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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정상일의 시 '동막골'을 되뇌이며...

by 마리산인1324 2016. 8. 18.

아마도 2016년 오뉴월이었을 겁니다.

그가 동막골에 찾아와서 함께 막걸리를 나눠마시던 날...

그날에 정상일은 흘러다니는 빨간 싸인펜으로 이면지에다 마구 휘갈깁니다.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일필휘지로 내려꽂는 그의 언어의 힘은 형언할 길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의 생각이 잠시 머물던 그 종이를 최근에야 우연히 발견했지 뭡니까...

몇번이고 다시 읽으면서도 되풀이 되는 저의 감탄은 분명 의도적이진 않습니다.

늘상 시인이길 거부하는 정상일의 시는 이렇게 저를 자주 흔드니까요...




동막골


- 정상일 -


그저 찾아온 길에

술 석잔이면 꽃 피지 않겠니

만약에 꽃이 핀다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겠니


보라, 이 사람아,

저기 꽃 피고 여기 꽃 피고

복사꽃 마음에 숨고

저 벚꽃 가슴에 숨고


생각하니, 다 꽃이로다.


-술이 부족하여 영혼이 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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