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효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00년대 이르러서였다고 볼 수 있다. 숲의 건강 효과가 처음 보고된 것은 아마도 1900년대 초 미국 뉴욕 시의 한 병원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당시 그 병원에는 입원 환자가 너무 많아 병실이 모자랐다. 병원 측은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 환자들을 따로 분리해 야영을 시키며 치료를 하였는데 그 회복률이 상당히 높음을 발견하였다.
그 이후 많은 실증적 연구들이 이러한 숲의 건강효과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여 주었다. 일반적으로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숲의 이용 형태는 주로 집단 야영이나 일정한 커리큘럼을 가진 프로그램에 의한다. 이러한 야영이나 프로그램에 의한 건강효과로는 정신병 치료, 이상행동 교정, 사회성 증가, 마약 또는 알코올 중독 치료, 소년범의 재범률 저하, 신체 균형 조절, 신경 우울증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몇몇 연구는 숲 이용이 학력 증진 및 학교와 교사에 대한 호의적 자세 증진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심리적 측면에서 살펴본 숲의 건강 메커니즘은 자극이란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환경과 숲의 환경이 다름으로 해서 얻어지는 자극 효과이다. 이를 ‘산림자극’이라고 칭하는데 ‘산림자극’은 번스테인이라는 환경 심리학자에 의해 사용되었다. 심리적 복리 증진에 있어서 숲의 역할을 설명한 것이다. ‘산림자극’은 ‘도시자극’과 반대되는 의미로 적은 인구밀도, 낮은 수준의 소음과 움직임, 그리고 낮은 변화율을 포함한다.
도시환경은 인간을 많은 심리적·육체적 위협과 스트레스 자극에 심각하게 노출시킨다. 도시에서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거나 자기 페이스에 의해 외부환경을 적용시킬 수 없다. 그와 반대로 숲은 대응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하여 그러한 위협이나 스트레스 자극을 감당하든지 혹은 피해 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준다. 숲은 대응 행동을 통하여 긍정적 심리 변화 가능성을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산림과 건강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와 국립수목원, 그리고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 수행한 숲의 우울증 경감 효과 연구에 따르면 산림 경험이 알코올 의존자와 우울증 환자들의 우울 수준과 스트레스, 그리고 불안감 등을 경감하는데 매우 큰 효과를 가져 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숲의 환경적인 자극, 숲에서의 활동, 그리고 참여자 상호간의 이해와 배려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참여자들의 심리적·생리적 변화를 초래했으리라는 판단이다.
충북대학교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과 더불어 산림청의 기획 과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숲이 주는 건강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연구 디자인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도시 환경과 비교하여 숲에서는 우리의 심리적·생리적 변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하여 비교하고 또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밝혀진 몇 가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숲이 주는 심리적 건강효과
도시 환경과 숲 환경에서 경관을 감상하고 산책을 한 후 여러 가지 심리적 변화를 비교해 본 결과 숲에서 산림욕(숲 경관 감상과 산책) 후 우울감 및 불안감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행복감 및 주관적인 삶의 질 수준이 증가했음을 발견하였다. 반대로 도시 환경에서는 이와 같은 심리적 변수들의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거나 또는 악화됨을 발견하였다.
(2) 숲이 주는 생리적 건강효과
앞서 설명한 심리적 건강 효과의 측정과 같은 방법으로 도시 환경과 숲 환경에서 피험자들의 경관 감상과 산책 후 생리적인 변화를 측정하였다. 생리적 변화의 변수로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혈압 및 맥박, 타액 속 코르티졸 농도, 뇌파 변화(알파파 및 베타파)가 선정되었다. 생리적 변화 실험 결과는 연구진이 예측한 대로 숲에서 산림욕 후 혈압 및 맥박이 저하되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타액 속 코르티졸 농도도 감소되었다. 또한 안정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가 산림욕 후 증가되었고, 반대로 긴장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베타파는 감소됨이 확인되었다.
위의 연구 결과에서 본 것과 같이 숲은 우리에게 심리적 그리고 생리적 안정 및 건강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매우 기초적이지만 우리 연구에 의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지금까지 선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숲의 건강 효과를 과학적, 즉 evidence-based된 결과로 제시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우리 연구진이 추진해야 할 과제는 과연 숲의 어떤 요인이,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가를 밝히는 데 있다. 물론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수많은 변수가 통제되어야 하며 시간과 노력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이런 결과들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어야만 숲이 주는 건강 효과를 우리 일상과 임상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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