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2003년 11월 1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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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동향: 펠릭스 가타리의 이론과 의미 |
'횡단성' 개념으로 새로운 주체 형성 추구
맑스주의와 정신 분석, 제도적으로는 국가와 가족이라는 축은 서구의 현대 이론과 운동을 지배해 온 것이었다.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는 국가와 가족이라는 제도들을 넘나드는 욕망의 흐름을 통해서 나타나는 새로운 집단적 주체성의 생산에 주목하는 새로운 정치학을 추구했다.
탈주의 생성 통한 분자혁명 추구
가타리는 기존의 정신 분석학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신 요법(제도 분석)을 전개하려고 했으며, 들뢰즈와 철학적 공동 작업을 통해 전통적 사유를 해체하고 욕망에 기초한 유동적(유목민적) 사유 양식을 추구했다. 이는 지금까지 인간의 인식을 억압해(틀지워) 왔던 변증법에 대한 거부이자, 인식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가타리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분석을 개인의 리비도적 집착에서 사회적 장으로 열어 젖힌다. 여기서 그는 콤플렉스론이나 구조주의적 환원론에서 벗어나 집단과 제도 분석으로 넘어간다. 가타리는 집단 분석에 기초해 자본주의를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를 수반하는 힘으로 보고 국가를 반생산(생산을 통제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제한하는) 기계로 보았으며, 그리하여 혁명적 행동을 이미 수립돼 있는 사회적 코드들과 지배 구조들을 깨트리는 집단적 주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으로 규정하게 돼다.
이런 과정에서 가타리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횡단성’ 개념이 제시된다. 고슴도치의 우화―추운 겨울 어느 날 고슴도치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자 서로 찔려 아파서 다시 떨어졌다. 밀착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고슴도치들은 아프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가장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감쌌다―로 예시되는 횡단성 개념은 수직적 위계와 수평적 칸막이를 깨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런 횡단성 개념에 입각해 가타리는 욕망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푸코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역능 개념을 도입하고 그것의 기반으로서 ‘욕망하는 생산’을 설정했다. 푸코가 지배의 미시적 작동을 분석했다면(권력의 미시물리학) 가타리는 미시적이고 분자적인 흐름을 통해 권력을 파괴해 나가는 ‘분자 혁명’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욕망의 미시정치학).
가타리는 기존의 계급 투쟁이 집착하던 이해투쟁과 국가권력장악에 잡혀 있던 권력혁명의 상에 대해 비판하면서, 욕망 투쟁과 일상 투쟁을 통한 탈주와 생성[되기]이라는 분자 혁명의 상을 제시해 나간다. 주체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주변자들, 소수자들에 주목하면서 대중들이 권력 구도를 변형시켜 갈 수 있는 장기적인 과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가타리는 체제 내화되지 않는 다양한 사회 운동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이런 다양한 흐름이 결집돼 전체 지배 구조(국가)를 변형시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러한 발상 속에서 가타리는 새로운 주체를 생산해 내는 방법과 관련해 색다른 방법을 추구한다. 가타리는 정신분석 비판에서 나아가 기호학과 언어학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무의식 연구를 진행한다. 분열분석이라고 하는 그의 무의식분석은 언표행위배치 속에서 이행구성요소들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지배적인 배열장치들 속에서 이질발생적으로 주체성을 생산해내며 그와 더불어 새로운 배치(코뮨)를 구성해 가려는 것이다.
나아가 1980년대 접어들어 생태 운동에 가담한 가타리는 기존의 분자 혁명적인 사고를 더욱 진전시키고 생태적 틀 속에서 확장해 나간다. 가타리는 종래의 생태 운동이 이른바 ‘환경문제’(자연 환경을 중심으로 한)에 한정돼 왔다는 것에 의문과 불만을 느끼고, 환경 생태학에 사회 생태학과 정신 생태학을 덧붙여, 이 세 개의 생태학을 윤리-정치적으로 접합하는 고리로서의 철학적 실천 개념으로서 생태철학(에꼬소피아)을 제시한다. 그는 환경 생태학에서 말하는 환경 오염 뿐만 아니라 사회 생태학의 쟁점으로서 ‘사회적 관계’와 정신 생태학의 쟁점으로서 ‘인간의 주체성’을 어떻게 함께 결합시켜 새로운 사회의 구성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프로이트와 맑스의 결합을 넘어서
이러한 생태철학은 분열분석 방법과 결합하여 카오스모제(Chaosmose)라는 생성론으로 나아간다. 카오스와 코스모스의 상호침투라는 의미를 지닌 이 생성론은 객관적인 현실에 붙박힌 주체의 문제를 예술적 생성으로서 주체성 생산이라는 문제로 바꿔 간다.
이처럼 가타리의 관심은 정신 분석(프로이트)과 정치(맑스)의 결합을 넘어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그의 사상의 추이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횡단성→분자 혁명→(분열 분석)→생태철학(카오스모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보아서 가타리의 이론적 모색은 이념(이데오로기)에 집착하는 기존의 운동에서 벗어나 욕망을 해방하면서 새로운 미적 패러다임을 구성해 가려는 실천적 관심에 있었다.
윤수종/ 전남대 사회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한국농업생산에서 노동조식의 변화과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자유의 공간을 찾아서’, 편저서로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최근에는 네그리와 가타리의 저서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맑스를 넘어선 맑스’, ‘지배와 사보타주’, ‘세가지 생태학’, ‘기계적 무의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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