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9071825311&code=100100
친환경제초제 ‘풀치리’개발한 오형근씨 父子 | |||
입력: 2006년 09월 07일 18:25:31 | |||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뽑고 또 뽑아내도 다시 치고 나온다. 억세고 드센 잡초가 농민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 농민이 10년 고행 끝에 이런 잡초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친환경 제초제를 개발했다. “소나무 밑에 풀이 자라지 않고 백로나 왜가리가 사는 곳에 잡풀이 없는 것을 보고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화학농약에 의해서는 땅이 죽기 때문에 농업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죠. 때늦었지만 정부와 농민 모두가 우리 땅에 숨결을 불어넣는 일에 혼신을 다해야 합니다.” 전북 완주군 항가리에서 콩농사를 짓는 오형근씨(57)가 개발한 친환경 제초제 이름은 ‘풀치리’. 치리는 순우리말로 모든 악하고 추한 것을 없앤다는 의미다. 그가 친환경 제초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5년부터다. 친환경 농법으로 토종콩 농사를 지으면서 잡초와의 전쟁에 매달렸다. 국수 삶은 물을 제초제로 사용하는 등 온갖 방법을 써봤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재까지 죄다 털었다. 현재 옹색한 시골교회 한편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잡초와의 싸움 10년 만인 지난해 결실을 맺었다. ‘목초액을 함유한 친환경 제초제의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지난 7월에는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이 ‘풀치리’를 친환경 농업자재로 공식 인증했다. 농촌진흥청 이인용 박사는 “유기화학 합성물질 제초제를 대신할 친환경 제초제가 개발된 것은 처음”이라며 “풀치리를 시험적용해본 결과 탁월한 효과가 검증돼 놀랐으며 경제성을 살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오씨의 두 아들 훈씨(중앙대 4년)와 승훈씨(전주대 3년)도 제초제 개발에 한몫했다. 2003년 목초액을 이용한 제초제를 만들었으나 물처럼 흘러내리기 일쑤여서 낭패였다. 두 아들은 왕고들빼기 쌈을 싸먹으면서 발견한 끈끈한 액즙을 섞어보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완성된 풀치리는 목초액과 죽초액, 엉겅퀴와 왕고들빼기 추출액, 솔잎 발효즙, 식초, 국수 삶은 물 등을 사용한다. 이 제초제는 잡초 표면의 숨구멍을 막아 뿌리까지 고사시키는 방식. 화학제초제로는 꿈쩍도 않던 망초나 가시비름이 살포 후 20분부터 고사될 정도로 효과가 빠른 것이 입증됐다. 흠이 있다면 가격이 화학제초제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점. 하지만 친환경농업을 위한 보조자재로 선정될 경우 보조금을 받게 돼 실제 농민부담은 크지 않다. 오씨는 “우리나라 전체 농민 중 친환경 인증 농민은 고작 1.7%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며 이것이 농업 경쟁력을 가로막는 근본원인”이라면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화학합성제초제 원료수입비를 절감시키며 지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할 일을 일개 농민이 나서 해낸 만큼 친환경 제초제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뿌려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이제 정부가 나서 해야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문의 (063)221~5568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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