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국내 농산물 유통 실험의 예로 무안황토랑유통공사와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를 소개한다. 이 두 회사는 지방자치단체와 농민, 생산자단체 등이 공동출자해서 설립한 농산물유통회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시군유통회사 농정시책을 수립하기 3~4년전에 출발했으나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성공 사례의 의미가 아닌 농산물 유통의 여러 움직임 중에 하나로 소개함을 미리 밝혀둔다. <편집자 주>
1. 부안군 농산물, 어떻게 유통되나 2. 국내의 농산물 유통 실험들 ① 3. 국내의 농산물 유통 실험들 ② 4. 일본 농산물 유통, 무엇을 참고할 것인가 -일본 치바현: 토미사토 농협 등 -일본 이바라키현: 이나시키 농협 등 5. 부안이 직접 말하는 농산물 유통과 대안 -좌담회: 생산자(농민), 유통인, 행정가, 전문가 6. 새로운 농산물 유통 모델을 그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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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과 많이 닮은 무안의 가을 들판. 바다와 인접한 양파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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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황토랑유통공사의 효도상품인 '빨간 양파 엑기스'. | 소비자 중심의 홍보마케팅 무안황토랑유통공사
무안군과 부안군은 서로 많이 닮아있다. 서해라는 바다를 끼고 있고, 생산되는 농산물도 비슷하다. 인구도 6만 5천명 정도로 부안과 비슷한 규모이며, 부안의 주요 농산물중에 하나인 양파도 무안에서 전국 생산량의 17%를 공급한다. 십여년부터 연(蓮)을 테마로 한 축제가 열렸고, 2005년부터 군에서 복합산업으로 지원하면서 재배면적과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
무안황토랑유통공사는 2004년 7월에 무안군과 생산자단체가 총 2억5천만원(지자체 44%, 민간단체 56%)을 공동출자해 시작되었다. 현재 무안에 본사가 있으며, 경기도 광주시 목현동에 지사와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본사에는 김성두 대표이사를 비롯해 세 명이 근무하고, 지사에는 네 명이 상근한다. 본사는 산지에서의 농산품 수매를 담당하고, 소비지에 자리잡은 지사는 수도권에서의 시장개척, 영업활동, 물류기능을 담당한다.
‘황토랑’과 ‘하늘백련’
무안황토랑유통공사는 시작한지 4년이 된 현재까지 총 92억원의 누적매출을 올렸다. 현재 매출액의 80% 정도는 농산물가공품으로 양파음료, 백련을 이용한 국수, 장류, 연잎 차 등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도 쌀, 양파, 고구마, 절임배추 등을 유통하고 있다. 이는 농산물만으로는 시장의 완충기능을 하기 어렵고, 지역의 여건을 활용한 농산물 가공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무안에서 생산된 백련을 가공한 제품에는 ‘하늘백련’이라는 브랜드가 공동으로 쓰이며, 그 외의 농산물에는 ‘황토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소비자 관리와 틈새시장 공략
무안황토랑유통공사는 지자체 협력모델 구축, 소비자중심의 마케팅, 블루오션전략을 마케팅의 기본으로 세우고 있다. 지자체협력모델이란 지방자치단체와 대형유통업체가 서로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연결하거나 관리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소비자중심의 마케팅을 위해서 고객평가단, 고객모니터링, 대학생인터넷MD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평가단은 산지를 직접 방문해 체험행사를 하는 등 제품에 대한 검증과 홍보역할을 한다. 대학생인터넷MD는 인터넷쇼핑몰이나 오픈마켓 등에서 다양한 평가나 홍보활동 등을 담당한다. 이런 활동들은 사업운영의 주체가 명확하고, 무안황토랑유통공사가 공익적 기능을 담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의 소비자를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것은 시장의 거점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소포장 상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존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
무안황토랑유통공사는 농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농가와 개별적으로 접촉하기보다는 생산자 단체나 가공회사를 통해 물량을 확보한다. 이는 전문화된 생단자 단체에 생산이나 재배, 저장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있고, 이미 네트워크도 상당히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안황토랑유통공사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인적네트워크나 하드웨어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여 생산 이후의 단계, 즉 마케팅이나 시장개척 등 유통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성두 대표이사가 말하는 농산물유통
