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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철학

마르크스의 자본론 서론

by 마리산인1324 2010. 10. 6.

<출처불명>

 

 

마르크스의 자본론 서론

 

 이 논문은 마르크스 자신의 일관된 이론적 실천적 문제의식에 비추어 그의 초기 저술(1835-46)을 ‘실천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고찰하기 위한 것이다. 이 논문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실천적 분석을 시도한 후기의 정치경제학적 저술에 내재하고 있는 실천적 현실인식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위한 예비적 고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본론](1867)을 정점으로 하는 후기의 정치경제학적 저술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적 구조와 “근대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해명함”(MEW,23,15)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본과 노동의 적대적 관계의 필연적 지양의 역사적 합법칙성을 해명하는 이론적 작업으로, 그 안에는 마르크스의 실천적 현실인식의 방법론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게 산재되어 있다. 이러한 관계로 ‘마르크스의 방법론’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그의 정치경제학적 후기저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후기저술의 ‘방법론’의 실천적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적 분석에 이르기 이전의 초기저술에 나타난 그의 이론적 실천적 문제의식과 사상형성의 실제적인 전개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왜냐하면 후기저술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은, 초기 마르크스의 문제의식과 초기저술에 이미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적 방법에 내재한 변증법적 성격과 유물론적 성격에 토대를 두고 발전된 실천적 현실인식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논자는 초기저술에 나타나 있는 현실 지향적 문제의식의 단초와 ‘이론과 실천의 통일’ 및 ‘유물론적 역사이해’의 정립과정을 ‘실천적 유물론’의 형성과정으로 파악함으로써 그의 사상적 단초의 ‘고유성’과 문제의식의 ‘일관성’ 및 사상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강조하고, 다른 한 편으로 ‘실천적 유물론’의 형성과정을 파악함에 있어 초기저술에 대한 연대기적 검토를 통해 그의 사상형성의 실제적인 전개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마르크스의 ‘실천적 유물론’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과정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초기 마르크스에 대한 대부분의 기존해석은 그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거나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초기 마르크스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일반적인 접근방법은 마르크스 사상을 해체하여 해석자 자신의 철학적 경향이나 주관적 관점에 따라 논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마르크스 이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헤겔과 마르크스의 이념사적인 연관을 중심으로 하는 해석(H. Popitz, J. Hypolite, K. Becker, L. Dupré 등), 초기 마르크스의 철학적 휴머니즘을 중심으로 하는 실천철학적 해석과 비판이론적 해석(A. Schaff, E. Fromm, H. Marcuse, Sh. Avineri 등), 마르크스주의 철학체계의 성립과정으로 파악하는 해석(T. I. Oizerman을 비롯한 정통마르크스주의자들), 경험론적 개별과학의 방법론의 관점에서의 해석(M. Conforth, J. Barbalet 등), 역사이론과 역사방법론의 관점에서의 해석(G. McLennan, M. Reader 등), 실존주의적 관점에서의 해석(J. Sartre, L. Kolakowski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이러한 창조적 마르크스 해석은 마르크스 사상과 마르크스주의의 지평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초기 마르크스의 ‘실천적 유물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그리고 연대기적인 접근을 통한 초기저술의 분석에 있어서도 해석자의 선행하는 철학적 관점이나 비판적 입장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마르크스 자신의 이론적 실천적 문제의식을 왜곡하거나 그의 사상을 형해화하거나 약화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초기저술에 대한 주관적 혹은 창조적 해석들은 해석자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발전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초기저술의 비체계적인 특성과 저술연대와 출간연대 사이의 시간적 거리에 그 원인이 있다. 마르크스의 초기저술은 체계적인 철학적 혹은 이론적 저술이 아니라 논술, 편지, 비평, 정치적 논설, 논쟁적 비판서와 같은 비체계적인 저술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초기저술은 해석자의 관점에 따라 상이하게 해석될 여지가 내재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수많은 해석을 초래했다. 초기저술의 비체계적 성격은 당시의 구체적인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마르크스의 실천적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며, 마르크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일관성과 전체적인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실제적인 형성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없이 자의적인 해석과 논리적인 재구성을 통해 그의 저술을 비역사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는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혼란과 오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저술연대(1835-46)와 출간연대(대부분이 1930년대에 출간)의 시간적 거리에서 연유하는 해석상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 문제는 초기저술들이 늦게 출간되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적 성립이 초기저술이 발견되기 이전에 출간된 그의 후기저술 특히 자본론]을 비롯한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에 주로 의존해 왔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초기저술 중 해석상의 논쟁을 가장 많이 야기한 [초고]와 [독일이데올로기]는 1932년에 공개적으로 출간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초기저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은 주로 수정주의자들이 정통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는 이론적 전거로 채택되었다. 그 결과 마르크스주의는 다원화와 동시에 전 세계적 확산과 보급의 계기가 되었으며 마르크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서구에서의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인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 말미암아 이데올로기비판의 성격이 강했으며, 마르크스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저술의 공개적인 번역과 출간은 냉전시대가 마감되는 60년대 이후에 와서야 비로소 가능해졌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정으로 말미암아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추세와 동서진영의 학적인 교류 및 토론은 6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인 현실적 대립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마르크스 사상과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연구는 주로 이론적인 관점에서 전개되었기 때문에, 동서 양진영을 막론하고 마르크스 사상의 실천적 성격에 대한 연구는 이론주의적, 방법론적, 철학적 논쟁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으며, 그 결과 마르크스 사상의 근간이 되는 ‘이론과 실천의 통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실천적 유물론’에 대한 논의는 이데올로기적인 논쟁의 표적이 되거나 단순한 이론적 성찰의 대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 논문은 이러한 마르크스 연구사를 염두에 두면서, 초기저술에 대해 가능한 한 객관적인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였다. 마르크스의 초기저술은 물론 그의 전체사상을 일관하는 문제의식은 한 마디로 압축하여 말하면 ‘이론과 실천의 통일’, 즉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과 현실변혁적 실천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초기저술은 이러한 이론과 실천의 실질적인 통일을 모색하는 이론적 실천적 과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당시의 자본주의적 사회현실에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었던 자본과 노동의 모순과 그 필연적인 산물인 ‘사적 소유’를 지양함으로써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론적 실천적 탐색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이러한 초기저술의 과정은 동시대의 다른 개혁론자들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자신의 이론과 실천의 방법을 발전시키고 구체화한 ‘비판적 방법’의 명료화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청년헤겔학도들의 현실 비판적 태도에는 공감하였지만 그러나 프로이센의 국가이념인 기독교에 대한 ‘이론적인 비판’을 통해 현실을 변혁하려는 그들의 실천적 방법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으며, 특권계급과 부르주아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대중들의 빈곤과 고통의 문제는 비이성적인 정치현실에 대한 이성적 비판을 통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으며,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대중들의 삶의 문제는 노동자 자신의 자각과 물리적인 힘을 통한 자구적인 계급투쟁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비판과정을 통해 그는 청년헤겔학파의 이론적 현실비판운동의 철학적 토대가 되는 헤겔 철학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 포이어바하의 유물론을 수용하고, 나아가 포이어바하의 유물론이 지닌 관조적 성격과 비역사적인 성격을 비판함으로써 마침내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역사적 필연성을 당시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실증적 탐구에서 출발하여 해명하기 위한 이른바 ‘유물론적 역사이해’의 방법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의 ‘유물론적 역사이해’는 역사과정에 대한 이론적 인식이 아니라 변혁을 위한 ‘이론적 무기’로 간주된다. 그는 [독일이데올로기]에서 “현실적으로 ‘실천적인 유물론자’, 즉 ‘공산주의자’들에게는 현존하는 세계를 변혁하는 것, 즉 기존의 사태를 실천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변혁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MEW,3,42) 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초기저술 시기의 최종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초기저술을 ‘실천적 유물론’의 형성과정으로 파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실천적 유물론’은 ‘현존하는 사태를 실천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이를 변혁한다’는 의미에서의 ‘이론과 실천의 현실적인 통일’이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이론과 실천의 실제적인 통일’은 유물론적으로만 가능하다. 즉 변혁적 실천과 결합할 수 있는 ‘이론’은 인간들의 실제적인 삶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유물론적인 분석이어야 하며 동시에 ‘실천’은 유물론적으로 파악된 대중들의 실제적인 삶의 활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이론과 실천의 통일’은 ‘유물론’과 ‘실천’의 통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마르크스에 있어 ‘유물론’과 ‘실천’은 분리될 수 없으며, ‘실천’은 ‘유물론적으로 파악되는 실천’이고, ‘유물론’은 ‘유물론적으로 파악되는 실천(인간의 육체적 활동)에 의해 매개된 유물론’이다. 마르크스의 ‘실천적 유물론’은 다른 형태의 ‘유물론’즉 ‘기계적 유물론’, ‘관조적 유물론’, ‘자연주의적 유물론’, ‘설명적 유물론’, ‘자연과학적 유물론’ ‘형이상학적 유물론’과 자신의 ‘실천적 유물론’을 구분하는 기준임과 동시에 다른 형태의 ‘실천’ 즉 ‘이론적 비판’,’능동적 자발성’, ‘창조적 의지’, ‘자유의지’와 같은 ‘관념론적으로 파악된 실천’을 자신의 ‘실천’과 구분하는 비판적 기준이 된다. 이 논문은 이러한 관점에서 초기저술을 다른 형태의 ‘실천’과 ‘유물론’에 입각한 개혁론에 대한 비판적 방법의 명료화과정으로 파악하였다.

