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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넋두리05] 청주성모병원 안과에서 겪은 일

by 마리산인1324 2011. 3. 30.

[넋두리05] 청주성모병원 안과에서 겪은 일

 

 

지난 2월에 어머니를 모시고 청주성모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미국시민권자이시기에 거소신고를 한 후에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아서 몇개월만에 간신히 진료을 받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고령이시라 안아픈데가 없으니 여러날에 걸쳐서 몇개 과를 돌았습니다.

안과,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이비인후과, 위 내시경검사, CT 촬영 등, 많이도 다녔습니다.

청주에서도 큰 병원이고 가톨릭계통의 병원이어서 그런지 의사나 간호사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간혹 극존칭의 용어들이 남발(?)되는 느낌이 들어서 민망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가 애용하는 단골병원이 된지 오래 되었지요....

 

그런데 한 군데만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안과. 여자 의사였는데, 지독히도 말을 아끼는 분이었습니다.

환자가 물어봐야지 몇마디 해주는게 그녀의 진료방식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노인네이신 우리 어머니의 갑갑함은 이루 말할길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병명도 녹내장이고 점점 더 안보이는 상태로 치닫는 것 같으니 그 불안감이 매우 크셨거든요.

 

그냥저냥 그날부터 처방전대로 약을 가지고 왔고, 그대로 약을 복용하고 눈에 넣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하길 며칠이나 지났을까...

이상하게도 어머니의 눈이 퀭하니 들어가버리고, 눈 주변이 약간 거무스리하게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라 우리, 특히 어머니의 걱정은 쌓여만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과 진료차 청주성모병원에 갔다가 안과에 들렀습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눈에 넣고 그랬는데 눈이 이렇게 이상하게 변해가노라고 하면서 왜 그런지 좀 알려달라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는 보통 그 약이 어떤 성분이어서 어떤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해주리라 예상했지만 그 의사는 의외의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간호사를 보고 빈정거리듯이 웃으면서 "뭐가 이상해. 정상인데..."라고 하면서 아무 문제 없는 거라고만 대답하며 아무런 설명도 하질 않았습니다.

계속 그 대답 뿐이니 어떻게 합니까, 그냥 돌아나올 수 밖에... 

 

화가 나더군요.

그래도 그 의사에게는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혹여 어머니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동네 안과를 찾았습니다.

청주성모병원의 처방전을 보여주니 그 의사가 그 약과 증상에 대해서 설명해주더군요.

그 녹내장 약을 넣으면 그런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빨리 실명하게 되니 잘 참고 약을 넣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과 함께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월요일(3월28일)에 다시 청주성모병원에 갔습니다.

약도 다시 처방받고, 이번에 미국으로 다시 가시는 어머니의 입국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영문 진단서와 진료기록일지 사본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안과에도 갔습니다.

그 의사는 인사는 물론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 한 마디도 걸지 않았습니다. 설명도 없구요...

다만 우리에게가 아니고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단 한 마디, "나가 계시라고 그래!" 그게 다였습니다.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당연히 들었지만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받은 진료기록일지.

 

깜짝 놀랐습니다.

진료기록일지에 그 의사가 갈겨버린 글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약을 넣음으로 인해 눈이 이상해졌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설명을 요청한 것이 그녀에게는 시비거는 걸로 인식된 모양입니다.

그 일지에 시비를 건다는 표현이 두번이나 적어놨으니 말입니다.

 

불쾌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그 의사는 왜 우리에게 그렇게 대했을까 하고...

우리가 무슨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례하게 대하지도 않았고, 그 이상의 태도를 취하지도 않았건만 그 의사는 우리가 자기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그 기록지에는 우리에게 뭘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적어놨지만 그녀는 그 증상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랬으면 우리가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리 없거든요...

그런데도 우리에게 그러한 설명을 했다고 적어놨네요...

거짓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게 의사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느껴서 그랬을까 하는 겁니다.

물론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만, 그 의사의 외모와 태도에는 권위주의적 냄새는 매우 강하게 납니다.

그래서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서도 궁금해집니다.

다른 환자들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만 느낀 감정일까...?

뭔가 답답하고 억울해서 이렇게 풀어봅니다.

의사의 권위만큼이나 환자의 알권리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