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기의 일본여행
1. 마을만들기의 모범지역 '미야자키현 아야정'
지난해 11월, 마을 만들기를 통해 지역활성화를 시키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모범사례 지역 두 군데를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지역은 마을 만들기의 모범사례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규슈의 미야자키현 아야정과 지역 상공인과 주민이 주체가 되어 활성화 시키고 있는 온천관광지로 유명한 유후인입니다. 아래에서 언급하는 이들 지역의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부안’을 만들는데 참고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 ‘수공예품의 마을’ 아야정
아야정은 일본 규슈의 동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미야자키시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총 면적은 95.21㎢로서 이중 80%가 산림지역으로 경지면적은 아주 적은 8%에 지나지 않는다. 아야정은 중심부는 북과 남으로 두 개의 하천이 흐르고, 두 하천이 만나는 지역이 논경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에다 미노루 정장에 따르면, “인구는 7천5백여명인데, 아야천 종합개발사업 최전성기였던 1958년엔 1만2천3백여명이나 되었으나 사업이 끝난뒤 전국적인 경제성장으로 지방으로부터 도시로 급격히 빠져나감으로서 1980년대에는 7천2백여명으로 급격히 감소했었다.”며, “이후로는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65세 이상이 27.7%나 되어 고령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야정이 일본의 급격한 경제발전 시대인 1960년대에 ‘야반도주’가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1967년에 일본 정부가 아야정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조엽수림을 벌목할 계획을 세었다. 아야정 북서부의 산림지역에는 33.5㎢나 되는 국내 최대규모의 조엽수림 (떡갈나무, 메밀잣나무, 동백나무 등의 상록활엽수)이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고다 미노루 정장이 적극 나서 반대운동을 전개해 주민의 90% 반대서명을 받아 농림대신에게 전달하고 그 계획을 저지시켰다.
이를 계기로 정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벌목위기에 처했던 조엽수림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1982년에는 ‘규슈중앙산지 국정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조엽수림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일본의 ‘명수백선’으로 선정되어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같은 자연림을 활용한 목공과 도예, 유리공예, 염직물 등 40개가 넘는 다양한 공방이 들어서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지원했다.
당시 고다 미노루 정장이 이들 공방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서 전국에서 유명 장인을 모셔왔다고 한다. 지금은 이들 공방에서 장인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1985년엔 느티나무 등을 사용해 복원시킨 ‘아야성’과 ‘국제 크레프트 성’이 왕성되면서 아야정의 수공예품이 적극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수공예품의 마을’로서 알려지게 되었고, 매년 11월 중순에는 모든 공방이 참여하는 ‘아야 공예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 ‘유기농업의 모범’ 아야정
아야정은 1973년에 주민들 스스로를 위해서도 ‘건강하고 살기좋은 마을만들기’가 필요하다면서 각 가정마다 신선한 텃밭농사를 만들고 한평 텃밭 보급운동을 시작했다. 동시에 유기물퇴비화 시설을 만들어 보급했으며, 전국 각지의 생협과 직거래를 시작했다. 1983년에는 생산자와 농협, 지자체가 하나되어 유기농업추진본부를 설치하고 1988년에는 ‘자연생태계농업의 추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추진주체로서 ‘유기농업 추진회의’와 ‘유기농업개발센터’를 설립하고, 1989년엔 ‘유기농업실천진흥회’를 설치하였다.
또한 행정은 유기농산물의 품질관리를 위해 농지의 등록기준과 생산관리 기준에 따라 생산물의 등급 A, B, C으로 나누어 매기고, 인증스티커를 부착해 소비자에게 재배관리실태를 명확하게 알릴 수 있는 체계를 갖주고 있다. 유기농업개발센터에서는 토양분석 결과를 근거로 시비설계를 하여 완숙퇴비 (소똥, 돼지똥, 볏집 등)를 투입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병충해 방제대책을 연구하여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아야정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일차적으로 지역내에서 소비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아야정내 초·중학교 급식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아야정 중심부에 위치한 ‘아야진품센터’에서 판매되는 40억원의 매출중에서 등록된 농민회원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50%를 차지한다. 소비자 층의 90%는 안전한 농산물을 찾는 외지인들이다.
매년 가을에 소비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수확체험교류회를 갖고, 매년 11월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700여명이 모여 인식의 통일과 신뢰관계를 쌓기위해 유기농업 사례보고와 강연 등을 여는 유기농업추진대회를 개최한다. 지자체와 농협 등이 농민들과 함께 유기농업 활성화와 직거래를 위해 제정적,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자치공민관 운영의 모범’ 아야정
아야정의 마을만들기를 지탱하고 있는 강력한 조직으로서 자치공민관이 있다는 것이다. 아야정은 22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마을에 자치공민관이 있다. 1965년부터 이전의 행정조직에 의해 영향을 받던 구장(우리나라의 ‘이장’ 조직)제도를 폐지한 후 자치공민관제도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자치공민관은 마을 주민 스스스의 부담으로 스스로의 발상에 기초하여 향토애를 가지고 생활문화를 높이는 실천조직이다.
자치공민관의 활동은 산업진흥 뿐만 아니라 사회교육, 커뮤니티, 문화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회교육, 문화활동, 쟁점토론과 문제 해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요활동은 매년 꽃밭만들기 운동과 1976년부터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여는 하천 일제청소, 그리고 1980년부터 22개 공민관 마다 열이는 문화제 등이다.
현지에서 만난 모이야마 키요카 자치공민관연락협의회 회장은 “행정과 자치공민관은 지역마을 만들기의 쌍두마차”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치공민관내 정면에는 ‘풍부한 자연과 전통을 활용해 주민 모두의 지혜와 협력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헌장을 정했다’며 ‘아야정 헌장’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적혀 있다. ‘자연생태계를 활용하고 키우는 마을을 만들자’, ‘건강하고 풍부하며 활력있는 마을을 만들자’, ‘청소년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주는 마을을 만들자’, ‘생활문화에 창의와 공부를 집중시키는 마을을 만들자’, ‘배려와 만남으로 밝은 마을을 만들자’.
그리고 아야정은 일본 남부의 ‘온난다우’라는 몬순 기후 조건을 이용해 스포츠 합숙훈련장을 여러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국제적인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국제적인 교육과 문화교류, 스포츠 교류에 힘쓰고 있다.
아야정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야정의 자연적인 최대 조건인 조엽수림과 깨끗한 물을 바탕으로 한 산업육성과 시대흐름에 맞게 유기농산물 생산을 적극 육성하고 지원해 도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고 있다. 그 결과 매년 1백만명이 넘는 외래 관광객이 아야정을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마에다 미노루 정장은 아야정의 향후 계획에 대해 “조엽수림 면적을 100㎢로 확대하여 보호?복원하고, 이 조엽수림을 UNESCO 세계자연유산에 등록 신청을 할 예정”이고, “아야정의 농산물이라면 진짜라고 하는 ‘아야브랜드’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아야정의 마을 만들기 사례는 지속가능한 부안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는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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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벌목위기에 처했다가 '국정공원'지정되어 많은 관람객을 불러들이는 천연 조엽수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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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정내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가공품을 전시해 판매하는 '아야진품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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