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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의존하려는 괴산군청

- 괴산 발효식품산업단지의 결말 -

 

 

지난해 2010년 1월 29일에 열린 괴산군의회 제183회 임시회에서 당시 김인환의원이 한 발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우선 그의 발언 내용부터 보겠습니다(괴산군의회 의사록 녹취).

 

"지금 발효식품단지 이것도 군수님께서 당초에 민선 4기 선거 출마 하시면서 제일 공약사업 1호가 발효식품단지입니다.   3,000억 공공자금 갖고 와서 30만평에 발효식품단지 하겠다 한 것이 지금 와서 세부적으로 보며는 335억으로 줄어 들었고 그 중에서 189억을 기채, 빚을 얻어서 하겠다. 3,000억이란 돈은 없어졌어요.  주민들한테 이런거 설명할 기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주민들한테!"

 

그랬습니다. 2006년도 지방선거에서 임각수 후보는 "세계적인 발효식품단지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말로 많은 표를 끌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선거공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산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콩, 고추, 배추, 사과 등 다양한 농특산물을 이용하여 고추장, 된장, 청국장, 간장, 식초, 식용유, 탁주, 발효주 등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 곳곳으로 수출하는 발효식품의 본고장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가져와서 30만평 규모의 "발효식품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그곳에 "발효식품 공장, 발효식품 전시판매장, 맞춤식 발효체험시설, 웰빙레저시설, 발효식품 박물관" 등의 부대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곤 그의 선거공보에다 도표까지 그려가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당선되어 취임하자마자 말이 계속 바뀌기 시작하였고, 그에 대한 목소리도 작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취임한지 1년도 안되어서 사업규모를 900여억원으로 줄여가는 것 같더니 2009년경에 들어와서는 335억9천만원의 사업비에 10만평의 규모로 축소하여 추진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충청투데이 2009년 12월 16일자 신문,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6358)

 

여기에 유치하려는 기업도 발효식품 업종만이 아니었으니, 도리어 그것은 얼마 안되고 자동차 및 트레일러 업종,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업종,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등 통신장비 업종 등이 그 단지에 입주하게 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효식품단지가 조성되면 15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와 연간 3300억원의 생산효과가 발생된다는 허황된 발표까지 하고 있으니 이런 말을 어떻게 되담으려고 하는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좋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계획과 규모를 재조정하여 그 사업의 완수를 위해 매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열정이 보이면 박수도 보내고 힘을 보태기도 하는게 사람의 마음이지요. 하지만 이번 발효식품단지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우선, 사업진행의 자초지종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채 그냥 유야무야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괴산군의회 의사록을 뒤져봐도 사업추진의 변화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일반 주민들이 이를 알아채기는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찾아가서 떠벌리는 군수의 허세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축소된 사업비도 다 구하지 못한채 사업을 진행시키는 점이며, 급기야는 지방채 189억원을 발행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즉 빚을 내서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럴 즈음에 김인환의원이 의회에서 담당과장에게 큰소리를 질러댄 것이죠. 앞서 본 그의 질의를 추론해보면, 이미 그 이전부터 의원들에게 지방채를 발행하게 해달라고 조른 모양인데, 의원들이 그 상태로는 안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음에도 괴산군청은 끊임없이 무리하게 요구를 한 것이었습니다. 추접스럽게시리...

 

그러다가 2011년의 괴산군 주요업무보고서를 보니 괴산군청은 여전히 지방채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걸 보게 됩니다. 공사규모에 대한 약간의 조정은 있지만, 국비(70억원)와 도비(5억원) 및 군비(5억원)를 합쳐도 총사업비 260억 3300만원에서 180억 3300만원이 모자라니 이를 지방채로 채우려고 하는 겁니다.

 

재정자립도 13.1%, 순수 지방비가 114억원인 괴산군의 재정상황 속에서 불요불급한 일도 아닌데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자만 6~7억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이런 부담은 괴산군청만 지는게 아니고 모든 괴산주민들이 군청의 어눌한 판단에 함께 합류하게 되는 것입니다.

 

괴산군청과 괴산군수에게 묻습니다.

 

임각수 군수는 자신이 공약한 3,000억원은 가져오지도 못한채 도리어 빚만 180억원을 지게 되는 상황을 군민들께 상세하게 설명하기 바랍니다. 언제 한번 속시원히 그 사정을 듣지 못한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군수는 분명하게 소명해야만 합니다. 거기에는 군수의 정중한 사과까지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괴산군청에서 추진하려는 지방채 차입에 대한 사업진행을 중지하십시오. 괴산군민들은 그것이 급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꼭 해야만 할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발효식품단지가 아닙니다. 잡동사니 산업단지 건설을 위해 군민들을 볼모로 하는 정책을 즉시 폐기하고 새롭고 창조적인 일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1년여전 괴산군의회에서 이런 불합리한 일에 대해 담당과장에게 차분히 따지던 김인환의원을 다시 생각합니다. 집행부의 무리한 회유에도 굴하지않고 소신껏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던 그 3선의원같은 분들이 오늘의 괴산군의회에도 많이 계시길 기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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