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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야기/괴산 관광

가을 단풍은 '나이'도 물들입니다(오마이뉴스 041027)

by 마리산인1324 2007. 1. 11.

 

<오마이뉴스> 2004-10-27 13:53

http://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17191&ar_seq=

 

 

 

가을 단풍은 '나이'도 물들입니다
마흔 다섯 나이에 띄우는 연서
    임윤수(zzzohmy) 기자   
▲ 몇 번째 어떤 가을을 맞고 계신가요. 가을아침 물안개 피어나는 호숫가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2004 임윤수
몇 번째 가을을 보내고 계신가요? 스물, 서른 아니면 마흔 번째? 필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겨 마흔다섯 번째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공자는 유혹되지 않는다 하여 마흔의 나이를 불혹(不惑)이라 했나 몰라도 살아보니 그게 아닌 듯합니다.

▲ 빨강색을 뜨겁다고 표현하나요? 뜨거움은 어린나이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이 마흔을 넘겼어도 빨강색은 뜨거운 색입니다. -충북 괴산군 쌍곡계곡 소금강-
ⓒ2004 임윤수
스무 살 때도 그렇고 서른 살 때도 흔들리는 게 없었습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혈기왕성한 오장육보와 튼튼한 두 다리 그리고 굽힐 줄 모르는 패기가 있어 흔들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주머니가 텅 비어 있어도 목매며 매달릴 정도로 보살펴야 할 딸린 식구가 없기에, 하고픈 말 할 수 있어 쌓이는 게 없으니 흔들릴 일이 없었습니다. 그 때는 학생이라는 신분과 사회 초년생이라는 상대적 너그러움이 버팀목 되고 보호막이 되었던 듯싶습니다.

▲ 올가을 마음 단장할 예쁜 단풍 하나 가슴에 안아보십시오. 아님 책갈피에 넣을 낙엽 하나 골라보십시오.
ⓒ2004 임윤수
그 나이에 흔들림이라고 여길 만한 것이 없었다면, 그건 흔들림이 아니라 홍역처럼 겪어야 했던 성장통의 하나였을 겁니다. 유년기 떡잎 떨치고 청장년기의 무성한 가지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 말입니다. 흔들림처럼 보이던 사춘기의 갈등과 학창 시절의 고뇌는 시대를 살아가는 예리한 판단력과 튼튼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흔들림처럼 보였던 그때의 방황은 다시 한 번 생각해도 보글대며 물이 끓어오를 듯한 그런 뜨거운 열정이었습니다.

▲ 샛노란 은행잎이 눈길이라도 흘기면 우수수 떨어질 듯합니다. 이런 길, 바로 이런 길을 걸어 보십시오. 깃 세운 바바리에 두 손 쿡 찌르고.... -충북 괴산군 문광면-
ⓒ2004 임윤수
마흔의 나이를 먹으니 얄팍한 주머니에 흔들리고, 떳떳하게 내놓을 것 하나 없이 지나온 세월의 그림자에 흔들립니다. 가끔씩 침침해지는 시력에 흔들리고 가위를 눌리게 할 만큼 각박한 현실에 흔들립니다.

▲ 가을바람이 은행잎을 꽃비처럼 우수수 뿌려줍니다. 툭~ 툭~ 발끝에 차이는 은행잎이 지난 시간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2004 임윤수
살아보니 바람은 계곡과 나뭇가지에만 부는 게 아님을 알겠습니다. 바람은 나뭇가지만 흔들고 구름만 흘러가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람은 사람들 가슴에도 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도 붑니다.

불어오는 바람은 나이가 들면서 체면치레로 잿불처럼 잠재워야 했던 뜨거움을 풀무질해 마음을 흔들리게 합니다. 추억 따라 생각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게 합니다. 사춘기의 방황과 뜨거움이 성장통이었다면 마흔의 나이에 겪고 있는 가을의 설렘은 분명 흔들림입니다.

▲ 이렇게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사 가는 길도 좋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경북 상주군 남장사 가는 길-
ⓒ2004 임윤수
가을이 저만큼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가을이야 오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약할 수 없는 가을일 뿐입니다. 지난 가을을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이 일년 내내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다시 일년 뒤의 가을만을 기다릴 수 없어 이번 가을에는 작심하고 가을맞이를 나서렵니다.

▲ 이미 말라버린 낙엽들도 한때는 그들만의 뜨거운 색이었던 파란색을 가졌던 때가 있었을 겁니다.
ⓒ2004 임윤수
어떤 가을을 만끽하고 싶으신가요? 황금빛 누런 들녘의 풍요로움과 넉넉함으로 가을을 채우고 싶은가요? 아님 알록달록 단풍 따라 마음 물들이며 여행과 산행을 하고 싶은가요? 그것도 아니면 하늘거림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억새나 갈대밭엘 가고 싶은가요? 가을은 산과 들녘에도 있겠지만 먼저 사람들 가슴에 찾아 들지도 모릅니다.

▲ 갈대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2004 임윤수
깃 세운 바바리코트에 두 손 깊숙이 집어넣고, 고개 숙인 채 죄 없는 땅 '툭툭' 차며 걷던 가을 길이 기억에 있습니까? 자동차가 일상화 되며 그 용어조차 조금은 생소해진 바바리코트는 가을과 겨울이 가득 함축된 계절의 대명사며 시대적 외투였습니다. 바바리란 말에는 스치는 바람이 있었고 떠나간 연인의 체취가 남아있었습니다. 구겨지고 색 바랜 그 바바리코트에 두 손 쿡 찌르고 가을 길 한 번 걸어 보렵니다.

▲ 불어오는 바람은 갈대도 흔들지만 사람들의 마음도 흔듭니다. 그 흔들림은 설렘의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2004 임윤수
가을엔 나뭇가지에 달렸던 나뭇잎만 단풍들고 낙엽 되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가을은 사람들이 세고 있는 나이도 단풍들게 하고 낙엽 되어 떨치는 계절입니다. 어떤 색깔의 단풍으로 한 살의 나이를 물들였나요? 그리고 아프지 않게 떨칠 만큼 잘 영글고 풍성한 1년이었나요? 뭔가 아쉬움이 있다면 가을 햇볕에 마음 한 번 꺼내 보십시오. 그리고 가을 색을 입혀보십시오.

▲ 동반자,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가 있다면 이른 아침 이런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뚜벅 뚜벅 그리고 교감의 눈빛 건네주며 씩 웃을 수 있는 길입니다. -대전 국립묘지-
ⓒ2004 임윤수
몇 번째 가을을 맞고 계신가요? 내년에 기억할 멋진 가을 위해 마음 한 번 챙겨보십시오. 예쁜 단풍, 고운 가을색이 님의 가슴과 기억력에 한 땀 한 땀 2004년 가을을 수놓아 줄 겁니다. 빨주노초파남보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불멸 불변의 빛깔로.
스산한 가을바람에도 마음 흔들리는 마흔 중반의 필자는 올 가을 이런 길을 걸으며 이런 빛깔로 마흔 다섯이란 나이를 물들이렵니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나이에 너무 원색인가요?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게 제가 찾는 행복의 빛깔인걸.
  2004-10-27 13:53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