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리선녀 이야기/에코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균형과 조화의 미학 /프로메테우스

by 마리산인1324 2010. 10. 3.

<프로메테우스> 2005.06.24 14:12

http://www.prometheus.co.kr/articles/102/20050624/20050624141200.html

 

 

 

‘에코페미니즘’, 균형과 조화의 미학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 이윤숙씨가 말하는 에코페미니즘
손정우 기자 메일보내기

“에코페미니즘은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고정화된 남성성과 고정화된 여성성으로부터 탈피하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높이로 끌어올려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에코페미니즘. 흔히 사람들에게 이런 단어를 언급하면 생태주의를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여성주의를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헷갈려한다. 이 같은 오해를 풀기 위한 강연이 마련됐다.

 

청년환경센터와 학생환경연대(준)이 공동으로 주최한 환경학교 <6월의 초록이야기>에서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의 이윤숙씨가 ‘에코페미니즘 그 이해와 오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윤숙씨도 “에코페미니즘이란 말이 70년대에 생기기는 했으나 아직도 생소한 개념”이라며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알고만 있는 상황’이라 ‘이해와 오해’라는 내용으로 강연을 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두 가지 여성성

 

‘에코페미니즘’은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전통적 여성성을 거부한다.

 

모성에 기반해 순종적이고 항상 희생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전통적 여성성은 역사적으로 ‘남성적’ 혹은 ‘가부장제적’ 관점에서 만들어졌고 이는 서구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

 

서구의 이원론적 세계관이란 예컨대 육체와 정신, 감정과 이성, 자연과 문화를 구분하는 식의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런 사고방식이 여성성과 남성성을 구분했고, 그 구분은 ‘차이’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위계화’ 됐고 ‘지배와 대립’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코페미니즘은 전통적 여성성이 아닌 새로운 여성성을 이야기한다. 에코페미니즘이 이야기하는 여성성이란 ‘생태적 감수성 혹은 민감성’을 의미한다. 에코페미니즘은 남성 권력 체계들이 이미지화한 ‘여성성’을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원리로서의 ‘여성성’ 혹은 ‘여성적 원리’로 세상을 다시 짜는 것(Reweaving)을 지향한다.

 

결국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야 한다는,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라는 동일한 맥락의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 대해 반기를 들고 ‘여성의 생태적 감수성’에 눈을 돌려 새로운 형태의 환경운동을 모색해보자는 것이 에코페미니즘인 것이다.

 

오해와 조작

 

에코페미니즘이 여성성을 이야기할 때 ‘전통적 여성성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심지어 언론에 의해 오해를 넘어 ‘조작’되기도 한다는 것이 이윤숙씨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주부의 힘으로 환경을 살리자’, ‘주부가 깨어야 환경이 산다’ 등의 구호를 내세운 거대재벌신문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서 여성들, 특히 주부들을 강조한다. 그래서 여성들 특히 주부들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비하됐다가, 환경을 살리기 위해 생활 속에서 지혜를 모으고 자연과 생명을 보듬어 안고 다시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졸지에 격상되고 미화된다는 것.

 

이런 방식으로 환경을 살리는 일은 주로 여성의 몫 이구나라는 암묵적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여성성을 이야기하기는커녕 에코페미니즘이 거부하는 전통적 여성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또 다른 오해

 

이윤숙씨는 에코페미니즘이 환경운동에 있어서 여성의 생태적 감수성을 강조하다보니 주변으로부터 ‘여성이 아니면 환경운동을 못하느냐’는 식의 오해를 받는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윤숙씨는 “남성을 적대시 혹은 배제하는 페미니즘 일반이 범하는 우를 뛰어 넘어야 한다”며 “생태적 감수성이 뛰어난 남성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활동해보면 환경운동을 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환경운동을 하면서 남성들과 조화된 활동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또한 이윤숙씨는 “에코페미니즘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여성과 남성이 불균형을 이뤘던 것이 사실이고, 이 불균형을 균형 있게 하는 것이 라고 보면 된다.”고 말해 에코페미니즘이 남성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균형과 조화

 

에코페미니즘은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남성의 위치와 동등하게 균형을 맞추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숙씨는 “에코페미니즘은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고정화된 남성성과 고정화된 여성성으로부터 탈피하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높이로 끌어올려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말한다.

 

에코페미니즘은 남성들이 필요 없다거나 적으로 내모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 없으면 인류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에코페미니즘은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중요시 한다.

 

이윤숙씨는 강의를 마치며 “에코페미니즘이란 현재 고정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만약 한국에서 에코페미니즘을 다른 의미로 만들고 사용하면 다른 에코페미니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에코페미니즘’. 그러나 개개인의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개념을 정의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