 

 초기저술의 구체적인 특징을 요약한다면 1) 마르크스의 학적인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처음부터 당시의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실천적 관심과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으며, 2) 그의 비판적, 실천적, 객관적, 비판적, 유물론적 방법은 청년헤겔학파의 비판적 ‘실천’이나 포이어바하의 ‘유물론’의 영향을 받기 이전에 이미 독자적인 형태로 (비록 분명한 형태는 아니지만) 나타나고 있으며, 3)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마르크스의 사상발전은 그의 일관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매우 독자적인 방식으로 형성-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소년기(1835)부터 ‘유물론적 실천’개념이 정착되는 독불 연보](1843)까지를 다루고, 2부에서는 ‘실천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현실인식을 시도한 [경제-철학 초고](1844)의 내용을 검토하였으며, 3부에서는 ‘실천적 유물론’이 정초되는 [포이어바하에 관한 테제](1845)의 ‘실천적 유물론’과 [독일이데올로기](1845)의 ‘유물론적 역사이해’를 다루었다. 3부로 나누어 고찰하는 이유는 초기저술의 ‘이론과 실천의 통일’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 결절점에 근거한 것이다. 첫 번째 결절점은 프롤레타리아트의 발견과 ‘물리적 실천’개념의 정립이며, 두 번째 결절점은 ‘유물론적 역사이해’의 정초이다. 그러나 두 결절점을 강조하는 것이 초기 마르크스 사상의 질적인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논자는 마르크스 사상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문제의식의 일관성을 강조하고자 하였으며, 결절점의 상정은 그의 사상발전의 통일성을 ‘차별성과 동일성의 변증법적 통일성’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차별성’의 측면만을 강조하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다원적 해석에 이르게 되며, 반대로 ‘동일성’의 측면을 강조하면 마르크스 사상의 발전적 맥락을 놓치게 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해석은 모두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한 비역사적인 해석으로 귀결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