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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벌교의 '벼 박사' 강대인 씨 이야기

by 마리산인1324 2007. 1. 15.

하늘의 기운으로 농사 짓는 생명의 농사꾼

-벌교의 '벼 박사' 강대인 씨 이야기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짓는 농사 무릇 농사란 하늘과 땅이 지어주는 것이라 했다. 사람이란 단지 자연의 이치에 따라사는 자연의 심부름꾼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농(農)의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신(辰) 자에 노래 곡(曲)자가 합쳐진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별의 노래라는 게 농의 뜻인데, 하늘의 메시지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농부란 하늘의 뜻에 따라 농사를 짓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뜻이 저는 그렇게 추상적이라고만 보지 않습니다. 하늘의 메시지란 다르게 보면 하늘의 기운입니다.

그럼 하늘의 기운이 어디에서 오겠습니까? 우주에서 오죠.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별들로부터 지구에는 수많은 우주선(宇宙船,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선)들이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단지 우주의 기운이 그런 우주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기운과 영향 관계를 함께 보아야죠.

예를 들면 태양계에선 태양만이 아니라 태양계틀 이루는 모든 별들이 지구에 영향을 미칩니다. 화본과(禾本科) 속하는 벼 같은 경우는 목성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대나무와 갈대도 화본과에 속하여 마찬가지로 목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논에다 대나무잎이나 갈대로 퇴비를 만들어 넣어 주면 좋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지어온 전남 벌교의 강대인(49세) 씨는 무농약 유기농사를 20년 넘게 지어온 사람이다.
그 중에도 특히 벼농사에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지금은 '벼 박사라 일컬어질 정도로 유기농업 쪽에서는 '벼' 하면 '강대인'으로 통하고 있다. 물론 밭도 한 1,500평 정도이지만 거의 자급용 농사이고 벼논만 1만 평 규모가 된다. 그가 생산한 쌀은 모든 환경 품질인증을 받고 출하되고 있다.

그가 주로 쓰고 있는 농법은 이른바 바이오다이내믹 (생명동태 농법)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이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주의 기운에 따라 짓는 농사법으로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강대인 씨는 그런 하늘의 기운에 따라 짓는 농사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써왔던 것이라고 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날을 받아서 파종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파종할때 작물은 별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음력으로 1일에서 15일 사이에 하는게 좋다고 했습니다. 15일 이후에 파종따면 작물에 병이 잦습니다. 사람도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은 보통 외향적이고 15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내향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확할 때는 반대로 음력 29일, 30일에 해서 저장하는 게 좋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작물들도 별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대개의 작물은 발아할 때 거의 모양이 같았다가 자라면서 점차 자기 모양을 만들어가는데, 각자 자기에게 영향을 주는 별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논둑에다 대나무를 정삼각형 꼭지에 해당하는 세 곳에다 대나무를 꽂아놓고 위에다 깃발을 답니다. 삼각형은 기를 잘 받아들이는 모양이고, 깃발을 다는 것은 기를 더 세게 받아들이려는 장치입니다. 그것도 그냥 아무거나 달아도 좋지만 저는 봄에는 청색, 가을에는 노란색 깃발을 답니다. 계절의 색깔을 고려한 것이죠. 옛날에는 논에 기를 불어넣기 위해 버드나무도 심었다고 합니다."

강대인 씨가 대나무를 논에다 꽂을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조금은 재미난 사연이 있다. 풍수지리를 보통 사람들은 조상들 무덤 자리나 집터를 볼 때 쓰는 방법이라 생각하지만 강대인 씨는 작물이 자라는 논, 밭에도 풍수지리가 통한다고 생각했다. 풍수지리도 어떻게 보면 우주의 기운을 잘 받아들이는 지형의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와 똑같은 방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이웃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 논의 벼는 제 것보다 미질도 좋고 수확량도 많이 난단 말이에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그 논에 가서는 쭈그리고 앉아 생각해보았죠 한참 동안 그러고 있는데, 그 자리가 상당한 명당이라는 게 한눈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아, 이거구나!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왜 명당 자리는 농사도 잘 되는가를 곰곰이 생각한 거죠. 명당이 왜 명당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자연과 우주의 기운이 다른 데보다 잘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럼, 제 자리는 별로 명당자리가 못 되니까 따로 우주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안테나 장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대나무를 갖다 꽂은 겁니다. 대나무는 벼가 좋아하는 규소를 많이 갖고 있고, 또 벼와 같은 화본과라 벼에 필요한 기운을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사람들은 제가 이 말을 하면 잘 믿질 않아요 그러나 제가 그렇게 해보고서 성과를 보았는데 어쩔 겁니까?"

