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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기획>지역 농산물 유통의 해법을 찾다-국내농산물유통 실험들②진천,불정

by 마리산인1324 2010. 3. 28.

<부안독립신문> 2008년11월16일 23:47:52

http://www.ibuan.com/webbs/view.php?board=news&id=5610

 

 

 

국내 농산물 유통 실험들② :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괴산 불정농협
<기획취재> 지역 농산물 유통의 해법을 찾다
정봉연 기자 

이번 호에서는 국내 농산물 유통 실험의 예로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과 괴산군의 불정농협을 소개한다. 정부에서는 지난 1991년부터 RPC 설치를 지원해 왔고, 2002년에는 328개에 이르렀다. 현재는 2015년의 쌀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RPC 통합을 통한 규모화와 경쟁력 강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RPC 통합 정책에서 우수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괴산 불정농협은 개별 농협 차원에서 농산물 유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잘 꾸려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물가격 최저보상제, 잎담배 매매계약, 청과물산지거점유통센터 건립 협약 등 개별 농협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불정농협의 사례는 일반적인 ‘농산물 유통’의 의미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의미이다. 이번 호에 소개되는 사례 또한 성공의 의미보다는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로 소개함을 미리 밝혀둔다. <편집자 주>


1. 부안군 농산물, 어떻게 유통되나
2. 국내의 농산물 유통 실험들 ①
3. 국내의 농산물 유통 실험들 ②
4. 일본 농산물 유통, 무엇을 참고할 것인가
-일본 치바현: 토미사토 농협 등
-일본 이바라키현: 이나시키 농협 등
5. 부안이 직접 말하는 농산물 유통과 대안
-좌담회: 생산자(농민), 유통인, 행정가, 전문가
6. 새로운 농산물 유통 모델을 그려보다


2000년에 준공한 진천군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의 미곡도정시설.

고급미‘생거진천쌀’과 일반미‘누네찬쌀’.

규모화는 경쟁력이다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충북 진천군에서는 2007년에 약 2만8천톤 정도의 쌀이 생산됐다. 부안군에서 생산되는 쌀의 약 40% 정도 수준이다.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공장부지가 농지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고, 벼를 재배하던 논이 수박하우스 등의 시설채소재배로 점차 전용되면서 미곡생산량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2005년 초에 진천관내 6개 농협 중 RPC를 보유하고 진천, 덕산, 이월농협이 각각 정기총회를 갖고 RPC 합병을 승인했다. RPC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다른 농협도 합류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광혜원농협만 합병에 동의해 2005년 10월에 4개의 조합이 공동투자한 진천지역 통합RPC가 출범했다. 출범 당시에는 진천농협, 이월농협, 덕산농협이 각각 18억5천여만원, 13억8천여만원, 21억5천만원을 현물투자했고, 광혜원농협이 3억원을 현금으로 투자했다. 현재 진천군에는 이렇게 탄생한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 송진용, 이하 진천쌀조합) 외에 민간RPC 1개소와 도정공장 15개소가 있다.


규모화는 시설 근대화로 이어져

진천쌀조합은 2007년 고품질쌀 브랜드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시설현대화자금과 자부담을 더해 34억원을 투입해 시간당 5톤을 가공할 수 있는 최첨단의 완전자동화 시설을 시공했다. 고품질쌀 브랜드 육성사업 대상자 선정시에 통합RPC는 약간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작년 7월에 준공된 새로운 시설은 정선과정이 엄격해졌고, 도정시 쌀이 닿는 부분은 모두 스텐재질로 되어 있으며, 자동으로 포장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설은 연간 250일 정도가 가동되고 있으며, 기존 RPC 시설은 반입시설, 수매장소, 현미전용 도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대표이사를 포함해 1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고급미 ‘생거진천쌀’과 일반미 ‘누네찬쌀’

현재 진천쌀조합에서는 ‘생거진천쌀’을 고급 브랜드로, ‘누네찬쌀’을 보조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연간 처리하는 9천여톤의 쌀 중에 6천여톤(687농가, 천 헥타르)은 농가와의 계약재배로 생산된다. 계약재배물량은 모두 GAP(우수농산물) 인증을 받고 생산이력을 붙여서 출하하고 있다.

지난 1988년과 89년에 진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관내의 농지토질을 전수조사해 네 단계로 나눴다. 상위 두 단계의 농지가 계약재배의 대상이 되고, 지자체에서 가마당 3천원이 더 지급된다. 올해 특등급이 5만7천원에 수매되었고, 계약재배의 경우 3천원이 더 지급되니 6만원인 셈이다. 그 외 토질등급이 낮은 땅에서 생산된 쌀은 일반 브랜드인 ‘누네찬쌀’로 유통된다. 현재 고급미가 45%, 일반미가 55%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 단일화로 시장 교섭력 높아져

지난 2002년에 전국적으로 328개소이던 RPC가 현재는 275개 정도이다. 농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23개소의 통합RPC가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곡처리장 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쌀 우수브랜드 육성에 있다. 송진용 대표는 통합RPC의 장점으로 조합간의 가격경쟁이 없으며, 의사집약과 품질관리가 용이한 것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장점은 마케팅 단일화로 시장 교섭력이 높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 후 진천쌀조합은 2006년 전국 RPC 사업실적 평가에서 경영대상을 수상했고, 2007년 쌀 브랜드 육성사업에서 전국 8개 브랜드에 선정되었다. 또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유통 브랜드쌀 평가대회에서 2005년부터 연속해 우수브랜드쌀로 선정돼 농림수산식품부의 ‘러브미(LOVE米)’ 마크를 획득해오고 있다.

