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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14)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경향신문090705)

by 마리산인1324 2009. 9. 23.

 

<경향신문> 2009-07-05 17:33:0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7051733095&code=210000&s_code=af079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14)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ㆍ산모·아기에 평온과 사랑을…엄마 품 같은 기업

10년째 산후관리사와 보모로 일하고 있는 이윤점씨(67)는 돌보고 있는 아이가 아플 때 속상하다. 손자·손녀처럼 생각하며 보살피고 있지만 아플 땐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 외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비라도 내리면 자기는 다 젖어도 아이를 보호하며 병원에 달려간다. 오랜 경험상 간단한 민간요법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아이가 아플 때 개입하는 건 산후관리사나 보모에게 금기사항이다. 부모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아이이기에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긴급사항은 정규적이고 제도권에 속한 의료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씨는 2005년부터 인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에서 일한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56명의 관리사 중 나이가 가장 많지만, 아직도 자신을 찾아주는 산모·주부들이 있어 일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그는 “자식들은 나이도 있는데 집에서 쉬라고 하지만 산모를 보살피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보람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일하기 때문에 산모들이 건강해지고 주부들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이 잘 자란다. 내 몸이 건강할 때까진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아직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처럼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산후조리 및 육아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자신 같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일감을 주는 게 사회적기업이 아니냐고 묻는다.
 

사회적기업 탐방단이 지난달 29일 인천 동구 송림동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를 찾아 센터 종사자들이 홍보 강화 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센터 김미연 사무국장, 사회투자지원재단 임동현 차장, YeSS 김차연씨, 허건씨, 삼일회계법인 최승환 회계사, 정지현 회계사, 앞줄 왼쪽부터 ERISS 안치용 소장, 센터 이상림 대표. 김문석기자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는 산후관리사와 보모(베이비시터) 두 분야의 인력 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보모는 신생아 및 7세 이하의 유아를 돌보며 산후관리사는 산모 관리·신생아 돌보기·가사 관리의 일을 한다. 2007년 11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이곳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위로 올리고 자는 잠을 뜻하는 ‘나비잠’이라는 이름으로 업계에 더 잘 알려져 있다.

핵가족화로 많은 가구들이 산후조리와 신생아 돌보기를 산모도우미 산후조리원 등 가족 외부에서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2주만 이용해도 100만원의 비용을 치러야 하기에 저소득층 가정에선 이용할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는 소득별로 이용료를 다르게 매긴다. 저소득층에겐 요금을 깎아줘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도 산후조리와 유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산모 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일 때 산후관리 비용은 1일 8시간에 1만원, 최저생계비 200% 미만 가구 3만5000원, 최저생계비 200% 이상 가구 5만원이다. 베이비시터 이용요금 역시 최저생계비 200% 미만 가구 3만원, 최저생계비 200% 초과 가구 4만원으로 취약계층에게 더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이상림 대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여성에게서 나오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정작 여성의 출산 후 몸조리는 등한시되고 있다”며 “여성의 건강이 곧 건강한 사회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특히 산후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산모들에 대해서는 사회 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센터는 사회적기업 중에서도 사회 서비스와 취약계층 일자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이른 바 ‘혼합형 기업’이다. 즉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직 여성들이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고용을 창출하면서 공공영역에서 감당해야 할 사회서비스를 민간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을 돕는 모습이기도 하다. 센터에서는 2005년 10명을 시작으로 2008년 말 40명, 2009년 6월 말 현재 56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명이 노동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센터는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무차별적으로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착한 덤핑’을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김미연 사무국장은 “저렴형 서비스 대상 가구는 기존 시장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일반 가구로부터는 다른 업체들과 비슷한 요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인혜택’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등의 확인과정을 거친다.

센터의 전신은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설립된 실업자 지원 센터 ‘실업극복 국민운동위원회 범국민결연운동 인천 중구·동구 상담창구’. 곧 ‘서해주민센터’라는 이름의 비영리 단체로 발전한다. 당시 1년 만에 1000여건의 상담을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여성이, 특히 중년 여성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많은 주부들이 경제 일선에 다시 나서려고 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이 많았고, 그런 형편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사회서비스 사업에 착수했다. 지역 노인들을 위한 재가간병서비스를 시작으로 초·중·고 화장실 청소 서비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미용·목욕서비스를 통합한 종합돌봄서비스에 이어 산후관리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산후 관리의 중요성이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산후관리사 역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산후관리사를 단순 가사도우미 정도로 여기기 일쑤다. 여기에는 공인된 자격증이 없는 현실도 한몫한다. 전문성을 입증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08년 7월 노인 간병인 직업에 전문성을 인정해 요양보호사란 자격증 만든 것처럼 산후관리사 역시 자격증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못한 지금은 내부에서 어떻게든 객관적인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센터는 자체적으로 만든 교육 매뉴얼을 바탕으로 수료증 제도를 시행한다. 산후관리사에게는 산모 마사지, 산모 체조 등 실전 관련 훈련부터 산모도우미로서의 역할과 자세를 교육한다. 베이비시터 역시 연령별 놀이학습, 유아마사지 및 영양관리, 유아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고 있다. 직업 친절 교육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며 현장 실습을 위해 직접 산후조리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문 마사지 교육을 포함해 총 104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불만제기도 없었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알리고 이를 위한 정책 제안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센터는 2008년 2월 산모·신생아 도우미 바우처 사업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우처 사업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현금 대신 이용권을 발급해 사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취약 계층의 사회 서비스를 보장한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적잖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결코 작지 않다. 결국은 모든 사회적기업이 당면한 수익성의 문제이다. 좌욕센터 등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당장 2010년부터는 노동부로부터의 인건비 지원이 끊기게 된다. 지원이 사라지면 저소득층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저렴형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사회적기업 중 돌봄 영역에 대한 특례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산후조리와 같은 돌봄 영역은 상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올리는 제조업과는 다른 사회 서비스업이다. 센터는 돌봄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인건비 지원이 끝나도 일반 시장 요금과 저렴형 요금의 차액을 지원하거나 바우처 사업의 수혜대상을 확장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안치용 ERISS 소장 허건(고려대 2년)·김차연(서울대 3년)>
 