벼와 대화하며 농사 짓는 농부

옛말에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는 말을 강대인 씨는 그 말 그대로를 믿으며 농사를 짓는다. 벼도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이기 때문에 자신을 키워주는 주인을 정확히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침마다 논을 둘러볼 때는 둑을 따라 모든 벼들에게 박수를 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박수가 논에게 하는 인사인 것이다.

"농법이란 농사 짓는 기술을 말합니다. 그런데 농사에서 기술이란 단지 수단일 뿐입니다. 농사는 기술로만 짓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중요하죠 농사는 하늘과 땅이 짓는다고 하잖아요 사람이 쓰는 기술이란 아주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그럼 하늘과 땅, 곧 자연의 이치와 한마음이 되는 게 중요한 겁니다. 다르게 말하면 벼와 한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파종할 때는 절대 초상집에 가질 않습니다. 초상집에 갔다온 사람 마음이 밝을 수 없죠 그런 우울한 마음이 볍씨에 전달되는 겁니다.

저는 논에 나가면 벼들에게 박수를 치든 말로 하든 다 인사를 합니다. 반드시 모든 벼들을 둘러보며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럼 벼들이 좋아라 해요 그건 체험과 직관으로 아는 겁니다. 그 전만 해도 저도 논에 나가면 한쪽만 둘러보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제가 자주 들른 곳의 벼는 잘 되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벼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조상님들의 말을 깨닫게 된 겁니다.

다음해에 심을 볍씨를 거둬들일 때에도 되도록 낫으로 베고, 볍씨를 훑을 때에도 홀태로 해서 직접 손으로 훑어주어야 합니다. 콤바인으로 강타해버리면 사람도 어릴 때 받은 충격이 평생 가듯이 볍씨도 그에 충격을 받아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사람도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밥을 먹고 자라야 정서도 건강하고 인격을 고루 갖출 수 있다고 했다. 비행 청소년들이 대개 어릴 때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자란다는 말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벼를 키우는 농부의 마음이 찌들어 있다면 그 벼가 건강하게 자랄 리가 만무한 것이다. 농약을 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독한 농약을 자신도 마셔가며 작물에 뿌려주는 농부의 마음이 고을 리가 없는 것이다.

'평화(平和)라는 말이 있죠 거기에 화(和)자를 보십지오 벼 화(禾)에 입 구(口)가 합쳐진 말입니다 쌀이 입으로 들어간다는 말인데, 그 쌀을 평등(平)하게 나눠 먹어야 평화가 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농부는 평화를 짓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쌀을 골고루 나눠 먹는 것도 평화지만, 어떤 쌀을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농약과 비료에 찌든 쌀에서 평화가 올까요? 또 상업주의와 농약에 찌든 농부의 마음에서 평화가 올까요? 우리 조상들은 먹거리가 제일 훌륭한 보약이라 해서 밥을 불사약(不死藥), 반찬을 불로초(不老草)라 했습니다.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런 먹거리가 이미 오염되어 있다면 불사약, 불사초는 커녕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망치는 게 되는 겁니다."

자연에 가깝게 자란 것일수록 그 생명은 건강하다. 가축들도 영양 사료를 먹여 키운 것보다 천연 사료를 먹고 자란 게 더 맛이 있다. 생선회만 해도 양식한 것보다 자연산 고기가 더 비싸다. 하물며 동물도 이러한데 사람 몸이야 어떻겠는가? 아마 식인종이 있어 우리 몸을 먹는다면 "옛날이 좋았어" 하며 반찬 투정(?)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도시 사람의 똥은 거름으로도 못 쓴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방부제와 농약으로 가득 찬 먹거리를 먹으며 산다. 다 죽은 생명의 기운을 먹으며 사는 것이다.

