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한켠에 앉아 술잔을 들기 전
그는 놓인 반찬 그릇들을 치운 채 펜을 집어든다.
일필휘지로 내지르니 곧 명징한 시가 되어버린다.
아, 결국 우리는 대취하였고
샥시한테 집으로 질질 끌려가도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저녁에>
- 정상일 -
어느새 꽃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이냐
사랑을 기억할 새도 없이
봄날은 떠났네
언젠가 우리가 이 저녁을
먼 추억처럼 그리워할 때
오늘의 저녁 바람이
우리의 쓸쓸함을 알리라
서로 저물었다고
같이 늙었다고
함께 비우는 술잔을 그때
우리는 기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