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冥 曺植선생의 시 한 구절...
<원불교신문> [1633호] 2012년 10월 12일 (금)
http://www.w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063
마음의 문을 여는 시
이원구 시인
題黃江亭舍 황강의 정자에 머물며
路草無名死 길가의 풀은 이름 없이 죽어 가고
山雲恣意生 산속의 구름은 자유로이 사는구나
江流無限恨 강은 가없는 한스러움 흘려보내나
不與石頭爭 돌의 머리와는 다투지를 않는다네.
'황강정사에서(題黃江亭舍)' -조식(曺植 1501-1572 조선 중기의 학자)
조식의 본관은 창녕, 호는 남명(南冥)으로 퇴계와 함께 영남 사림의 지도자였다. 죽은 뒤 시호는 문정(文貞), 영의정으로 추존하였으며 저서로는 '남명집(南冥集)', '학기유편(學記類編)'이 있다.
이 시는 자연의 이치를 읊조린 듯 보이지만 잘 음미해 보면 꽤 함축적이어서 묻혀 사는 선비의 자유로움 뒤에 숨은 고독감, 그리고 민초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젖어 나온다. 그것은 두 번에 걸친 사화로 숙부와 여러 친구들을 잃고 부친의 좌천까지 겪은 조식이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산림처사(山林處士)로 자처하면서 제자를 기른 그의 삶 때문일 것이다.
조식은 항상 차고 다니던 칼에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라고 새겼다. 즉 안으로 밝혀야 할 것은 공경이고, 밖으로 단행해야 할 것은 의리라면서 서리, 벼슬아치, 심지어 임금까지 비판한 그는 시달리는 백성의 편에 서서 폐정개혁을 서슴지 않는 성리학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또한 조식은 왜적의 침입을 경계했는데, '신유도불유(神游刃不游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 밑에서 임진왜란 때는 의병장이 여럿 나온 것일까.
-----------------------------------------------
涵碧樓
曺植
喪非南郭子 남곽자 처럼 무아지경에 이르진 못해도
江水渺無知 강물은 아득하여 알 수 없구나
欲學浮雲事 뜬구름의 일을 배우고자 하나
高風猶破之 오히려 높다란 바람이 흩어 버리네
* 南郭子(남곽자) : 노자에 나오는 세상의 이치를 체득한 사람
----------------------------------------------------------------
黃溪瀑布(1)
投璧還爲壑所羞 둥근 옥(큰 물줄기)을 던져 돌아오는 것은 작은 개울의 부끄러움 일세
石傳糜玉不曾留 돌이 펴진 곳에 미옥(糜玉)이 머물수 없는 법
溪神謾事龍王欲 용왕(간신)들 뜻에 따라 계신(임금)은 국정을 방종(放縱)하여
朝作明珠許盡輸 아침에 짜른 명주를 다실어 가도록 허락했구나
黃溪瀑布(2)
懸河一束瀉牛津 달아맨 듯 한 줄기 물이 은하수처럼 쏟아지니
走石翻成萬斛珉 구르던 돌이 만 섬 옥으로 변하였다네
物議明朝無已迫 내일 아침엔 사람들 논의 그리 각박하진 않으리
貪於水石又於人 물과 돌에 탐을 냈는데 사람에게 탐을 내랴
------------------------------------------------------------
遊黃溪贈金敬夫 (1)
황계폭포에서 놀면서 제자인 敬夫 김우굉(金宇宏:1524-1590)에게 준 시이다.
老夫頭面己霜乾 늙은이 머리에 벌써 서리가 말랐는데
木葉黃時上得山 나뭇잎 물들었을 때 산에 올랐네
雙栢有枝柯幹浩 두 그루 잣나무의 가지와 줄기가 좋으니
莫言庭際秀芝蘭 뜰에 지초와 난초 빼어났다고 말하지 말게나
遊黃溪贈金敬夫 (2)
莫恨秋容淡更疏 가을 경치가 조촐하다고 한스러워 말라.
一春留意未全除 봄이 남긴 뜻 아직 모두 가시지는 않아는 리라.
天香滿地薰生鼻 하늘의 향기가 땅에 가득 차, 그 향기 코끝에 돋아 나네.
十月黃花錦不如 10월의 국화꽃에는 비단도 비교가 되지 못할 것이리라.
--------------------------------------------------------------
題德山溪亭柱 덕산 시냇가 정자 기둥에 쓴다
請看千石鍾 천섬 들어가는 큰 종을 보소서!
非大扣無聲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다오.
爭似頭流山 어떻게 해야만 두류산처럼,
千嗚猶不嗚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까?
'삶의 이야기 > 시·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옆을 보라 등등 /이원규 (0) | 2013.10.30 |
---|---|
김재진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0) | 2013.10.27 |
[스크랩] 남명 조식선생시 모음 (한시 시조) (0) | 2013.10.23 |
Nancy Wood-Today is a very good day to die. 오늘은 죽기 좋은 날... (0) | 2013.10.16 |
뒤에야(然後) / 陳繼儒 (0) | 2013.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