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1월 4일 마리선녀 씀 -
손님-2
"어이구, 미안해서 어쩌나."
" 돈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자꾸 찾아와 귀찮게 하는구먼."
하시면서 삐뚤빼뚤, 하지만 꼼꼼하게 눌러적은 누런 종이의 내용을 내게 보인다.
작년에 오신 어르신, 올해도 연말 결산을 손수 계산하셨나보다.
수정하려는 듯 줄을 그은 흔적이 여러곳 있다.
타이핑으로 새롭게 해달라신다.
"올해는 총무 일을 그만 두려 했는데 도시 맡으려 하지 않구먼."
"해서 다시 또 맡게 됐다네."
"이렇게 적게 받으면 어쩌나."
" 미안해서 안돼."
"1000원만 더 받어."
"두 장이니 그래야 딱 맞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관경, 내게는 벌써 마음이 따뜻해 온다.
일 보다 감동이 더 먼저 전달되는 곳,
그립던 그 시골 정서인 것 같다.
칠십을 훨씬 넘기신 어르신은 다시 맡으신 총무 일이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내 자신의 역할에 흐뭇해 하신다.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 필요한 사람인 것,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시골 촌로의 모습에서도 이렇듯 희망이 보이고 생기가 흐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무엇이든, 무슨 일을 하든,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의미 부여는 자신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스스로 선택하여 행하는 것에는 언제나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