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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3) 민족의학연구원 (경향신문090310)

by 마리산인1324 2009. 9. 21.

 

<경향신문> 2009-03-10 18:15: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101815025&code=210000&s_code=af079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3) 민족의학연구원

 

 

안치용 | ERISS소장,  김차연 | 서울대 3년

 

ㆍ가난한 이웃들과 ‘100% 웰빙 밥상’ 나눈다

“‘문턱 없는 밥집’은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먹을 만큼만 드시고 전부 비워주세요.”
 

사회적 기업 ‘민족의학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서울 서교동 ‘문턱 없는 밥집’을 지난달 23일 ‘사회적 기업 탐방단’이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민족의학연구원 이경희 연구원, 삼일회계법인 김병수 이사, ‘문턱 없는 밥집’ 심재훈 매니저, 사회투자지원재단 우순영 팀장, 서울대생 김차연씨, 삼일회계법인 정재웅 회계사, 민족의학연구원 송종서 상임연구원. <김정근기자>


“처음 와 본다”는 말에 대뜸 손님이 먹고 간 빈 그릇부터 보여준다. 설거지 한 그릇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끔하다. 이 ‘빈 그릇 식당 1호점’은 돈이 없어도 누구나 와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문턱이 없는 밥집이다.


줄을 서서 손님 스스로 밥을 퍼 몇가지 나물을 넣은 뒤 된장에 쓱쓱 비벼먹는, 스테인리스 그릇 하나로 모두 해결되는 간단한 비빔밥이 유일한 메뉴이다. 화학조미료 한 톨도 들어가지 않은 100% 유기농 식재료란 점도 특징이다.


‘문턱 없는 밥집’은 2007년 7월 서울 서교동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 1층에 문을 열었다. 민족의학연구원이 운영한다. 민족의학연구원은 민족의학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의학 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철학자·과학자·의학자·의료인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왜 본업인 민족의학 연구 외에 밥집을 시작하게 됐을까. 병을 잘 고치는 것보다 병에 안 걸리게 하는 게 의학의 본령이며, 치료보다 예방을 위해선 제대로 먹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출발점이었다. 민족의학연구원 송종서 상임연구원은 “민족의학 연구, 서적 편찬이 일반인이 스스로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도록 돕는 일이라면 밥집은 평소 이로운 음식물을 섭취토록 해 건강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지 건강한 유기농 밥상에만 주안점을 뒀다면 밥집을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약을 쓰지 않고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식품, 순수하게 자연 본래의 환경에서 수확한 식재료는 생산단가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유기농은 부자를 위한 농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웰빙식단을 꿈꾸기 어렵다. 먹거리 양극화다.


‘문턱없는 밥집’이 ‘빈자를 위한 식당’을 지향하는 이유다. 밥값을 형편껏 내도록 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안 내도 된다. 밥집 옆에는 착한 소비의 생활화를 목표로 한 ‘기분 좋은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게는 생태적 되살림을 위해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제품과 재활용 의류, 소품 등을 판매한다.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최대한 복원하는 민족의학의 치료방식, 유기농 식사, 착한 소비를 통해 생태적 되살림은 하나의 완결된 순환구조를 이루게 된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문턱 없는 밥집’에서는 유기농 식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빈 그릇 운동’을 통해 식사문화를 생태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설거지 물 등 생활하수가 강물에 유입됐을 때 자연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이다.


‘빈 그릇 운동’은 정토회 부설 환경교육단체 ‘에코붓다’에서 시작한 것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생태운동이다. 절에서 스님이 하듯 음식을 각자 먹을 만큼 적당량을 담고, 다 먹고 난 후에는 숭늉이나 물로 다시 한 번 헹군 후 마신다. 처음엔 조금 불편해하던 손님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모든 손님들이 따라주고 있다고 한다.


‘빈 그릇 운동’은 주방에서도 적용된다. 세제 사용이 줄어들어 주방에서 비누거품을 볼 일이 드물다. 요리하고 남은 재료는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특별 요리를 만든다.


버섯, 호박 등 요리 재료를 다듬다 남은 꼬다리로 만든 ‘꼬다리 전’, 육수를 우려내고 남은 멸치, 양파, 새우 등으로 만든 ‘나머지 조림’ 등이 그것이다. 이러니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다. 물론 유기농 식사를 싼 가격에 제공하는 게 쉽지는 않다. 점심 때 내놓는 유기농 비빔밥 한 그릇의 단가는 4700원 정도. 직장인 손님이 없는 토요일을 예로 들면 손님 40명이 식사를 하면 대략 4만원가량의 밥값이 나온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원가 및 매출 구조다.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아 인건비를 지원받은 이후에는 처음 밥집을 시작했을 때에 비해 적자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지타산을 맞추는 게 숙제다.


좀더 많은 손님이 찾아오면 나을까 싶어 방송 출연에 응했다고 한다. 지난 4주 사이에만 공중파 3사에서 앞 다퉈 취재하러 왔다. 그런데 홍보 때문에 역효과를 보고 있다. 많은 매체에서 더불어 살자는 밥집의 취지를 싼 값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쪽으로만 부각시킨 것이다.


가난한 이웃이라면 1000원을 내도 고맙게 받겠다는 말이 마치 밥값 정가가 1000원인 것처럼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밥값을 낼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1000원만 내는 일이 잦다. 이 식당 심재훈 매니저는 “밥값을 자율적으로 내도록 한 것은 밥값을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그렇게 팔아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착한 소비’를 부탁했다.


