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210100&artid=200910111812431
2009-10-11 18:12:43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28)우리가 만드는 미래
안치용 ERISS 소장 | 신지혜(이화여대 3년)·류재영(연세대 4년)
ㆍ교육 불평등 해소·생생한 현장교육이 목표
ㆍ저소득층 학생들 위한 공부방 수업 의무화
2008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8위이다. OECD 평균(61.3%)보다 6.6%포인트나 낮았다.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평균 38%가량 덜 받는 것으로 조사돼 OECD 회원국 중 남녀간 소득격차가 가장 컸다.
사회적기업 탐방단이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회적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YeSS 신지혜씨, ‘우리미래’ 이현주 실장, 오혜용씨, YeSS 유재영씨, ‘우리미래’ 윤미경씨, 앞줄 왼쪽부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최상권 회계사, ‘우리미래’ 김인선 대표, 함께일하는재단 이은애 사무국장.
사회적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이러한 여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역사교육기업이다. ‘우리미래’는 경력단절 여성을 전문 역사강사로 채용해 어린이부터 가족·기업 단위의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관련 교재를 제작한다. 주사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사적지를 직접 찾아가는 역사기행프로그램인 ‘또래 역사기행’과 관련 수업이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노동자 자녀의 방학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국 캄보디아 등지의 해외 역사탐방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우리미래’는 2006년도에 노동부 사회적일자리로 시작해 200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우리미래’의 사업단위는 ‘또래’다. ‘또래’란 초등학교 3~6학년의 동년배 어린이 8명 정도를 묶어놓은 팀이다. 강사는 이들과 함께 매달 정기적으로 역사문화기행을 떠나고 필요에 따라 실내 수업을 병행한다. ‘또래’는 2~3년 유지될 때 강사와 학생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또래’는 국내 체험학습을 한 번 갈 때마다 14만원을 지불한다. 학생 한 명당 2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우리미래’는 현재 200여개의 ‘또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의 ‘또래’ 역사현장 탐방 모습. 사진 김정태(연세대 1년)
강사의 소득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평균 100만원 정도다. 일감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며 주말에 집중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급여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사회적일자리’ 지원은 2010년 6월에 끝났다. 정부지원이 끊어진 뒤에도 정규직 형태로 현재의 고용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우리미래’의 미래를 결정지을 공산이 크다. 김인선 대표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를 이뤄 이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우리만의 특화 경쟁력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경쟁력은 강사이다. ‘우리미래’는 그동안 동종업계에서 강사의 질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실천했다. 역사 강사를 위한 교육과정을 여러 단계로 세분화해 개발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와 같은 직업훈련 기관에서 역사강사와 관련된 전문교육을 110시간 이상 수료한 사람들 가운데서 강사를 채용했다. 이 교육은 우리나라 역사를 기본으로 종교·건축·미술과 같은 분야별 교육, 백제권·신라권 등 지방권에 대한 내용까지 국사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 채용 이후에는 강사의 자질에 관한 소양교육을 실시한다. 이어 6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다. 여기에는 전문교육 및 선임 강사 수업참관, 시연 등이 포함되며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정식 강사가 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내부 심화교육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방학 때 4~5주 특별 훈련과정을 마련한다. 전체 강사를 수준별로 구분해 역사 심화교육부터 한국 근·현대사와 사회적기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사회적기업 교육은 자신들이 다니는 직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연대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밖에 강사들이 팀을 구성해 부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을 갖는다. ‘르누아르 전’과 같은 전시장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는 담당자가 그때그때 따로 공부한다. 김 대표와 ‘우리미래’의 설립에 함께한 이현주씨는 “강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일자리다. 집안일에 치여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에서 벗어나 공부를 통해 지적 충족감을 얻고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경험은 강사 스스로에게 중요한 성장의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역사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체험학습을 통해 변화한다. 처음에는 엄마 손에 이끌려 ‘또래’에 억지로 합류한 학생이 “학교에서 ‘팔만대장경’에 대해 배웠는데, 체험학습으로 이미 배웠던 내용이라 선생님의 물음에 잘 대답할 수 있었다”며 뿌듯한 소감을 편지로 전한다. 김 대표는 “교과서에서 글자로만 배운 것과 실제 현장에 찾아가 오감으로 느끼는 역사 교육은 확연히 다르다. 수업 진도를 나가느라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우리미래’가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생활협동조합이나 ‘참교육학부모회’ 등의 단체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실내수업을 요청하기도 한다.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은 수강 신청률이 높아 앞으로 성인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사회적기업답게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를 경영목표로 설정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우리미래’의 강사들은 일주일에 하루씩 서울 시내 지역아동센터(공부방)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과외받을 능력이 안 되는 취약계층 어린이들이 많이 수업에 들어온다. ‘우리미래’에서는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직원의 의무이다. 공부방 교육도 근무로 인정하기 때문에 강사들 역시 현장체험학습의 연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찾아가기 위해 공부방마다 한 학기씩을 맡아 수업을 진행했다.
강사들은 “공부방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입을 모은다. 더디지만 언제나 공부방 학생들의 발전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체험의 현장이든 공부방이든 아이들은 늘 변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꾸준하고 신뢰를 담은 자극은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하며 동시에 ‘우리미래’ 강사 선생님들의 보람과 희망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안치용 ERISS 소장 | 신지혜(이화여대 3년)·류재영(연세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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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일과 가정생활 양립 위해 여성 시간제 정규직 추진”
류재영·신지혜
사회적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 김인선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의 안정적인 고용확대와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집안일이나 간병과 같은 개인적인 이유로 전일 근무를 원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 문제는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기업체가 없고 채용된다 해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약직 근로자를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은 삶을 피폐하게 한다. 시간제지만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으로 ‘우리미래’가 갖는 의미는.
