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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홍헌호 칼럼] "4대강 사업, 대운하 사업 포석 맞다"(프레시안091228)

by 마리산인1324 2009. 12. 28.

<프레시안> 2009-12-28 오후 2:23:58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1228122401§ion=02

 

 

"4대강 사업, 대운하 사업 포석 맞다"

[홍헌호 칼럼] 낙동강 사업, 대운하와 똑같이 최심수심 6m이하

 

 

27일에는 오랜만에 많은 눈이 내렸다. 국회도서관으로 향했다. 12월 내내 바빴는데 간만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한 달 전 슬쩍 보아두었으나 그 동안 꼼꼼히 들여다 보지 못한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2009)이라는 책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성과는 좋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2000쪽이 넘어 보이는 이 방대한 책자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1단계 사업'이라는 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최심하상고 변화추이를 숨기고 싶어하는 국토부

필자는 오래 전부터 하천의 최심하상고(하천의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의 강바닥 해발고도)에 관심이 많았다. 이 고도를 알게 되면 그 하천에 퇴적이 더 많이 일어나는지 세굴(자연적인 침식과 인위적인 준설)이 더 많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2009)에도 이와 관련한 자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서술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과거에 그들은 하천의 최심하상고에 대하여 서술할 때, 당시까지 최심하상고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은 그 부분을 생략하는 대신 4대강 사업을 시행하게 되면 미래에 최심하상고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대목을 주로 서술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까지의 최심하상고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소개하는 것은 그들에게 불리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07년 보고서에서 낙동강에 퇴적보다 세굴(자연적인 침식과 인위적인 준설)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에서 낙동강 본류 하천에서 인위적인 하천골재 채취 및 하상 변동으로 과거 측량자료(1983~2002년 자료)와 최근 측량자료(2005년 자료)를 비교해 볼 때 하상이 최대 9.4m 낮아지고 하상 골재가 2억여톤 줄어 드는 등 낙동강 본류의 홍수방어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었다.

▲ ⓒ홍헌호

국토부는 감사원이 인용한 이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 것을 원치 않았다. 대운하 1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인 대규모 준설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 곳에서 세굴보다 퇴적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믿어주고 속아줄 필요가 있었다.

최심하상고를 보면 대운하가 보인다

어쨌든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2009)[이하 낙동강치수계획(2009)로 약칭함]이라는 책자는 필자에게 기대 이상의 소득을 안겨 주었다. 국회도서관에 간 이유는 단순히 2007년 감사원 보고서에 실린 실측데이터들이 그 책자에 들어있는지 확인해 볼 셈이었는데, 그 곳에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1단계 사업'이라는 보다 더 확실한 증거들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책자에서 보의 축조와 하천준설이 가져오는 미래의 최심하상고 변화에 대하여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과거에 정부가 대운하 사업이라고 운위한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것.

보의 축조와 하천준설은 어떻게 최심하상고를 변화시키며 어떻게 대운하를 구현하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보려면 우선 먼저 이들이 축조한다고 하는 낙동강 보의 제원과 하천준설량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이에 대한 정보는 국토부가 지난 7월에 내놓은 400쪽 분량의 '4대강살리기사업 마스터플랜'에 비교적 상세하게 들어 있다.

▲ ⓒ홍헌호

위 자료를 보면 준설량에 비하여 저수로 폭이 의외로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국민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수심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준설과 무관하게 높이 9~13m에 달하는 거대한 보의 축조 자체가 많은 물을 저장하게 하므로 수심은 더욱 깊어진다.

국토부 스스로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8개 보의 최대수심이 10.8~29.1m에 이르고 평균수심이 7.4~9.3m에 이른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구둑~함안보, 전구간 최심수심을 6m이하로 낮추는 국토부

국토부는 최심하상고를 어떻게 바꾸려 하고 있을까. 1개 하구둑과 8개 보 중 함안보와 합천보에 대한 데이터들을 차례로 훑어보고, 4대강 사업으로 대운하 사업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기로 하자.

