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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기획>지역농산물 유통의 해법을 찾다-부안군 농산물유통, 어디로 가야하나

by 마리산인1324 2010. 3. 28.

<부안독립신문> 2008년12월22일 16:00:42

http://www.ibuan.com/webbs/view.php?board=news&id=5764

 

 

 

부안군 농산물 유통, 어디로 가야하는가
<기획취재> 지역 농산물 유통의 해법을 찾다
정봉연 기자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5회에 걸쳐 농산물 유통에 관한 기획취재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지금까지 소개한 부안군 현황, 무안황토랑유통공사, 정읍시농산물유통주식회사, 진천통합RPC, 불정농협, 일본의 농산물직판장과 농사조합법인의 사례와 군유통회사 설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편집자주>


1. 부안군 농산물, 어떻게 유통되나
2. 국내의 농산물 유통 실험들 ①
3. 국내의 농산물 유통 실험들 ②
4. 일본 농산물 유통, 무엇을 참고할 것인가
- 미라이농협 농산물직판장 쇼이가고
- 와고엔 농사조합법인
5. 부안이 직접 말하는 농산물 유통과 대안
-농업회사법인 부안주식회사 설립, 타당성 검토
6. 부안군 농산물 유통, 어디로 가야하는가


지난 18일 아침, 부안읍에 있는 한 청과물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의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농대를 나와 대형유통업체에서 농산물파트를 담당하면서부터 지금까지 30여년을 농산물 유통에만 매달렸지만 아직도 정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농산물 유통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농산물유통회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농산물 유통의 정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현재의 농산물 유통에 문제가 있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돌파구가 반드시 정부의 사업지원 지침에 따른 ‘군유통회사’ 형식일 필요는 없다. 특히 주춧돌도 제대로 괴어놓지 않은 상태에서 2010년 지원사업 신청을 목표로 시간에 쫓겨 ‘서류 작성과 조직 꾸리기’에 연연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장기적인 전망 하에서 순차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돌파구가 아니라 ‘새로운 무덤’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를 먼저 알고, 시장을 알아야

앞서의 기사에서도 수차례 언급했지만 지금 부안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군유통회사 설립 타당성 용역의 중간보고에서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은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본지의 기획취재에서도 가장 큰 난제였다. 군에서는 자료를 제대로 취합하지 못하고 있고, 농협이나 각 유통업체에서는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농민들도 자신의 경지면적이나 농산물 생산량을 정확한 수치로 이야기하지 않고 ‘얼추’, ‘대충’으로 얼버무리기 일쑤다. 때문에 지금의 기초자료 부재를 정기적으로 부서를 이동하는 담당공무원이나 짧은 기간동안 용역을 수행한 연구기관의 탓으로 돌릴 일만은 아니다.

기획취재 중에서 만난 유통회사 대표의 사무실은 본인이 직접 공부하고 집필한 책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5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특산품을 이용한 농산물가공회사를 차렸고 현재는 군과 민간이 출자한 유통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취급하는 품목만이 아니라 지역 내의 농산물 유통 경로를 꿰고 있었고, 현재도 농업CEO과정을 다니며 지역의 농산물 생산과 시장의 흐름을 연결시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지금 부안에는 이렇게 현장에 녹아있는 지역밀착형 전문가가 필요하다.

새로운 발걸음을 떼기 전에 우선 지역 내에서 어떤 농산물이 얼마나 경작되고, 어떻게 유통되고, 유통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꼼꼼히 먼저 따져봐야 한다. 정확한 기초자료 위에서 비로소 유통구조의 개선이나 새로운 유통회사의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기획단 필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진행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타 지자체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인 인사이동으로 인해 기존의 공무원들만으로는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별도의 전문적인 조직을 꾸려 현재 부안의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현실에 기반한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장수군은 2003년 4월에 운영위원회(민, 관), 자문위원(전문교수, 의원), 기획팀(계약직, 공무원)이 구성하는 농촌발전기획단을 발족했다. 지역 내 전문인력을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해 현장감과 깊이를 더했다. 농촌발전기획단에 주어진 일은 지역조건을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해 차별화된 농촌발전 전략수립과 소득증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조직은 가장 첫 작업으로 농가경영실태파악을 위해 2003년도에 관내농가 6374호를 전수 조사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주요농정수립의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파악을 근거로 한 계획수립은 군의회에서 “장수군농업경영회생사업기금설치및운용조례” 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탄탄한 기초자료 위에서 지역순환농업, 연 5천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가 3천호를 육성한다는 내용의 5·3프로젝트, 농가경영회생사업, 장수한우클러스터사업단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가능했다. 농촌발전기획단은 현재 외부전문가과 공무원이 각각 세 명씩 배치되어 기획실 내에 소속되어 있다. 이외에 외부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터를 닦아나가는 본보기로 진안군의 마을만들기 사업도 꼽을 수 있다.


주요 생산품목 유통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2007년 주요 농산물 유통경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통출하가 34.8%, 산지유통인 20.7%, 가공(저장)업체 31.3%, 산지공판장·도매상·기타 13.2%로 나타났다. 주요 42개 품목의 평균 유통비용이 43.4%였고, 유통단계별로 구분하면 출하단계 11.8%, 도매단계 9.6%, 소매단계가 22.0%를 차지했다. 또한 도매시장을 경유해 판매할 경우 평균 유통비용이 56.5%인 반면 유통업체에 출하할 때는 45.0%로 유통비용이 11.5% 감소했다. 해당되는 유통과정을 줄이거나 유통경로를 바꾼다면 그만큼의 유통비용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거나 소비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이다.

관내 농가소득의 대부분인 73.8%를 차지하는 미곡의 유통비용은 21.2%로 타 농산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관내 농산물에서 미곡 외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봄감자(72.2%), 고구마(64.4%), 양파(72.2%), 대파(81.5%) 등은 유통비용이 높아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20~40% 가량만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수박(40.8%), 콩(50.7%), 건고추(34.6%)는 그나마 절반 이상은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재 관내 주요 농산물 중에서 유통비용이 높은 품목을 골라 유통경로와 농산물포장 등의 개선으로 농민의 생산비를 보장하고, 소비자가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드려보자

부안군에서는 지난 5월에 유통회사 설립사업 추진 협의회를 개최하고, 군유통회사 설립 타당성 용역(이하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정부의 시군유통회사 설립운영 지원 사업에 필요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중간보고의 지적사항을 일부 보완해 17일에 열린 최종 보고회에서 용역을 수행한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은 “부안군의 유통회사 설립은 타당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누락되어 있었다. 해당 보고서의 부안군 농업환경 취약점 항목에 서술되어 있듯이 ‘부안군 내 생산되는 총 물량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음’이다. 보고서나 연구자의 발표내용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정부의 사업시행지침에 끼워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정부의 시행지침으로는 농어업인(영농·영어조합법인 포함)의 출자액과 군 출자액이 각각 자본금의 2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최소 자본금 30억원 중에 절반 이상을 농민이 직접 출자하거나 군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에 선정되면 3년간 20억원 이내에서 경영안정을 지원하며, 70억원 이내의 운영활성화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준다는 계획이다. 2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30억원의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을 섣부르게 준비하는 것은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틀에 군유통회사를 우겨넣기 보다는 지역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글·사진=정봉연 기자

부안독립신문 2008년 12월 19일자(208호).
2008년12월22일 16: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