그래도 밥집에서는 원칙을 고수할 작정이다. 오히려 밥값을 2000~3000원 이상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는 손님들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돈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비빔밥 한 그릇의 원가를 설명하는 표지판마저 떼어내버렸다. 손님들에게 제 값 내고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다. 수익성만 생각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민족의학연구원은 ‘문턱 없는 밥집’에 어떠한 ‘문턱’을 만드는 것에도 반대한다.


매달 적자를 보면서도 굳이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기농이 아니면 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흙도 살리고 사람도 살려야 생태를 살리고, 그래야 우리 사회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유기농을 고집한다고 심 매니저는 설명했다.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하는 ‘문턱 없는 밥집’ 사람들이 바보로 취급받지 않는 세상이 진정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그들은 어떻게 하면 문턱을 더 낮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안치용 | ERISS소장, 김차연 | 서울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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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약손문고 발간에 ‘기분좋은 가게’
 

우순영 | 사회투자지원재단 사업지원팀장 

 
 
ㆍ어떻게 활동하나
ㆍ저소득계층 14명에 일자리 제공도


‘민족의학연구원’은 지난해 7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고 가난한 이들 스스로가 병에 걸리지 않는 예방법과 간단한 질병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먹을 만큼만 덜어서 깨끗이 비우세요”‘문턱없는 밥집’에서는 손님 스스로 먹을 만큼만 음식을 가져가 먹은 뒤 찌꺼기를 남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진은 손님들이 식사 후 놓아 둔 빈 그릇과 쟁반. <김정근기자>


연구원은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민의 건강증진, 재활용 물품판매를 통한 자원 되살림,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이란 사회적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연구원이 발간한 <약손문고>는 누구나 쉽게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고 병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마디로 민간 한의학 지식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책이다.

‘나눔과 비움’을 실천하는 ‘문턱 없는 밥집’은 친환경 유기농 식품이 일부 계층의 특권이 아닌 주민 모두의 권리로 만든다. 반찬과 밥의 양은 ‘소비자 마음대로’이지만 ‘양껏’에 대한 뒤처리 책임을 져야 한다. 국물의 흔적까지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야 하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다. 일명 ‘빈 그릇 운동’이다.

이 운동에는 생태적 가치, 자원순환의 가치가 모두 녹아 있다. ‘기분 좋은 가게’는 자원순환의 가치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실현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기분 좋은 가게’는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나누고, 재활용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한다. 사회적 기업이 가져야 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생활 속에서, 쉽게 풀어가고 있다.

높낮이 없는 공동체를 일궈 가는 연구원은 육체와 정신을 보듬어 주는 일 외에 저소득층에게 신명나는 일터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12월부터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하여 14명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다. 나아가 2호점, 3호점의 밥집과 재활용가게의 운영을 통해서 이들의 고용을 안정적인 것으로 만들어갈 포부를 세우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배운 이들의 경험은 새롭게 탄생할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지식, 생활, 건강의 격차를 일반인의 힘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세운 데서 연구원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우순영 | 사회투자지원재단 사업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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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지속 가능 사업모델, 밥집 확산통해 가능
 

김병수 | 삼일회계법인 이사·정재웅 |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ㆍ기업 재무구조 분석

‘민족의학연구원’은 주요 사업에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의 주 사업 목적인 의료 서적 출판은 아직 수익이 창출되지 않고 있다. ‘기분 좋은 가게’는 손해를 보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익을 창출하는 수준은 아니다.

현금 유출·입이 발생하는 가장 큰 사업은 ‘문턱 없는 밥집’이다. 그러나 밥집은 식재료로 모두 유기농 원료를 사용함에 따라 평균 점심 단가가 4700원인 반면 평균 수입가격은 2500원선에 머물러 손실이 크다.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려는 연구원의 운영 목적상 예상됐던 것이긴 하다. 애초에는 자선형태에 가까운 점심식사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상영업인 저녁 식사 매출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저녁 식사 매출 수익이 점심의 적자를 보완하지 못해 밥집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원의 재무구조는 위험한 상태는 아니다.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에서 발생하는 건물 임대료 수입 및 출판인세 수입 등으로 재원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아 노동부로부터 인력을 제공받고 있어 인건비로부터 자유롭다.

연구원은 현재의 사업 구조를 탈피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설정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밥집의 확산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원 측 계산이다.

첫째, 밥집의 식단은 일반 대중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확산이 가능하다. 밥집의 점심매출 단가가 2500원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유기농 식단을 추구하는 일반 고객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평균 5000원 이상의 단가와 취약계층이 지불하는 1000원 미만 단가의 평균으로 산출된다.

이는 유기농 식단이 일반 고객에게 원가 이상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의료서적 출판 부문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효과가 낮고, 현금의 유입속도가 매우 느리며 또한 예측이 어렵지만 밥집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고 유기농 식단에 대한 좋은 인식을 확대할 수 있다.

셋째, 밥집은 현재 14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1호점의 인력들이 그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확대될 2호점, 3호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단순 일회성 일자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목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도시민에게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고 생태적 되살림 문화를 확산하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다.

연구원의 사업목적을 이해하고 동참을 원하는 공기업이나 국가기관 또는 사회공헌에 관심 있는 일반기업의 협조로 임대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2호, 3호점을 내는 게 가장 합리적임을 연구원은 잘 알고 있다. 출판의 성공과 가게의 확산 역시 밥집의 성공을 통해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병수 | 삼일회계법인 이사·정재웅 | 삼일회계법인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