불정농협 전경. 뒷편으로 지역문화 복지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폐교부지에 건립한 농산물 유통센터.

조합원이 살아야 농협이 산다
충북 괴산군 불정농협


불정농협(조합장 남무현)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 면소재지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95년 인근의 감물조합과 합병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말 기준으로 조합원이 1,568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의 농협이다. 벼 이외에 사과, 배, 복숭아, 고추, 감자, 콩 등을 농특산물로 꼽는다. 2007년도 경제사업분야를 보면 조합원들이 수탁한 농산물 출하가 약 60억원, 추곡수매 및 정부위촉사업이 약 20억원으로 총 80억5천5백만원의 판매사업이 이뤄졌다. 이외에 논콩 계약배재가 11억원, 8억원 규모의 자체적인 두류사업이 실시됐다. 일반적인 농협의 신용사업 대 경제사업 비율이 7:3 정도인데 불정농협은 다른 조합에 비해서 경제사업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시설 투자는 최소한으로

불정농협에서는 2007년에 총 17억원을 투입해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에 80평 규모의 저온저장고, 20여평의 예냉실과 선별라인이 있는 농산물유통센터를 건립했다. 기존의 200평 규모의 종합선별장과 300평 규모의 태양초건조장, 집하장 2동을 유통센터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이 유통센터를 짓는데 불정농협에서 직접 투자한 돈은 1억여원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지원과 관내 작목반 등 조합원들이 비용을 지원했다. 농협 자체적으로 가공된 쌀을 출하하지만 별도의 도정시설은 없다. 연간 7만 가마 이상이 도정되어야만 현실적인 운영이 가능한데 현재는 5만 가마 정도를 도정하기 때문에 임가공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농산물유통센터에 있는 곡물건조기가 모두 불정농협의 소유인 것도 아니다. 쌀작목반에서 지원받은 곡물건조기를 유통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 대신에 조합원들로부터 건조하지 않은 물벼를 수매해 농협 직원들이 직접 건조한다.

고추와 감자의 최저가격보장제

최저가격보장제는 최저가격을 정해놓고 시중가격이 그 가격보다 하락해도 농민에게 돌아가는 매취가격은 최저가격을 지키는 생산비 보장 제도이다. 이 제도는 지역내의 고령화된 소농들이 계속 영농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복지차원의 접근이었다. 지난 2007년에 불정농협이 제시한 최저가격은 홍고추의 경우 20킬로그램에 2만4천원이고, 건고추는 한 근(600그램)당 5천원이었다. 이를 위해 6억여원의 손실보전금을 확보하고, 홍고추를 태양열 건고추로 가공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최저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더 낮아 각각 3천만원, 8천만원의 손실보전금이 지급됐다. 올해는 감자 품목도 추가해 20킬로그램당 만원을 최저가격으로 정했다. 최저가격을 보장받으려면 조합원들은 농협에서 제시한 품종이나 품질에 대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지난달 말에는 국내 민간담배회사와 올해 수매물량 30톤을 킬로그램당 9천원에 수매하는 내용의 엽연초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약 100헥타아르의 면적에서 잎담배농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거점으로

지난달 초에 불정농협은 친환경유기농업의 발전을 위해 산지거점유통센터(APC)를 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 내에 건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내에 저장시설과 채소·과일·잡곡 종합처리장 등 5천평 규모의 APC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불정농협은 생협연대를 통해 유통되는 쌀의 90%, 찹쌀 50%를 납품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950톤, 20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외에 친환경 콩을 매입해 소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불정농협에서 납품하는 친환경 농산물이 모두 관내에서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매입하고 공급함으로써 친환경 농가의 소득 증대 및 조합 손익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관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20%가 친환경농산물이며, 내년에는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관내에서 생산하는 벼와 잡곡류 전량을 GAP(우수농산물)로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과 조합원(농민)은 한 배를 탔다

남무현 조합장은 농산물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관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현재 3천명 이상의 고정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소비자 초청행사와 자매결연 등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불정농협의 경제사업은 조합원의 복지개념에서 출발했고, 그 성과 또한 조합원에게 되돌리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사업과 복지를 위한 초기 비용을 조합원이 부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관내 면세유의 99%가 불정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이다. 타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까지 유통하는 것도 조합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서이다. 남 조합장은 ‘나누면서 벌 것인지, 벌어서 나눌 것인지’가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글·사진=정봉연 기자


부안독립신문 2008년 11월 14일자(203호).
2008년11월16일 23:4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