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16년 오뉴월이었을 겁니다.
그가 동막골에 찾아와서 함께 막걸리를 나눠마시던 날...
그날에 정상일은 흘러다니는 빨간 싸인펜으로 이면지에다 마구 휘갈깁니다.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일필휘지로 내려꽂는 그의 언어의 힘은 형언할 길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의 생각이 잠시 머물던 그 종이를 최근에야 우연히 발견했지 뭡니까...
몇번이고 다시 읽으면서도 되풀이 되는 저의 감탄은 분명 의도적이진 않습니다.
늘상 시인이길 거부하는 정상일의 시는 이렇게 저를 자주 흔드니까요...
동막골
- 정상일 -
그저 찾아온 길에
술 석잔이면 꽃 피지 않겠니
만약에 꽃이 핀다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겠니
보라, 이 사람아,
저기 꽃 피고 여기 꽃 피고
복사꽃 마음에 숨고
저 벚꽃 가슴에 숨고
생각하니, 다 꽃이로다.
-술이 부족하여 영혼이 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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