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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가 12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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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검증위, 정부 조사 결과 정면 반박
한국기자협회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3개 언론단체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아래 언론검증위)는 12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제 어뢰가 일으킨 '버블제트'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언론검증위 노종면 검증위원은 "지난 5개월 동안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면밀하게 검증한 결과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아래 합조단)이 주장하는 핵심근거의 모순점을 상당 부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언론검증위는 <더 이상 '버블제트'는 없다>라는 제목의 86쪽짜리 종합보고서를 통해 합조단의 핵심적인 결론인 ▲ 어뢰격침설과 폭발원점 문제 ▲ 버블제트 물기둥의 존재 ▲ 스크루 변형 원인 ▲ 흡착물질 분석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언론검증위는 천안함 함체와 '1번' 어뢰추진체 스크루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폭발과는 무관하게 생성된 '바스알루미나이트'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언론검증위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을 통해 합조단으로부터 천안함 흡착물질을 확보했고, 이를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양판석 교수가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언론검증위는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7일까지 양 교수가 X선회절분석(XRD), 에너지분광분석(EDS), 적외선분광분석(FT-IR), 전자현미분석(EMP), 레이저라만(Laser Raman)분광분석, 주사전자현미경(SEM) 관찰 등의 방법으로 흡착물질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 언론검증위는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는 상온이나 저온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폭발과 같은 고온에서는 생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어뢰 추진체와 천안함 함체에서 발견된 물질은 폭발로 생성된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검증위는 "합조단이 제시한 데이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험 데이터에 대한 판독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서 "데이터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내기 위한 보조실험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검출된 폭약 성분은 미국에서 대량생산"
또 언론검증위는 천안함 함체와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폭약성분인 HMX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정부 종합보고서에서 합조단은 "천안함은 HMX(28개소 527.91ng), RDX(6개소 70.59ng), TNT(2개소 11.7ng)가 혼합된 폭약이 들어 있는 수중무기에 피격·침몰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정부보고서 121쪽)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발견된 폭약성분 중 가장 많이 검출된 HMX는 미국에서 대량생산되는 것으로 북한을 비롯한 동구권에서는 생산되었다는 근거가 없다. 정부보고서(115쪽)는 "폭약성분 제조방식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 RDX 생산 시 울리치(Woolwich) 방식은 순수한 RDX를 생산하는 반면, 베크만(Bachmann) 방식은 RDX 생산과정에서 HMX가 5~10%가량 생산된다는 사실과 HMX 생산 시에는 베크만 방식만을 사용하며 순수한 HMX만 생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합조단은 Q&A를 통해 '베크만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는 '미국 등'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구 소련제 어뢰(SAET-60M)는 RDX와 TNT 성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보고서(116쪽)의 '주요 해상무기 폭약성분'에는 HMX 성분이 한국군이 보유한 '어뢰B'와 '유도탄B'의 주요 폭약성분이라고 실려 있지만, 이 물질이 북한이 보유한 무기체계에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이 없다.
노종면 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폭약성분을 보면 HMX 비중은 RDX의 8배에 달하지만, 언론들은 구 소련제 무기에 탑재된 RDX만 부각시켜 북한 소행의 결정적 근거로 보도했다"며 "검출된 폭약성분이 폭발의 근거가 될 수도 없지만 굳이 폭발이라고 한다 하더라도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절단된 이후에도 계속 이동? 어뢰격침설 전제 자체가 불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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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가 12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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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언론검증위는 TOD 동영상과 합조단이 제시한 좌표, 국회 천안함 특위 위원으로부터 입수한 KNTDS 좌표 등을 분석한 결과 합조단이 사고 발생시각이라고 특정한 3월 26일 오후 9시 21분 57초에도 천안함은 계속 북서쪽 방향으로 기동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정부 발표대로 천안함이 어뢰에 맞았다면 천안함이 폭발로 절단된 이후 조류를 거슬러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KNTDS 좌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폭발 이후 천안함은 계속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며 "어뢰격침설의 대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버블제트의 증거인) 물기둥을 본 초병이 있다'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서도 "실제로 진술서에는 초병 2명이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고 일관된 진술을 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들이 목격한 '섬광'의 발생 위치도 폭발원점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정부가 고의적으로 초병 진술을 왜곡, 조작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천안함 우현 스크루 변형 상태에 대해서도 언론검증위는 "스크루는 관성력 작용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휘어졌다"며 "어뢰 타격을 받기 전에 이미 변형이 시작된 것으로 결국 관성력 외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검증위는 ▲ 국정조사 등을 통한 전면적인 천안함 재조사 실시 ▲ 부실조사에 대한 책임자 문책 ▲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항적정보 공개 ▲ 수조폭발로 얻어낸 물질 공개 ▲ 어뢰추진체 부식 실험 진행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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