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괴산에서의 귀농생활은 몇년간 비어있던 집에서 시작됐다. 들판 가운데 숲으로 둘러싸인 외딴 집에는 나무가지와 덩굴이 지나치게 자라있었고, 집주변의 쓰레기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게다가 도시생활에서의 관성때문에라도 어둠에 익숙해지는게 참으로 힘들었다. 참다못해서 아내가 집앞에 가로등을 세워달라는 민원을 내서 결국 집입구가 밝아지긴 했으나 한편 이 일로 인해 자신을 거치지않고 진행했다는 이장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가로등도 우리가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자 우리 스스로 가로등을 끄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을 살다가 이전에 매입한 지금의 집자리로 이주해오면서도 우리는 집입구에 가로등을 설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젠 어둠이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참으로 묘한 일을 겪었다. 귀농한지 2년쯤 되는 이웃 사람이 우리집 입구에도 가로등을 설치하라고 조언(?)하기에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그랬더니 곧장 한마디를 날린다. 왜 그렇게 사느냐며, 딱하단다. 어휴~~ 참... 내가 생각하는 '어둠'에 대해 설명해도 막무가내... 점점 말이 줄어들게 만드네...
***
최근에 괴산 귀농귀촌자모임을 한다는 연락을 받으며 드는 생각.
그런 모임을 만드는 이유가 뭘까? 십여년전에 몇십명의 귀농자들이 모일 때에는 친목모임일수 있겠으나 지금은 1000명대가 넘으니 ... 의도와 속셈이 보인다면 지나친 말일까?
게다가 나같이 귀농 15년을 넘어가는 사람을 굳이 그런 모임으로 끌어내려는 이유는 뭘까?
이젠 지역사회로 좀더 깊이 들어가서 주민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이런 류의 모임이 더 높은 장벽을 쌓는건 아닐까? 안그래도 서로간에 이질감을 해소하는게 큰 숙제인데 말이다. 갑갑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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