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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6-09-27 19:14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63043.html


“퇴행하는 한국사회가 ‘함석헌 사상’ 다시 읽어야 할 이유”


‘함석헌 선집 3권’ 발간기념 간담회
김민웅·김영호·이만열·윤영천 교수
“과학·영성 통합해낸 실천적 지성”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함석헌 선집> 발간 기념 간담회. 왼쪽부터 김민웅, 김영호, 이만열, 윤영천 교수.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함석헌 선집> 발간 기념 간담회. 왼쪽부터 김민웅, 김영호, 이만열, 윤영천 교수.



“왜 새삼 함석헌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오늘날 세계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와 맞닿아 있다.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장래가 불투명하고 비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미 함석헌은 서구가 주도한 물질문명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 문명의 종말은 막을 수 없다. 그의 경고 이후 한 세대가 지나가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제태(목사)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신대식(목사) 김영호(인하대 명예교수) 윤영천(인하대 명예교수) 이재봉(원광대 교수)김민웅(경희대 교수) 등 함석헌학회 회원들로 꾸려진 편집위원회가 엮은 <함석헌 선집>(한길사 펴냄) 세 권이 출간됐다.


각기 ‘씨알의 소리’ ‘들사람 얼’ ‘인간혁명’을 제목으로 단 세 권은 기획 20돌을 맞은 한길사의 고전 시리즈 ‘그레이트 북스’의 제148~150권으로 등재됐다. “함석헌 사상은 현대의 고전”이란 얘기다. 각권 신국판에 7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집 발간 기념 간담회에서 김민웅 교수는 “왜 지금 다시 함석헌인가?”라고 자문하고 자답했다. “함 선생님이 활동하신 그 시대와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함 선생님의 글에서는 ‘아, 바로 이거다’ 하고 (해법을) 짚어낼 실천적 포인트들이 있다.” 이어 김 교수는 늘 본질적 혁신, 영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이 언제나 본질적 문제를 천착한 함석헌 사상과 상통한다며, “함석헌은 읽힐 것”이라고 했다. “과학과 영성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세계적인 새로운 흐름이 우리 사회 밑바닥에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함석헌 사상이야말로 거기에 능히 조응할 수 있다. 함석헌은 전혀 낡지 않았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길사 창립 40돌에 맞춰 함석헌 사상을 새롭게 읽고 평가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젊은이들에게 함석헌 사상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길사는 1980년대에 20권짜리 함석헌 전집, 2000년대 들어서 30권짜리 저작집을 냈으나 절판이나 “그밖의 사정”으로 최근 5년 남짓 사이 함석헌 저술은 서점에서 사라졌다. 편집위원회는 그 때문에 독자들과 연구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함석헌 저술에 노출되지 않은 새 세대에게 정보가 단절된 점 등을 이 선집 발간 이유로 들었다.


얼마 전 <함석헌 사상 깊이 읽기>(전 3권·한길사)를 낸 김영호 교수(함석헌학회 회장)는 켄 윌버나 테야르 드 샤르댕과 같은 서구의 통합적 사유의 선구자들보다 훨씬 앞서 그것을 고민했던 함석헌 사상의 선진성과 진보성, 탁월성을 강조하면서 한길사에서 기왕에 낸 전집과 저작집은 너무 방대해 ‘코끼리 더듬기식 읽기’가 되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함께 자리한 이만열 교수는 “함석헌은 우리로부터 출발해 세계의 모든 것을 아우른, 처음으로 나와 세계를 융합한 사람이다. 향후 우리가 어디를 지향해야 할 것인지 함석헌을 참고할 수 있다”면서 이번 선집이 “함석헌 사상의 에센스를 모아 묶은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윤영천 교수는 요즘 한국 정치·사회의 난맥상을 지적하면서 “함석헌 글은 아주 오래전에 쓴 것들도 현재적 의미로 빛을 발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의 심각한 퇴행을 보면 과연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지 정부인지 모르겠다. 함 선생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글을 쓰실지 궁금하다. 그를 뛰어넘는 실천적 지성이 없다.”


선집 발간사에는 이런 현실인식과 지향점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한국은 동서의 전통과 이념이 그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된 채 섞인, 즉 함석헌의 표현으로 세계의 쓰레기통이자 시궁창이 되었다. 그 결과 지금 한국사회는 각종 모순과 비리로 가득찬 집단으로 내려앉았다. 자유와 평등, 개인주의가 수반하는 인권과 공공정신 등 서구가 확보한 가치는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다. 모든 공공재가 급속히 사유화·사물화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이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 언론뿐만 아니라 재물의 청지기(기독교), 무소유(불교, 힌두교)의 덕성을 가르쳐야 하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공동체,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찍이 함석헌은 근본적인 전환과 혁명을 외치고 새 나라, 새 윤리, 새 종교, 새 교육을 설계했으나 우리 사회는 그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선집을 분야별로 갈라 편집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사상적으로 의미가 깊은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나, 독창적인 사유와 발상의 전환을 꾀했나, 사회개혁의 원리와 방법을 논했나,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밝혔나, 감성과 영감을 일으켰나, 생애의 전환점을 기술했나 등이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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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09.27 21:11: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60205&artid=201609272111005#csidx347453f245036bfa89f17ee087f9f5a


민주주의 퇴행의 시대, 다시 되새기는 ‘함석헌’


ㆍ그의 사상 담은 선집 3권 출간…3차례 강연회도


동서고금을 넘나든 한국의 대표적 사상가인 함석헌(1901~1989) 사상의 정수를 가려 묶은 ‘함석헌 선집’(한길사·사진)이 전3권으로 출간됐다.


선집에는 함석헌의 글 94편, 시 11편이 담겼다. 1권 <씨알의 소리>는 주로 종교·철학·역사 분야의 주제를 다룬 글들이다. 2권 <들사람 얼>에는 민중·민족·국가·세계·생명·전체를 열쇳말로 하는 그의 역사논설과 정치평론, 철학논고가 실렸다. 3권 <인간혁명>은 변혁을 주제로 한 글이 중심이다. 선집에는 김영호 인하대 명예교수(철학), 윤영천 인하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김민웅 경희대 교수(정치학·신학)의 해제가 붙어 있다.


출판사 한길사는 1980년대 후반 ‘함석헌전집’(20권)과 2000년대 후반 ‘함석헌저작집’(30권)을 출간했으나 모두 절판된 상태여서 함석헌학회가 이번 선집을 주도했다. 초대 학회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27일 “함석헌은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탁월한 사상가인데도 잊혀지고 있다”며 “이번 선집이 그의 사상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함석헌은 한국 사상사·철학사에서 독창적이고 대체불가능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적이고 직관적인 문체 탓에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읽기에는 까다롭다는 평가도 있다. 윤영천 교수는 “함석헌은 현실 정치평론가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며 “민주주의 퇴행의 시대를 사는 지금 세대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교수는 ‘지금 왜 함석헌인가’에 대해 “함석헌은 역사의 엄청난 격변 속에서 정신의 우물을 길어올렸다는 게 가장 놀라운 점”이라며 “동양사상과 서양과학의 융합을 추구하는 서양철학의 전위적 흐름을 이미 오래전에 선취했다”고 말했다.


함석헌학회와 한길사는 선집 출간을 계기로 함석헌 사상의 대중화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호 교수는 그 첫걸음으로 다음달 13일, 20일, 27일 서울시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함석헌 사상으로 그려보는 새 문명의 청사진’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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