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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강대인의 쌀 강의(귀농통문 2호 1997년 봄)

by 마리산인1324 2007. 1. 15.

 

 

강대인의 쌀 강의

 

 

강대인

- 정농회 부회장. 귀농학교 강사.

 

이 글은 귀농학교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정리:정연주 - 전국귀농운동본부 전 간사


오늘은 쌀 도사님의 강의를 듣는 날이다. 강대인 선생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에서 아홉 살 때부터 농사를 지어 온 분이다. 선생은 새벽밥을 먹고 출발해 저녁이 되어서야 이곳 한양에, 우리밀살리기 운동본부 우리밀 식당을 급조한 강의실에 도착했다. 도사님이라기에 하얀 수염일 줄 알았는데 아직은 검은 수염에 약간 벗어진 머리, 장난끼 많아 보이는 눈매를 한 선생은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와서 그런지 옷이 추워 보인다.


 

"내가 사는 곳은 따뜻한 곳이라 겨울엔 뭐든지 한 템포 느려요. 그래서 옷도 여러분 거랑 제 거랑 차이가 나지요. 음… 저는 사실 강의할 것이 없습니다. 농사짓는 거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뭔 강의냐 했는데, 아 농사짓는 걸 말해 달라 하기에 그럼 좋다 내가 농사짓는 방법은 얘기해 줄 수 있다 해서 왔습니다. 여기서는 다 못하겠죠. 깊게 하자면 한정이 없으니까.

 

농사를 지으려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기후, 땅 등 주변을 살필 줄 알아야 됩니다. 그런 걸 살피고 들어가야지 그냥 무작정 가면 고생을 좀 합니다. 너무 세밀하게 살피는 것도 문제가 있고요. 농사를 지으려면 우선 교통이 편리한 곳을 골라야 됩니다. 하다못해 경운기라도 들어가야지요. 그리고 절대로 태양 빛이 많이 내리쬐는 곳이 좋습니다. 햇빛도 오전 햇빛이 좋아요. 오전 햇빛엔 자외선이 많고 오후엔 적외선이 많거든요. 자외선으로 탄소동화작용을 하니까 오전에 햇빛이 많이 비치는 곳을 고르십시오." (선생은 칠판에 한자로 '平和'라고 쓰고 강의를 계속한다.)

"누구나 평화를 원합니다. 그것이 정신적인 평화냐 물질적인 평화냐 전쟁이 없는 상태가 평화냐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화(和)라는 한자를 보면 벼 화(禾)자에 입 구(口)자인데 이건 쌀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것은 누군 많이 먹고 누군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균등하게 똑같이 나눠 먹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 벼농사를 짓는 사람이 평화를 짓는 사람입니다. 식량의 기복 현상이 일어나면 평화가 깨져요. 내 삶이 평화를 위한 삶인지 아닌지 생각해 봐야 됩니다. 벼농사를 짓는 사람은 평화에 가까운 사람이지요.

 

그런데 농사가 정말 어렵습니다. 종합예술이죠. 기계를 다루려면 기계공학자, 날씨를 잘 살피려면 기후학자, 또 뭐 유기농 한다면 미생물학자에 좋은 품종을 개량해야 하니 육종학자도 되어야지. 하여튼 다방면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계속 연구를 해야 하고요. 하지만 뭐 대충 지으려면 농사만큼 쉬운 것도 없지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습니다.

저는 유기농하기 전에 일반농으로 먼저 지었는데 아홉 살 때부터 아버지 따라 농사를 지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일을 나가는데 양말이 없어 발에 동상이 걸렸어요. 그 때는 약도 없었는데 어떻게 동상이 나았냐면, 검은 소 있죠? 그 때는 검은 소가 많이 있었어요. 그래 그 검은 소의 똥을 발에 붙이고 불을 지펴 소똥 찜질을 하니까 누런 물이 나와요. 그리고 나서는 평생 동상이 안 걸려요. 풀을 많이 먹은 소가 눈 똥으로 찜질을 하면 좋지요. 요새는 검은 소 별로 없는데 풀을 많이 먹은 소가 눈 똥이면 괜찮아요.

 

채소와 벼농사를 그렇게 잘 지었어요. 설날에도 오전만 쉬고 농사를 지었지요. 사철 리어카로 시장에 나가 팔았습니다. 1974년부터 내 책임 하에 농사를 지었는데 내가 유기농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이사제'라는 게 있는데 배수를 진하게 하면 성장이 억제되고, 배수를 약하게 하면 성장 호르몬제가 되는 농약이지요. 아버지가 그 농약을 주머니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다리에 그 액이 흘렀어요. 그래 피를 토하면서 병원에 갔는데 당시 의사가 원인을 모릅디다. 지금 생각하면 농약이 침투되어서 그런 것인데. 그리고 나서 3년 후에 아버지가, 그 건강하던 양반이 쉰 넷에 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농약을 안 하고 농사를 지었지요.

