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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시·글

[시] 누가 그랬다,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이석희

by 마리산인1324 2013. 7. 9.

 

이석희 시집 - <삶도 사랑도 물들어 가는 것> 중에서

 

 

누가 그랬다


-이석희 


누가 그랬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가끔은 이성과 냉정 사이 

미숙한 감정이 터질 것 같아 

가슴 조일 때도 있고 


감추어둔 감성이 

하찮은 갈등에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쉬기도 한다 


특별한 조화의 

완벽한 인생 

화려한 미래 

막연한 동경 


누가 그랬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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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이석희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
내가 그곳에 가면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
온전히 나를 말리며
풀벌레 소리에
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
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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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눈이 부시게 좋은 날
고개 들어 주위를 돌아다보면
연둣빛은 물론 분홍빛 노랑빛
참으로 어여쁜 꽃들이 반긴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문득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

꽃이 피어도 그만
해가 바뀌어도 그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냥 서로 나 몰라라 잊혀져가는 세상

그래도 문득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