유기농사의 핵심 노하우는 종자 개량

유기농사에서 중요한 것은 종파에 있다. 아무리 유기농사로 땅을 살리고 벼의 자생력을 키운다 해도 종자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있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문제 있는 씨앗에서 제대로 된 열매가 나을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강대인 씨는 20년 넘게 유기농업으로 벼농사를 지어오면서 육종과 미질 향상에 필은 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지어 이에 밥맛 좋은 다양한 품종의 쌀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무농약으로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해서 병충해와 잡초와 싸우며 고생고생 끝에 처음으로 수확을 거두게 되었죠. 그래서 내가 유기농으로 쌀을 생산했다는 말이 퍼져 한 소비자가 직접 연락해 쌀을 사갔는데, 아 글쎄, 밥맛이 왜 이모양이냐며 반품하겠다는 것 아니겠어요? 아무리 무농약 쌀이라고 하지만 벼멸구가 먹은 쌀인데다 맛도 좋지 않은 통일벼 종자로 지은 쌀이니 당연한 것이었죠 어떻게 해서 지은 쌀인데 이렇게 무시를 당하다니 하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직접 유기농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기로 한 것입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길들여진 종자를 갖다가 유기농법으로 지으니 결과는 뻔한 이치였다. 농사라는 것은 자연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결코 사람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만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강대인 씨는 벼의 생리를 잘 이해해서 그에 맞게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와 벼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논에 심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벼가 아니죠 모는 보통 예닐곱 잎이 달립니다. 첫잎이 나오는 데에 1일에서 2일, 두 번째잎은 2일에서 )일, 그리고 예닐곱 잎 때부터 10일 걸리는데 이때부터가 벼가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여섯 잎이 날 때 뿌리를 잘라줘서 모내기를 했어요 뿌리를 잘라주면 키도 막 크지 않고 튼튼해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쩝니까? 10일도 안 된 8일 모를 이앙기로 해서 자극도 주지 않고 그냥 막 심어버린단 말이에요. 그러니 벼가 막 커버려서 바람에도 잘 쓰러지고 병에도 약하죠. 벼가 흐물흐물 거리고 키가 크면 미질은 좋지만 수확량도 적고 병에도 약해요 그러니까 적당히 성장시키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래서 원래 미질이 좋으면 병에 약하고 수확량도 적은 반면, 병에 강한 종자는 맛이 없어요 자연은 한꺼번에 인간에게 두 가지를 다 주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나머지는 그런 이치를 잘 이해해서 사람이 노력해야죠

나도 좋은 종자를 만들기 위해 교배도 시켜보고 좋은 것을 구하기 위해 서해안 외딴섬까지 찾아가 보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우리 나라에는 토종 종자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러다 혹시 일본에 가면 구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든 거예요 옛날에 일본이 우리에게서 종자를 구해 갔으니 그것을 다시 얻어다 우리 토양에 맞게 잘 육종하면 되겠다 싶었던 거죠"

원래 우리 선조들의 농법은 매우 선진적이어서 일본으로도 전해지고 중국 일부에까지도 역으로 전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유교사회와 식민지 시대 그리고 공업화를 추진했던 6, 70년대를 거치면서 전통 농법은 완전히 밀려나고 이제는 토종 종자조차 다 사라져 종자 수입국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강대인 씨는 옛날 우리 선조로부터 퍼져간 종자의 후손들을 중국과 일본에서 구해다 우리 토양에 맞게 계속 육종·개량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토양에 맞는 것을 개발하다 보면 우리 토종에 근접한 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개발한 종자가 이른바 '대인 ·정농 1호'부터 해서 지금은 대략 8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쌀에도 오행의 원리처럼 다섯 가지의 색깔이 있다

종자를 교배해서 새로운 종자를 얻는 일은 마치 하나의 예술과도 같다. 벼라는 생명과 교감하여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 어떠한 아름다움을 창작하는 예술보다도 더 신비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묘미가 있는 것은 색깔 있는 쌀을 만드는 일이다.

"쌀도 오행(五行)의 원리에 맞게 제 색깔들이 다 있어요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이 있듯이 동(東)에 해당되는 청색의 녹미(綠米)가 있고요, 서(西)에는 백색으로 우리가 매일 먹는 백미가 있고, 남에는 적색의 적미, 북에는 흑색으로 흑미, 그리고 중앙에는 황색의 현미(玄米)가 있죠 그런데 현미의 현 자가 무슨 뜻입니까? 바로 검을 현, 곧 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쌀 중에서도 검은 쌀(흑미)이 진짜 쌀이라는 말이 됩니다."

오색의 모든 쌀은 다 제 나름의 약효를 갖고 있다. 그 중에 흑미, 검은 쌀은『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콩팥를 좋게 하여 남자에게는 정격에 좋고 여자에게는 피부에 좋다고 한다. 보통 '신수가 훤하다'는 말은 얼굴색이 좋아 건강해 보인다는 것인데, 바로 흑미가 그런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소갈증(당뇨병)에도 좋은 흑미는 기름에 볶아 차(茶)로 먹어도 좋고, 매일 한 숟가락씩 밥에 넣어 함께 지어먹으면 밥이 거메지고 진한 향기에 찰기가 더해져 밥맛이 좋아진다. 특히 유기농으로 지은 흑미에는 암 예방에 좋은 셀레늄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흑미만이 아니라 위의 네 가지 색깔의 쌀도 직접 종자를 미질 좋은 것과 교배하면서 만들었는데 이 또한 우리 것은 진작에 사라져 일본과 중국에서 구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위 쌀들의 약 효과에 대해서 『동의보감』에 자세히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이런 농사를 지었다는 것은 확실한 일임에 틀림없다.