1979년에 정농회의 백만재 선생이 찾아와서 제 논과 밭을 보시고는 정농회에서 추구하는 농사가 바로 이런 농사라고 하대요. 저는 제초제를 안 하니까 피가 많아서 창피해 죽겠는데. 초기엔 유기농 기술 교육이 없었어요. 그냥 치지 말어라 했지. 요새는 기술적인 게 많이 나와 있어 지금 시작하는 사람은 좀 쉬울 겁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농법은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입니다. 생명역동농법이라 하는데, 뭐 우리 조상들이 날 받아 농사짓던 거랑 똑같아요. 그런데 자연농법이란 말은 안 맞습니다. 자연이란 것은 인간의 손이 가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데 농법이라는 말하고는 서로 상반되지요. 저는 유기농이나 정농이라고 말합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짓느냐에 따라 작물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이 만약 내년에 제 말을 믿고 유기농으로 농사짓겠다 하면 할 수 있어요. 믿으니까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나아요. 기존의 일반농법으로 짓던 사람은 반신반의하니까 기(氣)가 반밖에 전달이 안 돼요. 쥔 것을 놓아야 되는데 못 하거든요. 기존의 것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은 몇 번이나 보여주어도 안 믿어요. 고정관념이 어찌나 강한지.

 

나는 밀레의 '만종'을 좋아합니다. 이 그림은 명화(名畵)가 아니라 성화(聖畵)라고 생각해요. 그림에서 농부들이 기도를 하지 않습니까? 기도는 그 현장에서 하는 거지 교회나 절에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삶의 터전이 기도 터요, 하나님, 부처님과 교류하는 장입니다. 이곳이 낙원, 천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기농을 하다 보면 기적 같은 일도 많습니다. 내가 유기농을 17년을 했는데 벌교면 우리 나라 끝입니다. 해충이 많아요. 겨울에 월동을 하거든요. 중국 벼멸구까지 날아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농약을 쳐주어야 농사가 되었죠. 처음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 해 벼멸구가 먹어 들어가는데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요.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뭡니까, 왜 내가 이런 무거운 십자가를 져야 됩니까 하고 한 시간을 원망 섞인 기도를 했습니다. 저는 새벽에 명상을 4시부터 5시까지 하는데 하다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꿈에 논 위에서 흰옷 입은 세 사람이 뭘 뿌리는 거예요. 다음날 논에 가 보니 그 많던 벼멸구가 사그라지고 있는 겁니다.

 

농사는 하늘이 먼저 짓고 그 다음은 땅이 짓고 그 다음이 사람인데 사람은 돕는 역할밖에 못해요. 올해 잘 되었는데 이거 기술이 좋아서 풍년든 게 아니에요. 날씨, 즉 하늘이 지은 거거든요. 내년엔 장담 못합니다. 내년엔 굉장히 불안해요.

지금까지는 총론을 말씀 드렸고 이제 기술적인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볍씨 준비하는 걸 말씀 드리겠습니다. 채종은 자기 논에서 나온 걸 하는 게 좋습니다. 수확하기 10일 전 아직 젊은 청춘에 속한 벼 중에 잘 된 걸 낫으로 정성껏 베어서 거꾸로 매달아 볏대에 남아 있는 성분이 볍씨로 모이게 합니다. 그리고 볍씨를 훑을 때는 빗으로 해서 상처가 나지 않게 합니다. 콤바인에 강타 당하면 충격을 받는데 사람도 어릴 때 심한 충격을 받으면 평생 고생하는 것처럼 벼도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날도 병에 좋은 날을 받아야 발화력이 좋습니다. 그 다음은 소금물에 담가 가라앉는 것만 골라 물에 헹굽니다."

 

"소금물 농도는 어느 정도로 합니까?" (세심한 수강생이 질문한다.)

"소금물 농도는 신선한 날계란이 뜰 정도로 하면 됩니다. 간장 만들 때 안 해 보셨어요? "

 

"요새는 간장을 안 만들어 먹잖아요." (하고 어떤 수강생이 역성을 들어주자 모두 웃는다.)

"그 다음은 소한에서 대한까지 찬물에 담가 놓습니다. 흐르는 계곡 물이 더 좋지요. 얼어도 괜찮아요. 소한에서 대한까지가 가장 추울 때인데 이 때의 기후가 다음 해 일 년 기후를 좌우합니다. 말하자면 한 번 겪게 해서 면역을 기르는 거지요. 볍씨를 뿌릴 때는 60℃ 물에 5분간 담급니다. 현미식초, 맥반석을 삶은 물에 담그면 좋지요. 그리고 날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볍씨 뿌릴 땐 초상집에 가면 안 됩니다. 나도 미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실험을 해 봤어요. 큰어머니 초상 때였는데 파종이 늦어 그 날 했는데 탈이 났어요. 초상집에 다녀온 사람이 결코 기쁠 리가 없어요. 우울한 기운을 받은 볍씨는 평생 우울하게 자라요. 그리고 날 받는 거 옛날 노인들은 잘 알았는데 요새는 잘 몰라요.

