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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와 스폰서' 시리즈 3편을 마무리한 최승호 'PD수첩' 피디.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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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MBC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그리고 10월 12일까지 총 세 편의 '검사와 스폰서' 시리즈가 방영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결국 검찰 스스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특검 조사까지 받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무소불위라던 검찰조직을 뒤흔든 50분짜리 프로그램의 중심에 최승호 피디가 있었다. 그는 약 7개월간 '검사와 스폰서' 취재를 통해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검사 스폰서 문화'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냈다.
"대검에 10여 차례 전화했지만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검사와 스폰서' 취재는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최 피디는 원래 '법의 날'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법사위 소속 한 의원실로부터 '검사 스폰서'로 알려진 정아무개씨의 전화번호를 얻어냈다.
"처음 들었던 얘기는 그가 도의원을 지냈고, 건설회사를 운영했다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모두 사실이었다. 그러고 나서 통화를 했고, 통화내용에 신빙성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부산으로 내려가 그를 직접 만났고, 그가 작성한 문건을 건네받았다."
정씨가 작성한 문건에는 1984년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향응을 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여기에는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 황희철 법무부 차관 등 검찰과 법무부 고위직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향응·성 접대 등이 사실이라면 폭발성이 큰 사안이었다.
최 피디는 문건에 거론된 전·현직 검사들의 이름과 이들의 과거 행적을 꼼꼼하게 맞춰봤다. 대체로 '검사 스폰서'의 진원지였던 부산지검과 진주지청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접대받은 사실뿐만 아니라 정씨와 맺은 관계조차 부인했다.
"박기준 지검장은 정씨와 한 두 번 정도 만난 사이라고 했고, 한승철 부장은 처음에는 정씨를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한승철 부장은 내가 접대받은 날짜를 구체적으로 얘기하자 정씨와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룸살롱에 간 사실은 부정했다. 박기준 지검장은 정씨를 '미친 사람', '정신병자'로 취급했다. 'PD수첩'이 그런 사람의 말을 믿고 검사장들을 무분별하게 취재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는 다른 경로를 통해 정씨에게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안다."
자신들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건인데 검사들이 취재에 잘 응해줄 리 없었다. 최 피디도 "검사들만큼 취재가 어려운 직종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해명이나 반론을 듣기 어려웠다.
"전화통화도 잘 안되고, 그나마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어버리고…. 개별 검사들은 그렇다고 해도 검찰조직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대검에 질문지를 보내도 답변을 하지 않고 무시했다. 대검에 10여 차례 전화를 했지만 '모른다'거나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참 답답했다. 검찰은 '검사와 스폰서' 1편부터 3편까지 방영하는 동안 시종일관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을 안 해도 되고, 안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언론을 무시하고, 곧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으니까 '맘대로 방송하라'는 식이다."
최 피디는 "4대강 관련 취재를 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겪었지만 그래도 물어보면 인터뷰 등을 통해 답변은 했다"며 "하지만 검찰은 사실과 관련된 질문조차 완전 무시했다"고 말했다.
향응·성 접대 의혹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룸살롱' 취재도 힘든 일이었다. 최 피디는 "이렇게 많은 룸살롱을 가본 것도 처음"이라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가씨를 부르고 술을 마셔야 했던 것도 고역이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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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폰서 검사를 다룬 'PD수첩'의 한 장면 |
ⓒ i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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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얼마나 무서운 조직이었으면 거짓 진술까지..."
검사 스폰서인 정씨의 처지도 썩 좋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신병치료가 필요해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언론취재에 응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많은 공익제보자들을 만났지만 정씨의 경우가 가장 힘든 경우에 속한다.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제보했고, 첫 방송이 나간 이후에 다시 구속되면서 자살까지 시도했다. 몸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서 상황을 견뎌야 했다."
'검사와 스폰서' 시리즈는 결국 검찰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특검 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사과정부터 문제투성이였다. 검찰은 정씨의 핸드폰에 저장된 주변사람들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진행했다. 심지어 정씨의 단골 미용실 주인까지 검찰의 전화를 받았다. 정씨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검찰은 검사들이 아닌 나와 내 주변을 조사했다"고 꼬집었다.
최 피디는 "검찰이 얼마나 무서운 조직인가?"라고 물었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09년 한승철 당시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주재한 회식 자리에 동석했던 정씨의 한 선배가 "부장검사가 아닌 내가 성접대를 받았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다.
"검찰은 그 선배의 회사와 집을 압수수색하고 계좌를 추적했다. 열 살 아들의 통장까지 뒤졌다. 얼마나 공포에 시달렸으면 그렇게 거짓 진술을 했겠나? 자기가 성접대를 받았다고 하면 좀 부드럽게 넘어갈 줄 알았다고 한다. (조사대상인) 검사들을 조사해야지 접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씨의 지인들을 왜 먼지털이식으로 샅샅이 뒤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투성이 조사과정만큼 결과도 정말 초라했다. 특검 스스로 '검사 스폰서 사건'의 진원지로 지목했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에게는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진상규명이 아니라 진상축소, 더 나아가 진상을 은폐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아주 오래된 사건이라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워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검찰이 철저하게 반성한다'고 고백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있는 증거도 찾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치면 나오는 식당을 '오래 전에 없어졌다'고 발표했다. 또 성접대 의혹을 받은 검사가 100여 명인데 1명만 인정했다. 진상조사위 등은 '사실이 아니다', '믿기 어렵다'는 쪽으로 몰고 갔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스스로 견제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최 피디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어 검찰이 죄가 된다고 하면 죄가 되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며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한 검찰을 유혹하려는 세력과 안일한 검찰의 스폰서 관계는 사라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견제받지 않는 검찰, 더욱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검찰은 스스로 꾸린 진상규명위에서 자신의 치부를 날카롭게 도려냈어야 했다. 특검이라는 외부자가 개입하기 전에 스스로 정화의 계기를 마련했어야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은 그런 기회를 스스로 던져버렸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견제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게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일지 다른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현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검찰을 제어해야 한다."
최 피디는 "검찰은 견제할 조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 엄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제 검찰은 '걸면 걸린다'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스스로 겸손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피디는 "현재로서는 검찰조직을 견제할 곳은 언론밖에 없는데 언론도 마음이 약하다"며 "하지만 사실대로 보도해야 검찰조직도 바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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