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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철학

맹자와 순자

by 마리산인1324 2010. 10. 5.

 

<출처불명>

 

 

맹자와 순자

 

 

有爲와 無爲


전국시대가 되자 ‘天下’는 더욱 어지러워졌고 覇權政治가 이어졌다. 이 시대에 이르러 보다 다양한 제자백가가 펼쳐졌고, 문헌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학파’라는 개념이 보다 뚜렷해지고 지식인의 위상은 훨씬 고양되었다. 제자백가들 중에서도 양주의 설이나 유가, 도가, 법가, 묵가, 음양가, 명가, 종횡가, 농가, ... 등이 중요한 위치를 점했으며, 특히 유가와 도가는 훗날 쌍벽을 이루는 사상으로서 이어진다.(여기에 불가가 덧붙여지면서 儒佛道/儒佛仙 ‘三敎’를 이루게 된다)


6강 亂世에서 治世로: 儒家思想


맹자와 순자는 공자의 도를 이었기에 훗날 ‘儒家’로 분류되었다. 맹자는 공자의 도를 純正하게 이었다고 평가되었으며, 때문에 성리학의 기초적인 인물로 간주되었다. 순자는 유가로 분류되지만 도가(노자의 도가 흔히 ‘노장사상’이라고 말하지만, 장자와 노자는 분리해서 이해되어야 한다. 통치술로 이해된 노자는 법가와 가깝다.
)와 법가 등을 포함하는 잡가적 성격을 띤다. 맹자와 순자 공히 전국시대라는 난세를 치세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 점에서 이들의 사상은 유위의 사상이며 구성의 사상이다. 양자 공히 양주나 도가적인 것과 묵적의 도를 비판했다.
『맹자』의 저술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맹자와 제가들이 함께 썼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7편이며 외편 4편이 있었다고 하나 소실되었다. 제목은 『논어』처럼 글 앞머리를 따서 붙였다. 주요 주석서로는 동한 趙岐의 『孟子章句』, 남송 朱熹의 『孟子集注』, 청대 焦循의 『孟子正義』, 다산 정약용의 『孟子要義』 등이 있다.
『순자』는 순자 자신이 쓴 부분도 있고 제자들이 쓴 부분도 있다. 20권 32편으로 되어 있는 대작이다. 한대 유향에 의해 정리되었다.

공자와 달리 맹자는 天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론을 전개했고, 이 점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맹자의 天은 인격신이 아니라 천지의 理法으로서의 天이다. 성리학에서의 理는 맹자의 이런 생각을 잇고 있다. “만장: 요가 천하를 순에게 내준 일이 있습니까? 맹자: 아니다, 천자는 천하를 다른 사람에게 내줄 수 없다. 만장: 그렇다면 순이 천하를 차지한 것은 누가 내준 것입니까? 맹자: 하늘이 내준 것이다.”(만장상 5)
서구 형이상학 전통에서의 영혼과 마찬가지로, 맹자에게서도 인간을 하늘에 이어주는 것은 性이다. 心은 性과 情(이성과 감정)으로 구성되며, 성은 인간이 하늘과 통할 수 있는 근거이다. 인간이 성을 추구하면, 즉 마음을 다하면[盡心] 하늘은 응한다. “군자가 功業을 창시하여 전통을 수립하면 이어나갈 수는 있지만,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다. 그대가 그런 경우에 어찌 하는가? 열심히 선한 행동을 할 뿐이다.”(양혜왕하 14) “자신의 마음을 다한 사람은 자신의 본성을 안다. 자신의 본성을 알면 하늘의 뜻을 알 것이다. 자신의 양심을 지니고 본성을 함양하면, 하늘을 섬기게 된다.”(진심상 1)
이에 비해 순자는 天을 人과 구분하고자 했다.(‘天人之分’) 이것은 ‘天地不仁’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늘은 만물을 생성하기는 하지만 만물을 분별하지는 못하며, 땅은 사람들을 그 위에 살게 하지는 하지만 사람들을 다스리지는 못한다.”(禮論) 나아가 하늘=자연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으며, “요임금 때문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걸왕 때문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天論) 때문에 순자는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았고, 군자는 하늘과 땅을 다스린다”(王制)고 말한다. 나아가 하늘을 잘 알고서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이 점에서 순자는 근대적 자연관을 일찍이 확보했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유가의 기본 입장에서 벗어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겠다.

