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5월 12일 -
고요와 숲이 불러
- 임선기 -
숲이 걸어 들어간 곳에서
누군가 불러
들어가 보니
고요가 있다
저 고요라는 것이 숲을 불러
숲은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것일까
싸움터에서 너무도 먼
이 자리
때로는 별과도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한 자리까지
온 것일까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곳에서
목을 축이고
바람이 떠난다
언젠가 목숨 놓을 곳을 바라보는 일
바람 선생이 가르치고 떠난다
훌훌
허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초월이라는 말도 초월해버리고
들어가는 곳
어둑해진 葬地
숲에서
애오라지 가는 흰 줄기 하나
숲을 빠져나간다
* 『호주머니 속의 시 』(2006,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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