“답은 ‘사람을 위해서’다. 여기는 변화와 성장이 있는 곳이다. 비록 임금은 다른 기업체보다 많이 지급할 수 없지만, 사회적기업이 갖는 고용안정성과 직무교육은 근로자 스스로에게 매우 중요하다. ‘또래’나 공부방 학생과의 수업을 통해 서서히 변화한다. 사내 교육을 통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미래’는 지속적인 직업훈련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1998년부터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요청으로 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업훈련·취직 연계 프로그램을 맡게 됐고 2001년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에는 인력개발센터에서 자체 과정을 개발할 능력이 없어서 서로 프로그램을 베끼기에 급급했다. 중도 탈락률이 높아 몇 개월의 단기교육과정 위주로 진행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직업 기술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목적의식 설계였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직무와 그에 필요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역사 강사’라는 직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먼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고학력자일수록 재취업을 할 때 직업선택이 까다롭다. 전문직은 아니더라도 자기계발을 통해 성취욕을 느낄 수 있는 직종을 선호한다. 또한 자녀를 키우다 보니 교육 분야에 관심이 높다. 나 역시 사학을 전공했음에도 아이들을 체험현장에 많이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설명을 곁들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이러한 일이 시장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답사인력전문과정은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근무할 때 시험적으로 개설해본 것이었지만 꽤 오래 유지됐다. 처음에는 3개월짜리 단기과정으로 열었지만 호응이 좋아 1년이 넘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게 됐다.”
-여성 일터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직장의 이직률은 30%로 높은 편이다. 강사 일이 싫어서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사 때문에 집으로 ‘불려 들어가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말이 있지만 가정에 매인 상태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집안 일을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 지원이 중단된 뒤에도 이 고용규모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사회적기업의 도덕적 책임과 기업의 효율성 가운데서 고민하게 된다. ‘우리 미래’의 구성원들과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 ”
<류재영·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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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경력단절 여성들 자아성취 기회 창출
이은애|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ㆍ기업 운영방식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단시간 근로형 정규직 일자리를 개발하는 것이 과연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이 추진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적합성을 갖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다’이다.
일자리의 성별분업이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가사 부담을 안고 있는 기혼여성들에게 파트타임 노동은 결코 새로운 것이거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단시간 근로가 확대되는 과정은, 노동경제학자 안주엽의 표현처럼 ‘고용주가 협상력 우위를 가진 구매자시장’이 되어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양산했다.
우리미래는 바로 이 같은 가족 내 돌봄노동의 사회화나 공공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현실에서 M자형 취업곡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적합한’ 파트타임형 일자리를 개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나아가 경력단절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인적자본 개발과 고용 안정성 제고를 경영철학으로 삼아 60여명의 주부들이 전문적인 역사 체험교육 선생님이자 답사여행 가이드로 다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창출하였다. 즉 ‘단시간 근로=단기 계약직’이란 틀을 깨며 동종업계 최초로 체험강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제1호 여성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
우리가 사회적기업 우리미래의 경영철학을 신뢰하고 새로운 고용모델의 보급자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바로 여성직업훈련기관과 ‘여성의 일과 미래’라는 여성 노동문제 전문단체 대표를 역임한 우리미래 대표의 일관된 삶의 태도가 한 몫을 한다. 또한 ‘전 직원에게 문화소외층 아동교육 참여 의무화’, ‘수익은 강사와 교육 콘텐츠 개발에 우선 재투자하여 소비자에게 더 좋은 체험서비스 제공’, ‘강사들의 퇴직적립금을 이용한 공동투자 견인’ 등의 원칙을 실천한 일련의 과정도 신뢰의 타당성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경영원칙은 단기이익을 좇는 주주 중심의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차별화하면서, 소비자·노동자·투자자·문화소외층·공익대변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만족도를 조화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영원리를 추진한 결과이다. 이러한 경영이념을 사회적기업 창업자 그룹 소수가 아닌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실천적으로 인식하면서 내재화하기란 쉽지 않다는 데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애|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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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다양한 콘텐츠·노하우 상품화 고민을
최상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ㆍ기업 운영과제
국내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지원프로그램은 대부분 시범사업 성격으로 예산과 실질적인 취업지원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직장생활을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은 더 많은 현실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비정규직에다가 단순 노무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직은 아니더라도 자기개발을 통한 성취욕을 느끼면서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기를 원하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기회는 사실상 거의 닫혀 있는 셈이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기회를 역사문화체험이라는 교육과 여행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제공한다. 주5일제로 인한 여가 증가와 창의성 교육의 강조로 점차 확대되는 체험학습이라는 블루오션에 경력단절 여성을 역사문화체험 전문강사로 육성하여 진입한 것이다. 현재까지 가격이나 강의의 질, 기행장소 선정 등 프로그램 구성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우위를 보이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기획한 여성인력개발센터의 110시간 짜리 역사문화체험 교육과정을 수강한 여성들 가운데서 강사를 채용하고 내부심화 교육 후 역사문화체험 선생님으로 투입하는 철저한 경력개발제도와 시간제 정규직이라는 안정적 고용시스템 및 종업원지주제라는 지배구조에 따른 효과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구조는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교육콘텐츠와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으나 높은 고정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더 많은 매출을 하여야 손익분기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더 많은 수익원 발굴을 위해 사업다각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역사문화기행, 역사문화교실, 외국기행을 통하여 축적한 교재나 교구, 강사교육시스템을 상품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즉 회사가 역사체험 교육을 위해 만든 워크북 및 다양한 교구 콘텐츠를 강사교육시스템과 결합해 다른 지역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프랜차이즈사업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이미 확보한 역사문화체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이나 미술, 공연과 같은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기존 강사 및 교육인프라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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