농약 대신에 쓰는 백초액은 건강식품으로도 훌륭해

다음으로 강대인씨의 유기농법 중에 특이한 것은 야채효소라는 백초액(百草液)을 농약대신 뿌려주는 것이다. 백초액은 산나물과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 열매 그리고 영지버섯과 돌김, 미역, 파래 등 해초까지 약 70여 가지를 흑설탕 에 버무려 2년 이상 숙성시킨 것으로 농약 대신에 살포해서 작물의 병충해 예방 능력을 키워준다.

야채 효소 중에서도 강대인 씨의 백초액은 기존의 다른 것들과 달리 바다 해초류까지 포함해 70여 가지 이상을 발효시킨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뿐만아니라 백초액은 비타민, 미네랄, 유기산류 등 천연 효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사람 건강에도 매우 좋은 건강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강대인 씨의 백초액은 그 효능이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 식품으로도 팔리고 있다. 처음엔 주변에 아는 사람 위주로 이윤도 남기지 않고 싼값에 공급했는데 이제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원 식품'이라는 회사도 열고 '백초액'이라는 상품등록까지 해서 판매도 하고 있다.

강대인 씨가 백초액을 개발하게 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님이 싣고 가던 농약을 자신의 다리에 엎지르는 바람에 농약 중독으로 돌아가신 이후 가업을 이어받은 강대인 씨는 자신은 절대 농약으로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무공해 농약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후 유기농사를 짓는 사람들 모임인 '정농회(正農會)'를 찾게 되었고 거기서 채소효소라는 건강식품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님이 보시던 농서를 공부하던 중에 산과 들에서 나는 산야초들을 썩혀 살충제로 으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릴 적에 할아버지로부터 해초 삶은 물을 쓰면 방충에 좋다는 말을 들은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강대인 씨는 기존의 야채 효소에다 산야초와 해초까지 더하여 백 가지 채소들을 첨가한 '백초액'을 만들어 이를 자신이 먼저 단식용으로 시식하면서 실험해보았다. 사람에게도 좋은 것은 벼에도 좋을 것이고 사람에게도 나쁜 것은 벼에게도 나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대인 씨는 근처 산에다 만들어놓은 자신의 토굴에서 겨울마다 보름이상씩 백초액만을 먹으며 매년 단식 기도를 하고 있다. 여하튼 사람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강대인 씨는 그것을 자신의 벼에다 농약 대신으로 뿌려주었다. 결과는 기대했던 대로 '백초액'믈 뿌려준 벼는 병충해에 강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기당 400kg 생산하던 것을 유기농업으로 1톤 생산을 목표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한 이른바 근대 농법은 수확량 면에서 농업혁명을 이뤘다.
그러나 쌀의 미질은 관심 밖이었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통일벼가 전형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찾아왔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해 땅은 산성화되어 죽어버렸다. 쌀의 미질은 커녕 쌀 자체가 심하게 오염되어 갔고 통일벼의 매우 약한 생명력이 심각해진 것이다. 수확량은 많았지만 병충해에 매우 약해 농약을 많이 쳐야 했다. 더불어 더 이상의 생산량 증대조차 불가능해졌다. 어떻게 보면 이전부터 땅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농약 농법이 통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땅이 살아 있고 종자만 계속적으로 개량된다면 근대 농법의 한계를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가 있다. 말하자면 양도 많고 질도 좋으며 벼의 생명력도 높은 종자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연은 두 가지를 다 주지 않는다고 했죠 즉 수확량이 많으면 미질이 떨어지고 미질이 좋으면 수확량이 적습니다. 나머지는 사람이 해야죠. 예를 들면 일본에 고시히카리라는 종자가 있는데 앞으로는 이놈만큼 미질이 좋은 것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종자예요. 그런데 이놈은 바람에 약해 잘 쓰러지고 도열병에도 너무 약하거든요. 그런 약점 때문에 일본 정부에 의해 이놈은 폐기되고 말았는데 농민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버린 거예요 그렇게 사람의 노력이라는 몫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이놈을 얻어다 심어보았지만 마찬가지로 잘 쓰러져요 우리 토양에는 잘 안 맞는다는 거죠.

내가 아는 일본의 한 농부는 마지기당(300평) 2톤을 수확합니다. 그런데 절대 그 비밀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보통 관행농법으코 잘해야 다섯 가마 소출하는 것을 볼 때 놀라운 일입니다. 저도 작년에 마지기당 예닐곱 가마 소출했는데 드디어 올해는 1톤짜리 볍씨를 개발했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했느냐 하면, 한마디로 감입니다. 직관이죠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나와 벼만이 아는 비밀이라고 할까요. 물론 올해 심어보아야 알겠지만요. 그러나 이 볍씨를 아무나 갖다 심으면 그 정도 나오냐 하면, 절대 아닙니다. 그 비밀은 마음에 있는데, 우선 마음이 열려야 해요 벼와 대화할 수 있는 마음 말입니다. 아마 2톤 수확하는 일본 사람이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알려줄 수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