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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없는 진보에 대하여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게 어디 한둘이겠습니까만...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이른바 '진보'라는 이름으로 행동하고 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그 언행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음을 볼 때에는 도저히 감내하기가 힘든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그 면면을 보면 예술성과 사회성에서 매우 탁월한 능력과 성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한 부분에서는 어린아이같은 어리숙한 부분을 느낄 때에는, 이건 뭔가 하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됩니다.
물론 사람이 만능이라거나 완벽하다는 전제에서 이 얘기를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는 걸 여러분은 아실 겁니다. 그렇더라도 사실 이런 식의 얘기는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서 또한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지난 1월11일에 우연히 페북에서 '그'를 맞닥뜨린 일은 지금까지도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제주 강정마을의 엄혹한 상황을 온누리에 알리고 국가와 정부의 강압과 월권을 누누히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페북에서 어렴풋이 봐도 그를 아는 사람도 많았고 그를 여러모로 지원하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저는 작금의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그의 역량과 성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구럼비-바람이 분다'는 영화를 들고나간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주 4·3항쟁을 다룬 '레드헌트'로 파란을 일으켰다는 멘트를 보곤 그 사회적 의식과 예술성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그때에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난 1월 11일에 자신의 페북에 쓴 글의 주인장이었다는 사실과는 도저히 연계되질 않았습니다. 김제동이라는 연예인이 친일파도 아니고, 자신이 만든 다큐의 서북청년단원도 아니었음에도 무슨 큰 적을 만난듯이 심하게 표현한 것은 지금도 이해되질 않습니다. 김제동을 좋아하든 아니든 그런것을 떠나서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는 인격적인 면을 볼 때에 드는 아쉬움입니다. 김제동을 비판(사실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인격적인 '비난'이었지요..)하는 '그'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때 '그'의 글은 박정희나 전두환을 꾸짖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냥 비아냥거리고 싶은 상대였을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아쉬움은, 마음에 들든 안들든, 김제동이라는 인간을 그렇게도 품을 수 없었던가 하는 점입니다. "등신." "째째하게 나같으면 백만원이다. 그러니 애인이 없지." 등등의 언사는 지금도 불편하고 불쾌하게 다가옵니다.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같은 편이라고 말하면서 정겹게 다가오는 사람을 흔쾌히 품지 못하면서 어떻게 4.3을 논하고 강정을 얘기하는 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그 정도의 식견과 인격을 가진 사람이 이른바 '진보'의 일꾼이라는게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의 그런 글에 댓글을 단 분들도 '잘 했어' 하면서 함께 히히덕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그 누가 말하는 '집단무의식' 때문일까요...? 아니면 '나는 그 역사의 현장에 있는 사람야'라는 심정적 우월감이 그들의 마음을 그렇게 들뜨게 만든 걸까요...? '인격'이 결여된 진보는 그냥 웃기는 패거리집단에 불과한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이런 글을 써야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주 강정 뿐 아니라 밀양 문제까지도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마당에 이런 식의 '내부적 갈등'을 드러내야만 하는가 하는 고민을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작 '그'의 글이 나온 1월에 그냥 간과한게 너무 아쉬워서 지금에서라도 짚고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렵게 글을 씁니다. 적어도 인간이 인간을 상대할 때에는 인격적인 바탕 위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해야 하리라는 자책의 의미을 담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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