우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시작해서 농림수산식품부의 제1농정시책과 유사한 모델을 만들었다는데 자긍심을 느낀다. 지난 7월에는 농촌활력증진사업 우수모델 공모사업 중 시장개척 부문에서 최우수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요와 공급의 가격이론만으로 접근하면 농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앞으로 양파와 고구마, 백련 등을 지역명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내년에 출범하는 다수의 시군유통회사가 서로 협력한다면 대형유통업체나 도매시장에 이끌려오던 기존의 농산물유통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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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래동 도심 속에 자리잡은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의 RPC. (사진제공=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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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RPC를 열며 출시한 ‘아침에 나온 쌀’. | 도심속의 방앗간 운영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
부안과 인접한 정읍은 대도시 전주와 광주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큰 시로, 인구는 부안의 두 배인 13만명 정도이다. 주요 농산물로는 쌀, 잡곡, 수박 등이 있으며, 한우로도 유명하다. 관내 내장산의 단풍에서 착안한 ‘단풍미인’을 정읍시농특산물공동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대표이사 신민균)는 2005년 12월에 정읍시와 농·축·임협, 영농조합, 시민들이 힘을 모아 총 3,194명의 주주가 참여해 14억의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현재 정읍농산물도매시장 내에 본사가 있으며, 서울 문래동에 도심RPC, 잡곡 포장시설, 물류창고가 자리잡고 있다. 본사에는 시청에서 파견한 공무원 2명과 GAP인증업무를 위한 농협중앙회 파견자 1인을 포함해 7명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서울지사에는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 2명과 도정시설을 관리하는 직원 1인이 상근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침에 나온 쌀’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는 2006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에 ‘도심속 방앗간’을 열었다. 현재 서울내에 있는 유일한 RPC이다. 벼의 수매나 저장은 농협에서 담당하지만 도정은 소비지에서 이뤄지는 일본의 쌀 유통시스템에 착안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장점을 고스란히 반영해 ‘아침에 나온 쌀’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다.
계약을 체결한 관내의 RPC에서 현미상태로 배송해 소비지 RPC에서 최종 도정작업을 거친다. 2007년 7월에는 잡곡 포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했고, 이어서 10월에는 소비지 RPC 유통 물류 거점 확보를 위한 창고 건물도 매입했다.
전북 서남부평야권 과수 공동 마케팅
현재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전라북도의 6개 지자체(정읍, 전주, 익산, 김제, 완주, 임실)가 과수 공동브랜드 개발 및 공동마케팅 협약이 체결되어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 사과, 복숭아의 상당한 부분이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과일선물세트를 공급하거나 과일전문판매 프랜차이즈에 당도, 육질 등을 규격화한 맞춤형 포장으로 복숭아를 납품하기도 했다. 현재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를 통해 유통되는 농산물의 50% 정도는 쌀이며, 이외에 스무 종류가 넘는 잡곡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유통은 정형화되지 않는다
정읍시농산물유통회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농산물을 확보한다. 품목에 따라서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기도 하고, 농협이나 영농조합과도 거래한다. 극히 일부품목만 계약재배를 통해 사들이고 있다. 2007년에는 탑라이스 단지를 지정받아 유통하기도 했다. 설립 초기에는 대형유통업체에 납품을 하기도 했으나 확보한 농산물이나 거점이 없다보니 지속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 현재는 식자재회사, 대형 프랜차이즈, 가공업체에 주로 곡물을 공급하며, 정읍관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쌀을 납품하고 있다.
신민균 대표이사가 말하는 농산물유통
어느 품목이든지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좋은 품질’이다. 그 동안은 농민들에게 농산물의 ‘상품화’라는 부문이 많이 교육이 되었다. 이젠 소비자가 원하면 농민들이 그에 걸맞게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부문이다.
좋은 물건은 팔리기 마련이다. 좋은 물건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내년에 10개의 유통회사가 출범하면 농산물유통에 새로운 판도가 예상된다. 전국에 똑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사진=정봉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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