 

농사에는 우주적 힘이 굉장히 많이 작용해요. 파종할 때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음력으로 1일에서 15일 사이에 파종을 하면 좋아요. 사람도 음력으로 따져 1일에서 15일까지가 생일인 사람은 외향적이고 15일에서 30일까지가 생일인 사람은 내향적인 경우가 많아요. 사람에는 사주팔자가 있는데 작물에도 사주팔자가 있어요. 기운이 맑을 때 파종을 하면 그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데 우주의 기가 혼잡할 때 파종을 하면 병치레가 많아요.

대나무에는 규소가 많은데 이것이 벼가 탐하는 성분입니다. 그리고 목성의 영향을 받아 우주의 기운을 빨아들입니다. 벼도 그렇지요. 갈대도 벼와 친합니다. 그래서 대나무 잎이나 갈대를 퇴비 만들 때 넣어 주면 좋아요. 그리고 내 생각인데 다이어트 하려는 사람은 댓물을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바닷물도 이용하는데 수사나 노리풀을 많이 씁니다. 미역도 아닌 미끈미끈한 것인데 해충 구제에 좋습니다. 자연에서 구한 걸 작물이 좋아라 그럽니다.

 

모내기 한 후 물을 깊이 대고 1주일 이내에 잘 자란 우렁이를 넣어 줍니다. 3백 평당 10kg을 넣어 주면 됩니다. 오리도 새끼를 1주일 이내에 넣어 주면 80%에서 100% 효과를 봅니다. 벼 포기 속에서 함께 자라는 피는 직접 뽑아 주어야지요. 그런데 또 잘 쓰러지는 벼는 피가 안 넘어지게 받쳐 주기도 합니다. 물달개비도 도와주지요. 그리고 개구리밥은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들여 벼에 도움을 줍니다. 잡초도 덜 나게 하고요. 그리고 오리는 목책 시설을 꼭 해 줘야 됩니다. 그러면 너구리가 두 번 오고 안 옵니다. 꼭 두 번은 와 보더라고요.

농작물은 농사꾼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진리입니다. 속담이 진리예요. 주인이 가면 벼가 알아요. 그리고 골고루 빙 둘러보아야지 그냥 서서 보기만 하면 안 됩니다. 아침에 나가 손뼉치며 잘 잤냐 하면 벼가 좋아라 해요. 퇴비는 3백 평당 1백㎏밖에 안 넣어요. 농사 못 짓는 사람도 자주 들여다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아무 일 안 하더라도 가면 좋아라 해요.

 

초창기는 병이 왔는데 지금은 병이 없어요. 옆 논에는 벼멸구가 와도 우리 논에는 안 와요. 오랫동안 해야 되는데 2∼3년 또는 3∼4년이 고비예요. 그리고 좋은 땅이 되면 잡초 군락도 단순해져 갑니다. 이것저것 다 힘들 땐 가을에 왕겨를 많이 넣어 주면 잡초의 발화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3백 평에 1톤 정도로 많이 넣어 줘야 됩니다.

쌀겨를 3백kg 정도 넣어 주면 밥맛이 좋은데 인 성분이 많아서 그래요. 어느 집 참외가 아주 맛있어서 참외밭에 가 봤더니 공동묘지 옆이에요. 인 성분을 빨아들여서 그렇지요. 수확을 많이 하고 좋은 것을 얻으려면 어렵고 연구를 많이 해야 되지만 자연이 주는 대로 먹겠다 하면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통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정말 좋은 유기농 쌀은 부족해요. 품종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키가 크고 야들야들한 것이 밥맛도 좋습니다. 키가 작고 단단한 것은 밥맛이 없어요. 그런데 키가 크고 야들야들한 것은 키우기가 힘들죠. 이 품종을 유기농으로 해 내는 것에 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들 밥맛 없으면 유기농 쌀이라도 두 번은 안 찾습니다. 밥은 윤기가 나고 찰지며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야 됩니다. 20대 초에는 정부에 비판적이었는데 지금은 무관심해요. 저러든지 말든지 나는 내 쌀값 내가 결정합니다. 너만 그러면 뭐하냐 할지도 모르지만 농사 제대로 지으려면 어디 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쌀값에 구애받지 말아야지요. 농사의 본질은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 있는데 내가 살기 위해 유기농하는 것이지 남을 위해서 하는 거 아닙니다. 나를 위하다 보니 남도 위하게 되는 거지요.