먼저 구간길이 75.7km에 달하는 '하구둑~함안보'의 경우부터 보기로 한다. 아래 그림은 필자가 국토부의 낙동강 치수계획(2009)에 실린 하구둑~함안보 데이터 중에서 정부가 준설하겠다고 하는 부분만을 골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주1) 이 그림은 정부가 준설하겠다고 하는 부분만을 골라 그린 것이므로, 준설 의지가 없는 부분(정부가 준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부분, 현재도 수심이 깊은 지점)은 빠져 있음. (주2) 가로 축은 하구로부터의 거리(km), 세로 축은 최심하상고(m). (자료) 국토부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2009)' 데이터를 재구성. ⓒ홍헌호

이 그림을 보면 정부의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2009)이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구간의 경우 현재 하상고와 수심은 1~2m에서 수십 미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정부는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낙동강 치수계획(2009)에서 이것을 균일하게 6m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함안보~합천보, 전구간 최심수심을 6m 이하로 낮추는 국토부

'함안보~합천보'의 경우는 어떨까. 4대강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함안보의 수위를 해발 7.5m로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겠다고 한다.

역시 이 구간에 대해서도 하구둑~함안보 경우와 마찬가지로 낙동강 치수계획(2009)에 실린 데이터 중에서 정부가 준설하겠다고 하는 부분만을 골라 그림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주와 출처 : 위와 동일. ⓒ홍헌호

이 구간을 보면 현재 하상고는 -2m에서 +4m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정부는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낙동강 치수계획(2009)에서 이것을 균일하게 2m 이하로 낮추고, 최심수심(가장 깊은 곳의 수심) 또한 6m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합천보~달성보도 전구간 최심수심을 6m 이하로

합천보~달성보의 경우는 어떨까. 4대강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합천보의 수위를 해발 10.5m로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겠다고 한다.

역시 이 구간에 대해서도 낙동강 치수계획(2009)에 실린 데이터 중에서 정부가 준설하겠다고 하는 부분만을 골라 그림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주와 출처 : 위와 동일. ⓒ홍헌호

역시 이 구간에서도 현재 최심하상고는 2m에서 6m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정부는 낙동강 치수계획(2009)에서 이것을 균일하게 4m 이하로 낮추고, 최심수심(가장 깊은 곳의 수심) 또한 6m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낙동강 사업, 국무총리실 대운하 사업 기준보다 대규모

흥미로운 것은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2009)에 실린 데이터들이 지난해 12월 25일 국무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대운하의 실체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당시 국무총리실은 보도자료에서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 사업'을 이렇게 구분한 바 있다.

▲ ⓒ홍헌호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보의 높이가 5~10m에 이르고 수심이 6.1m에 이르면 대운하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낙동강 사업은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밝힌 '대운하 사업' 기준보다 더 규모가 크게 추진되고 있다. 보의 높이는 9~13m로 축조될 예정이며 8개 보의 평균 수심은 7.4~10.4m에 이른다.

그렇다면 정부가 최심하상고를 균일하게 다듬고자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핑계없는 무덤 없듯이 누구에게나 변명거리는 준비되어 있다. 국토부는 그것이 유속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의 축조만큼 유속을 느리게 하는 장애물도 없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청와대는 자신들이 '대운하'를 추진할 의사가 없으므로 그것을 믿어 달라고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1단계 사업이라는 증거는 도처에서 우후죽순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 정부가 내세우는 4대강 사업의 명분이 얼마나 근거없는 것인지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온갖 거짓말로 범벅이 된 4대강 사업. 정부는 이런 수많은 거짓말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하는 눈치다. 과연 정부의 소망대로 수많은 거짓말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천문학적인 예산낭비를 가져오는 이 사업을 둘러싸고 개인의 사익을 위하여 국가의 공익을 희생하려는 탐욕의 눈빛들이 게걸스럽게 빛나고 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