했다. 부산 광안리 혹은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해변가 주택건설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어서 사라진 해변과 물속의 쓰러진 코코넛 나무는 해수면의 상승 혹은 강풍으로 인한 침식작용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았다.  



사라질것으로 예상되는 테푸카섬. 우리를 안내한 알라마띵가 목사님에 의하면 10대 20대 시절 와본
해변의 넓이와 비하면 엄청 줄었다고 했다. ©  김춘이


사라질 테푸카섬과 사라진 사빌리시빌리섬 중간 해역의 바다 모습은 우리를 가슴아프게 했다. 백화현상으로 이미 죽어버린 산호초와 쓰러진 코코넛나무로 뒤덮여진 바다 밑 생태계는 투발루사람들의 환경권만이 아니라 산호초와 코코넛나무들의 생존권까지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사빌리빌리섬에서 외친 우리의 목소리: 기후정의, 우리는 모두 투발루사람이다. ©김춘이



바다밑 백화현상의 산호초  © 복진오



두 섬 중간의 바다밑 쓰러진 코코넛 나무 뿌리  © 복진오


프랑스 도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질리안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1993년 투발루를 처음 온 이래 그녀의 영화 Trouble in Paradise는 투발루를 주제로 2004년 세상사람들과 만났고 이후 그녀는 투발루에서의 기후변화 방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투발루의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젠 현장에서 실질 행동을 할 때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영화를 만들어 배포한 이후 그녀는 정말로 투발루 내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 과학에 기초한 프로그램들이었다.


투발루사람들이 코코넛쥬스를 확보하는 방법은 코코넛나무에 병을 매달아 주스를 뽑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주스를 토리라고 하는데 이 토리를 증류하여 오토바이 연료를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코코넛나무로는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계획이기도 하다. 바누아투와 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생산이 되는데 그곳에서는 엔진을 교체해야 하지만 투발루에서 만들어진 바이오디젤은 오토바이 엔진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단다.


질리안이 갖고 있는 또하나의 신념은 지식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knowledge transfer). 그래서 그녀가 시도한 것은 과학자들과 함께 주민들을 교육하고 그 주민들은 다시 다른 사람을 교육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그녀가 시행하는 바이오가스 교육에는 200명이 교육을 수강했고 바이오디젤은 총 70명이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질리안은 또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본인이 구입한 태양열오븐과 전기 자전거를 사람들에게 전시하여 투발루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0.03%밖에 배출하지 않는 나라에서도 실시하는 이 다양한 실험들은 우리의 실천부족을 비웃기라도 한 듯 했다. 50년후면 사라질 이땅에 그런 실험은 왜 하느냐는 바보 같은 질문에 국제사회도 투발루를 위해 뭔가를 해야하지만 투발루 현장에서도 지속가능한 투발루를 위해 뭔가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질리안에게 물었다. 투발루가 50년내에 사라지게되는데 투발루 사람들은 떠나야 하지 않느냐고.. 그녀의 대답은 명쾌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먹고 코코넛 쥬스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뉴질랜드, 호주 같은 곳에서 살라고 하면 못산다.” 그래서 질리안은 한가지 방안을 생각중인데 가라앉지 않을만한  태평양의 섬을 하나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에 투발루 주민 돕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전세계인들로부터 2달러정도를 받으면 섬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킹타이드(king tide)는 11월부터 2월까지 푸나푸티섬에 오는 만조를 말한다. 킹타이드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알라마띵가목사님에 의하면 현재처럼 이렇게 높아진 적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지켜본 화면은 2006년 당시의 킹타이드였는데 사람들이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범람하였다.

 

투발루 국립병원 넬슨 박사를 만나서 기후변화로 인한 사람들의 질병이 증가하는지를 물었다. “뎅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환경부, 기상청, 보건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발병의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고 했다.