요새 어떻습니까. 자기 거는 농약 안 치고 남의 거는 농약 쳐서 농산물 만드니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도와주려는 세포보다 죽이려는 세포가 늘어나지요. 그래서 세상이 병들어 가는 겁니다. 우리 나라에 농촌은 있어도 진정한 농촌은 없고 농민은 있어도 진정한 농민은 별로 없습니다. 도시만 바라보고 사니까.

기술적인 농사가 있고 영적인 농사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학농법이 번성해 왔는데 회복해야 됩니다. 지금 쌀은 구수한 맛이 없어요. 하루 굶고 여러 가지 쌀 씹어 보세요.

 

내일이라도 농촌으로 들어가세요. 늦을수록 고생입니다. 지금 뭐 전업농을 육성한다 해서 많이들 하고 있는데 내가 볼 때 조금만 힘들어지면 3분의 2가량은 보따리 쌀 사람들이에요. 참말로 농촌을 지키겠다는 사람은 드물어요.

여러분들은 좋은 분들의 철학을 많이 받아 가는 것 같아요. 저도 여러분이 하겠다 하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것은 물으시고요. 앞으로 힘든 시기가 올 거예요. 빨리 농촌으로 오십시오. 제가 뭐 두서없이 중구난방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 보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문:벼 품종은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까?

답:수확보다는 미질이 좋은 걸 선택해야 됩니다. 일품벼 좋다고들 하 는데 식으면 맛이 없어요. 옛날 통일벼같이 점심되면 배고파지고요. 고시히카리 수준은 되어야죠.

문:좋은 품종을 좀 말씀해 주십시오.

답:단간고시, 정농11호·10호·1호가 있고 옛날 우리 나라 깨찹쌀, 그 리고 왕찹쌀이 있는데 이것은 수퍼쌀이에요. 굉장히 커요.

문:품종마다 값이 다릅니까?

답:아직 다르지 않지만 달라져야 됩니다. 내가 하자 그러는데 내년부 터 그럴 예정입니다.

문:모내기는 언제 하는 게 좋습니까?

답:이것은 굉장히 전문적인 부분인데요. 옛날에 손으로 할 때는 잎이 예닐곱 장 났을 때 했습니다. 그런데 요새 기계로는 네다섯 장 났을 때, 심지어 세 장 났을 때도 합니다. 그런데 예닐곱 장 났을 때 하면 좋은 것이 이유가 있어요. 사람으로 치면 이 때가 어린애에서 소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이 때 뿌리를 잘라 주면 뿌리에서 밑동까지의 길이가 10센티미터 이하로 짧아져 도복(바람에 넘어지는 것)이 잘 안 돼요. 그런데 아주 어릴 때 하면 도복이 잘 돼요. 태풍이 불면 사그리 쓰러집니다. 이런 위험한 농사를 지으면 안 돼요. 절대로 안전한 농사를 지어야지요.

문:화학농하는 논들 가운데서 홀로 유기농하는 게 가능합니까?

답:용수만 따로 쓰면 가능합니다.

문:제가 어떤 책을 보니까 유기농을 하더라도 3년 정도는 소량의 농 약, 비료를 치면서 점진적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요.

답:유기농하는 데도 여러 가지 농법이 있고 의견도 많아서 이게 옳다 할 것은 못 되지만 제 생각에는 딱 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좀 힘들 때 농약과 비료를 뿌리면 당장은 좋지만 기술 발달이 안 됩니다. 의존하고, 미적미적하는 만큼 시기도 더 늦어지고 힘들어집니다. 비료하고 병하고 그렇게 좋은 단짝이 없어요. 비료를 뿌리면 약해져서 반드시 병이 옵니다.

문:지금 농사 지으시는 규모는 어떻습니까?

답:제 논이 1천5백 평이고 제 형제의 논이 7천5백 평 해서 9천 평 농사를 짓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농사를 짓는 곳이 주암호 상수원인데 군(郡)에 가서 환경농업단지로 만들겠으니 지원해 달라고 해서 지원을 받았어요. 우리 군(郡)은 재정 자립도가 9.7%밖에 안 되는데도요. 대신 여러 사람이 함께 단지를 형성해야지요. 5ha 정도로요. 한 4년 되었습니다. 처음 할 때가 좀 힘들지 일단 군 사업으로 책정되고 결과가 좋으면 다음부터는 예산이 그냥 나옵니다. 이번에 전남에서는 1백ha를 유기농 단지로 지정해서 오리농법으로 지었어요.


 

수강생들의 질문은 끝이 없을 것 같았지만 강대인 선생은 밤열차를 타야 할 형편이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올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정농회 정기 연수회에 함께 참여해서 나머지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선생을 보내고 수강생들은 강의가 끝나면 항상 이어지는 뒤풀이 장소인 '원님댁'으로 발길을 옮겼다.

 

- 귀농통문 2호 (1997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