天의 의미를 인정하는 맹자에게 하늘의 길[天道]과 사람의 길[人道]를 잇는 것은 중요했다. 이것은 곧 性에 대한 이론으로 나타난다. 性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道德心이다. 맹자는 盡心으로써 성에 닿을 수 있다고 보았으며, 그 실마리[端]로서 惻隱之心, 羞惡之心, 辭讓之心, 是非之心을 제시했다.(이를 四端이라 한다) 이런 마음이 良心이다.
인간이 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두고서 告子와의 논쟁이 있다. “고자: 인성은 소용돌이 치는 물과 같다. 동쪽으로 길을 내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길을 내면 서쪽으로 흐른다. 인성의 선악에 구분이 없는 것은 마치 물에 동서의 구분이 없는 것과 같다. 맹자: 물은 정녕 동서의 구분은 없지만, 상하의 구분도 없는가? 사람의 본성이 착함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고 사람이 착하지 않음이 없음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지 않음이 없음과 같다. 이제 물에 압력을 가하여 튀어오르게 한다면 이마를 지나치게 할 수 있고, 물길을 막아 거꾸로 흐르게 한다면 산꼭대기도 오르게 할 수가 있지만,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그 형세 때문에 그런 것이다. 사람이 착하지 않게 된다면, 그 본성이 바뀌는 것도 이런 것이다.”(고자상 2)
그러나 性이 어떤 추상적 본질로서 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과정 속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性에는 힘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맹자는 意志를 중시하며 더불어 氣를 중시하기도 한다. “맹자: 고자는 ‘말에서 얻지 못하면 마음에서 찾지 말고 마음에서 얻지 못하면 기에서 찾지 말라’ 하였는데, 마음에서 얻지 못하면 기에서 찾지 말라 함은 옳지만 말에서 얻지 못하면 마음에서 찾지 말라는 말은 옳지 않다. 대저 의지란 기의 統帥者다. 기는 신체에 충만되어 있다. 대저 의지는 지극한 것이고 기는 그 다음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의지를 견지하고, 자신의 기를 난폭하게 하지 말라’고 한다.”(공손추상 2) 결국 맹자는 天에 대한 형이상학적 신념을 바탕으로 性의 선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순자는 천의 의미를 인정하기 않으며 천도와 인도의 분리를 주장했기에, 인성론에서도 다른 생각을 전개한다. 순자에게 인간은 본성상 악한 존재이다.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性惡) 인간은 이익을 좋아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긴다. 질투하고 시기하기에 타인을 해친다. 감각적 욕망에 휘둘리기 때문에 작은 이익에 휘둘린다.
여기에서 미묘한 것은 순자에게도 인간의 선한 잠재성을 인정된다는 점이다. 순자에게 성악은 자연적인 것이지만, 그 자연적인 것을 바꿀 수 있는 잠재성 역시 존재한다. 즉 인간이란 자연적-현실적으로는 악하지만, 그 악함을 고쳐나갈 수 있는 선한 측면도 잠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선함은 어디까지나 잠재적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잠재적인 것을 끌어낼 수 있는 作爲가 필요하다. 이 작위를 잘 가져가면 “길거리의 사람 누구나가 성인이 될 수 있고, 소인이라도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성악)

맹자와 순자의 이런 차이는 경세(經世)의 문제에 관련해서도 중요한 차이를 가져온다. 맹자는 내면의 도덕심을 보다 강조한다면, 순자는 제도적 작위를 더 강조한다.
맹자에게 치세의 근본은 사람들의 도덕심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바른 정치는 올바른 교육이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만 못하다. 올바른 정치는 백성들이 두려워하나 올바른 교육은 백성들이 좋아한다. 올바른 정치는 백성의 재산을 얻으나, 올바른 교육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진심상 14)
이와 나란히 정치에서도 패도정치를 비판하고 일관되게 왕도정치를 주장했다. “힘으로써 어짊을 가장한 것이 覇이니 覇는 반드시 大國을 가져야 한다. 덕으로써 인을 행하는 것이 왕이니 왕은 대국이 필요하지 않다. 탕왕은 사방 70리로 문왕은 100리로 왕이 되었다. 힘을 가지고 사람을 굴북시키는 것은 心服시킴이 아니라 힘이 부족하여 복종함이다. 덕으로써 사람을 굴복시키면 마음으로 기뻐하여 진실로 복종함이다.”(공손추상 3) 맹자는 齊, 宋, 滕, 魏, 魯 등을 周遊하면서 왕들에게 仁政을 설득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듯하다.
맹자는 德治를 주장했고 왕이 덕을 잃어버리면 易姓革命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덕을 잃어버림의 기준은 백성이다.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진심하 14) ‘與民同樂’은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실질적인 맥락에서는 井田制를 주장했으며, 貢稅法이 아닌 租稅法을 강조했다.
순자는 맹자에 비해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철학을 제시했다. 순자에게는 개개인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제도 자체의 개선이 중요했다. 禮義란 곧 개개인의 욕망을 순치시키고 치세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이다. 수신을 해서 예의가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의에 따름으로써 수신이 가능하게 된다. 순자에게서 禮란 신분질서를 포함하며 묵자와 반대되는 分의 사상을 폈다. 이 예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온 것이지 인간의 본성으로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성인이 생각을 쌓고 작위를 오랫동안 익혀 예의를 만들어내고 법도를 제정한다.”(성악)
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이며 富國을 만드는 것이 치세의 기초이다. 나아가 순자는 법을 강조함으로써 역시 마음에 호소하는 맹자와는 달리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시했다. 刑罰의 공정한 운용이야말로 중요하다. 그러나 순자는 법가사상가가 아니며 법이 仁義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좋은 법이 있어도 어지러워지는 일은 있으나, 군자가 있으면서도 어지러워진다는 말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없다.”(왕제) 결국 순자는 王道를 기본으로 하되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법가적인 조치들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하겠다.

맹자가 공자를 이어 전형적인 유교사상을 만들어냈고 그 후 유가 사상의 기초를 형성했다면, 순자는 유가사상을 보다 현실적인 형태로 비틀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