산모·여성 위한 쑥 좌욕 서비스… 산후용품 판매 추진

사회적기업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의 이상림 대표는 저소득층 주부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의 창업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배경은 산모들이 겪는 우울증이다. 출산 후 산모는 정신적 안정과 함께 6개월 이상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출산뿐 아니라 육아와 가사, 맞벌이의 경우 직장 일까지 감당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여성의 몸에서 나고 출생 후에도 여성의 품과 손길에서 양육된다. 오늘날 저출산은 국가의 성장 동력 감소로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이며 이 역시 여성의 몸에 달려있다. 이처럼 여성의 몸은 가정이나 사회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도 저조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성 건강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2005년 국정브리핑에서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 중 좋은 아이템 5대 중 하나로 선정되었을 때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함께 일하는 다른 활동가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즐거워할 때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대한 기여나 주민을 위한 희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외 없이 평등한 참여 사회를 만드는 것이 꿈인 만큼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어렸을 때는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해 무한히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수녀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인권운동을 하시는 목사님을 만나고 나서 사회 구조를 변화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서울 청계천에서 사회운동을 하거나 지역공부방을 열기도 하고 외환위기 시절에는 실업자 지원센터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금의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가 있기까지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다.”

-정부에 정책 요구도 한다고 들었다.

“취약 계층에 산후관리사 또는 베이비시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을 요구해 실제로 2008년 복지부의 바우처 사업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취약 계층의 산모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산모·신생아 바우처 사업이 올해 12월이면 종료된다고 한다. 바우처 사업이 지속되고 그 혜택이 확장될 수 있도록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를 비롯한 6개 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정책 제안을 준비 중이다. 또 모든 사회적기업에 일괄적으로 경제적 자립과 시장 진출을 요구하는 현 정책 역시 변화시키고자 한다. 특히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와 같은 돌봄 영역은 시장형과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는 분야로서 그 특수성을 인정받고자 한다.”

-앞으로 어떤 사회적기업이 되고 싶은가.

“사회적기업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이윤을 많이 남기는 기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줄 수 있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노동자 역시 사회적기업의 참여자로서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 사회 만들기’라는 기업의 존립 목적을 내재하는 기업이고 싶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산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성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데 앞장서는 기업이 되고 싶다.”
김차연

 

“여성 건강은 사회적 책임 산후 6개월 몸조리 중요”…‘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이상림 대표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꼴찌 수준인 1.2명에 불과하다. 프랑스(2.0명), 스웨덴(1.85명), 미국(2.1명) 등에 비해서도 너무 낮다.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려면 출산과 양육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저렴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통상 분만 후 산모의 50~80% 정도는 산후 우울증에 걸린다. 대부분 1~2주가 경과함에 따라 우울증은 없어지지만 이 중 25% 정도가 8개월이 흐른 뒤에도 우울증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심할 때는 산후 정신신경증을 앓게 된다.

이 대표는 “센터가 ‘나비잠’이라는 브랜드로 산후관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산모들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라고 전했다. 분만 후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기인 산육기는 아이의 탄생과 함께 여성의 제2의 탄생이 이뤄지는 시기라고 불릴 만큼 산모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평소에도 상대적으로 박탈된 삶을 사는 소외계층 여성들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도 적절한 처우를 못 받기 마련이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는 특히 직장여성과 저소득층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는 산후관리서비스를 표방한다. 동시에 지역의 저소득층·실업자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담아 2005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은 낮은 수익률에 고심한다. 사업 특성상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일부 기업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 노동 조건의 치밀한 조사를 하기보다 다급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센터의 이상림 대표는 섣부른 사업 확장이나 서비스의 다양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예를 들어 “산후관리사들이 연관사업으로 반찬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섣불리 덤비지 않겠다”는 것이다. 핵심사업 중심 전략은 이 분야의 사회적기업이 새길 만하다. 업종 다각화 대신 산후관리 서비스를 심화하는 등 해당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산모와 여성을 위한 쑥 좌욕 서비스 제공과 좌욕용품·산후용품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다. 출산 전후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오랜 경험으로 알아낸 결과다.

돌봄 서비스 영역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 낮추기, 서비스 확대 등 출혈 경쟁이 발생한다. 대부분은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참여자의 노동 강도만 높인다. 센터 측은 서비스의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고 한다.

참여자의 건강을 보장하는 노동 조건이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참여자들에게 발 마사지 서비스 제공 능력을 습득시켰지만 상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내부 구성원의 팀워크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해 수익성을 실현할 구조를 산출하는 게 과제이다.

<임동현 | 사회투자지원재단 사업투자지원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