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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넋두리09] 제약과 속박의 경험을 겪으며

by 마리산인1324 2013. 10. 29.

[넋두리09] 제약과 속박의 경험을 겪으며

 

 

장면1.

 

귀농을 한 후 1년반 정도는 아주 조용히 살았다.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땅만 보면서 열심히 농사만 졌다.

비록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자립적으로 살기 어렵다는 걸 절감하면서...

 

그러다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은 점 뿐 아니라 문제점들도 보이니 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는 우리 지역에 골프장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이기에 골프장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처음에는 하나의 글로 골프장의 폐해를 지적하다가, 다음에는 세편으로 나눠서 쓰고, 나중에는 아홉편으로 나눠서 꼼꼼하게 써내려갔다.

그러다보니 귀농2년차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골프장 문제가 여전히 시끄럽게 지속되던 귀농3년차에 나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던 '괴산고추대학'에 들어갔다.

농업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터넷과 책에 나온대로만 농사를 짓는 것을 지양하고자 하던 와중에 그런 교육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론교육과 함께 현장교육도 병행하고 있어서 농업에 대한 나의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물론 골프장에 대한 나름대로의 저항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교육이 막바지에 이른 어느날.

지역 농업인단체에서 막중한 역할을 하는 분이 찾아왔다.

이제 곧 이 교육도 끝나면서 이에 대한 동창회가 조성되는데 나도 가입하려느냐고 묻는다.

속으로는 '뭔 동창회?' 하면서도 그러자고 대답했더니 곧장 의외의 답변이 날라왔다.

고추대학동창회가 결성되면 동창회의 허락없이 어디든 글을 쓰지 말라고...

처음에는 무슨 얘기인가 하다가 그 의미를 깨닫고는 얼굴이 붉어질대로 붉어졌다.

그리곤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 조건이라면 나는 그 동창회에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면서...

안 그래도 '자유로운 삶'을 찾아서 귀농했는데 이런 속박을 당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지금 그는 지역의 농업인단체장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며 지역을 누빈다... 

양복을 입고, 머리에 기름을 바른 채...

 

 

장면2.

 

골프장 관련 여진이 몇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혼자서 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쓰다가 골프장이 들어설 지역주민들과 만나면서는 활동범위가 점차 넓어진다.

그 주민들이 읍내에서 가두시위를 할 때에 함께 참여한 귀농자들을 알아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역언론도 없고, 시민단체다운 단체도 없는 상태에서 힘을 모으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름만 시민단체인 곳이 하나 있었는데, 오랫동안 눈여겨보다가 이런 단체나마 함께 하면 어떨까 싶어서 그 월례모임에 참석했다.

평소에도 참여를 독촉하던 차에 참석한 것인데, 그 모임이 끝날 때 쯤에 한 분이 내게 말했다.

이 단체에 들어오면 단체의 허락없이 개인적으로 글 쓰면 안된다고...

그 말을 듣고 있던 몇 안되는 다른 분들에게 내가 물었다, 같은 생각이냐고...

다들 그렇다고 했다.

결국 이 단체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는 여기에 참가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였다.

 

몇년 뒤 이맹박의 4대강 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 그 단체 공동대표를 찾아갔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목사인 그로서는 보수적인 다른 목사들의 눈치가 보였던 것 같다.(내 추측이지만, 실제로는 본래 그런 사회의식이 부족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이 단체의 대표자격으로 참여한 도(道) 연합단체 상임대표를 얼마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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