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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끼는 초록세상> 2009/10/19 00:21

http://baubo.tistory.com/entry/%EC%84%9C%ED%8F%89-%EA%B9%A8%EC%96%B4%EB%82%98%EB%8A%94-%EC%97%AC%EC%8B%A0

 

* 이 글은 성신여대학보에 실렸습니다.

 

에코페미니즘, 거침없는 세계화로 위태로운 여성과 자연을 되살리기

 

- 에코페미니즘 입문서, 책 <깨어나는 여신>(김재희 엮음, 정신세계사)을 통해서 본 에코페미니즘에 대하여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한 조류이나 여타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급진주의 등의 페미니즘들에 비해 현실 속에서 실천력과 현실력이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라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 한국에서 출간된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서적들이 대부분 번역서로 지나치게 철학적, 이론적이라는 이유로 대중들에게 확산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책 <깨어나는 여신>(김재희 엮음, 정신세계사)은 우리나라에서 엮은 책으로, 한국의 여신들과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에코페미니즘 운동으로 회자되는 인도의 칩코운동을 통해 에코페미니즘의 철학적, 운동적 토대를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서 널리 읽힌다.

 

생태위기는 남성지배문화에서 비롯

 

책 <깨어나는 여신>에서는 생태위기가 시작된 인식론적 바탕으로 근대과학의 성립에서 찾고, 자연에 대한 지배와 남성에 대한 여성의 지배가 동일한 원리로 작동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에코페미니즘은 (ecofeminism, 생태여성주의) 에콜로지(ecology, 생태학)와 페미니즘(feminism, 여성주의)의 합성어로 (ecology+feminism) 오늘날의 생태위기가 남성지배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남성문화는 세상과 자연을 지배와 복종, 정복과 착취관계로 이해하는 이분법적 인식체계를 갖고서, 자연과 여성을 지배하고 착취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위계적 인식체계는 태초부터 생겨난 게 아니라 17세기 근대과학의 출현으로 등장했다. 근대과학에서는 지구생태계를 기계로 간주하여 인간의 이익을 위해 언제나 활용가능하고 개발될 수 있는 자원에서 바라보았다. 데카르트를 위시한 근대 과학자들은 기계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무한정으로 자연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을 발달시켰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과학기술의 발달의 날개를 달고, 더 많은 자원과 개발가능성을 가진 땅으로 탐험과 개척, 정복과 착취를 발판삼아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자연을 삶의 바탕으로 살아온 토착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간직해온 그 지역의 약초재배기술, 임신과 출산 지식, 허브치료 등 전통지식들은 제도교육에서 지식을 학습한 전문가들로부터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권위를 상실한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1970년대에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린 마굴리스들이 발표한 ‘지구생태계는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한다는 가이아 이론의 등장으로 공격을 받는다.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서 따온 이름으로, 지구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스스로 자신을 유지, 조절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이아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에코페미니스트 중에는 본래부터 내재된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자연친화적 영성개발 등을 주장하며 달빛걷기, 여신 만나기 같은 영성운동을 활발히 펼치기도 했다. 에코페미니즘이 다른 페미니즘과 두드러지는 부분으로 영성에 대한 강조가 흔히 지적돼 에코페미니즘의 비현실성이 비판받는 근거로 작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페미니즘 운동에서 영성에 대한 강조는 가부장제로 인해 억눌려 있던 여성자신의 신성과 내면의 힘을 만나는 힘 키우기 운동이라는 점에서 여성운동으로서 유의미하다.

 

에코페미니즘 운동을 세계에 알린 인도의 칩코운동

 

현실사회에서 에코페미니즘 운동의 적용사례를 전 세계에 알린 운동은 인도의 칩코운동이다. 칩코란, 그 지역어로 끌어안는다는 뜻으로, 히말라야 가르왈 지역의 여성들이 벌목회사에 맞서 숲을 지킨 운동이다. 영국이 군사용으로 인도의 목재를 착취하기 시작했을 때 가르왈 여성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삶의 원천이었던 살아있는 나무들을 품에 안고선 끝까지 숲을 지켜냈다. 숲과 물이 사라져가는 것은 구릉지역 여성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에 그들의 숲과 물과 자원을 파괴하는 상업적 임업에 저항했던 것이다. 처음에 과학자로서 참여한 반다나 시바라는 여성은 후에 <에코페미니즘>(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창작과 비평사)을 집필하면서 이 사례를 통해 에코페미니즘이 어떻게 현실을 분석하는지를 보여줬다. 즉, 제 3세계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은 성차별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과학적, 경제적 패러다임을 다른 문화적 토양을 가진 공동체에 강제로 덫 씌우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프로그램은 자연을 침범할 뿐더러, 여성의 경제적, 내면적 힘을 침해하면서 여성의 빈곤과 위기를 낳으므로 이 같은 개발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에코페미니즘에서는 제3세계 원주민 여성들이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급박하게 요구되는 생태적 감수성과 생태적 지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왜곡된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주체로 본다.

 

생태위기와 세계화의 대안으로서의 에코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은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위기와 거침없는 폭주로 인간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세계화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대안으로서의 에코페미니즘 운동은 인도의 칩코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사례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는 여성, 생명, 지역이다. 이 키워드를 참고해서 향후 방향을 그려본다면, 에코페미니즘 운동은 에코페미니즘 고유 영역인 영성운동으로써 가부장제로 파괴된 여성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지역의 삶터에 근거해서 무자비한 개발주의에 맞서 지역을 지켜 지배와 착취가 아닌 공존과 돌봄의 가치로 지역을 되살릴 것이다.

 

끝으로,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을 덧붙인다면, 우리나라의 사례에 적용해서 여성지배와 자연지배간의 관계를 분석했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에코페미니즘의 적용가능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외국의 사례만 소개돼 아쉽다. 또, 책 초반에 여신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점은 자칫 에코페미니즘을 자칫 ‘영성여성주의’로 보일 수 있겠다는 점이다. 그러나 근대과학과 가이아 이론의 분석, 과학자 바바라 맥클린 톡의 과학적 방법론 등을 이어서 설명한 장은 에코페미니즘의 인식론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에코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현재의 사회분석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데 유용한 도구를 갖추게 된다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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