 

이렇듯 해수면의 상승으로 투발루 사람들을 위해 호주정부와 달리 뉴질랜드정부는 뉴질랜드의 태평양 이주 프로그램(New Zealand’s Pacific Access Category Program(PAC))을 200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통가와 피지에서 각각 250명, 키리바티와 투발루에서 각각 75명의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있으며 ‘기초영어능력보유자,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자, 뉴질랜드에서 고용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며 45세이하인 사람’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마침 이 프로그램에 응모해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전직 푸나푸티공항에서 일한 솔로를 만날 수있었다. 그는 2008년 8월 이민을 신청하여 처음 관문은 통과했지만 아직 얼마나 많은 이주 절차가 남은지 모른채로 거의 1년째 소일하며 지내고 있었다. 비자신청은 본인, 아내, 세아이만이었고 어머니는 나이 제한으로 신청할 수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사촌이 모시기로 했단다. 왜 투발루를 떠나느냐고 묻는 내게 그는 ‘교육’때문이라고 답했다. 세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발루를 떠나는 그는 투발루의 삶과 다른 그곳에서의 삶이 걱정되지만 닥치는 대로 일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 아이의 교육 때문에 뉴질랜드에 이민 신청한 솔로씨.
이민신청으로 직장을 관둔 그는 낚시로 소일하고 있었다. ©  김춘이

환경부에서 일하는 멜튼 타우에티아씨는 뉴질랜드 이민 프로그램에 회의적이었다. 뉴질랜드정부는 기후변화와 연계한 이민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이민신청자격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기후변화와 무관한 일상적 이민프로그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투발루인들이 최초의 기후난민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기후정의 활동가 타푸에씨는 “난민은 국내에서 야기한 문제로 발생하지만 투발루인들의 문제는 선진국들의 욕심 때문에 생긴 결과다. 우리는 엄연히 투발루라는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 대다수는 투발루를 떠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우리를 난민으로 부르지 말아달라. 이 문제는 선진국이 책임지지 않은 데서 생긴 문제다. 투발루인들을 난민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라고 했다.
 
투발루를 떠나는 날 푸나푸티공항에서 스무명에게 뉴질랜드나 호주로 떠나고 싶은지를 물었다. 그들 중 세명은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찾아 투발루를 떠나겠노라고 대답했다. 떠나고 싶지 않은 열일곱의 사람들은 투발루에서 누리는 간단한 삶을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손을 저었다. 알라마띵가목사님에 의하면 국민의 99%가 다니는 교회에서 기후변화로 투발루가 잠길위험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단다. 국가, 대지, 종교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투발루인들에게 국가와 땅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준 알라마띵가씨와 타푸에씨에게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CO2 대량방출국가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그들의 간단한 대답은 나를 잠시 얼어붙게 했다.

“여러분의 편안한 생활이 지구반대편 사람들의 생활을 불편케 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국가가 행하는 일상의 기후부정의를 중단해주세요(Please Stop Climate Injustice.).”

섬의 문제는 기후변화뿐만이 아니었다. 외지인들의 섬유입으로 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는데 최근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하는 쓰레기는 아이들 기저귀였다. 다행인지 쓰레기는 바다 짠물 때문에 전염성 바이러스의 유포를 막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쓰레기더미에서도 아이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외지에서 온 우리에게 따뜻한 눈으로 알로파(사랑)을 외치는 그들의 눈엔 기후변화로 인한 두려움도 쓰레기로 인한 두려움도 없었다.

 

“쓰레기도 줄이고 기후변화도 줄이면서 이들과 함께 하는 유쾌하고 신나는 일들이 없을까….”

 


섬 양쪽 끝의 쓰레기 더미들.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아이들 기저기와 폐전자제품이란다.  ©김춘이


쓰레기가 많아도 기후변화로 섬이 위태해도 아이들은 행복하다. ©  김춘이

 

이 프로젝트는 인구와 발전에 관한 국제 행동 아태지역연합(Asia Pacific Alliance to ICPD)의 지원으로 환경운동연합, 인구보건복지협회, 한국여성정책개발원, 국제협력단과 공동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글이 다시 환경연합 홈피로 복귀하는 데에는 환경연합 박종학 기획위원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외장하드손실로 고민하는 필자에게 글이 올라올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글 : 김춘이 국장(환경연합 소통협력국)
      담당 : 김춘이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