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5월 12일 마리선녀 씀 -
헤라클레이토스-로고스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에페소 출신인 헤라클레이토스(BC535~475)는 파르메니데스에 맞서 ‘만물은 유전(流轉)한다’라고 말하며,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귀족출신으로서 무지한 민중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으며,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고 확신할 정도여서 사람들과 토론을 하다가도, '잠깐 내 자신에게 물어보고 다시 이야기합시다.’ 라고 스스로에게만 자문을 구할 정도다.
그는 파르메니데스의 ‘변화하지 않는 존재’와 달리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 하였다. 세계는 대립하고 투쟁하는 가운데 의미를 갖게 되며, 피곤이 휴식을 즐겁게 하고, 배고픔이 없으면 배부름도 없듯, 모든 것은 대립되는 다른 쪽과의 투쟁 속에서만 의미 있게 된다. 그렇다고 세상이 아무렇게나 싸우며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무질서하게 대립하고 투쟁하면서 흘러가는 것 같지만, 결국 균형을 이룬다. 그는 정지되어 있거나 변화가 없는 세계는 아무것도 아니며, 그것은 죽음과 같다고 한다.
그의 우주론은 상호 모순 속에서 투쟁하고 대립하면서 끝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그것은 타오르는 '불'과 같다며 "세계는 불타오르기도 하고 꺼져 가기도 하는 영원히 살아 있는 불이다“라고 하였다. 불이 변화하는 방식처럼,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도 그렇게 변화하면서 존재하며 작용한다. 이러한 불은 결핍인 동시에 과잉이다. 그것은 항상 무엇인가를 섭취하면서 동시에 무엇인가를 배출하거나 소모하려한다. 이것이 곧 우주의 상호 모순 속의 질서이며 법칙인 로고스다. 세계는 모순 속의 질서, 곧 로고스(Logos)의 법칙에 따라 변화하며, 따라서 헤리클레이토스의 로고스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은 오늘날 많은 것을 시사한다. 즉 파르메니데스와 달리 다양성을 인정하며, 세상의 모든 것이 모순과 대립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한다. 인간본성을 미화시키지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낸 그는 그의 철학사조인 대립이 각각 개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전제가 되는데, 이것의 결과는 다름이며 상대적 대립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서 그것은 공존을 의미하는 것이며, 모순일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것은 또 무질서 속의 질서인 로고스이며, 이 법칙은 결코 혼동과 파괴가 아님을 설파한다.
현대 철학가이자 사상가이며 종교학자이신 김용옥 교수는 헤라클레이토스와 동양사상가 노자와 동일시 한다. 그는 '오늘날 말하는 평화와 안정은 획일화된 사회를 요구하는 것이며 그것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대립과 모순으로 꿈틀거리고 그것은 생명의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그것은 존재의 확인이며, 상대가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한 시대의 철학사상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사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무섭게 느낀다. 나는 나의 삶 속에서 대립과 모순을 얼마나 정직하게 인정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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