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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신영복

강의 (4/5): 도를 아십니까

by 마리산인1324 2007. 1. 16.
 
 
 
 
2007/01/11 19:30
 
노장사상으로 표현되는 도가는 동양 사상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을 대표하는 정체이자 외연이기도 합니다. 노장이 빛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런지 모르겠습니다. 그 자체로는 쓰기 곤란하지만, 노장이 있어서 다른 사상의 음영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선생의 표현대로 제자백가의 사상은 노자가 한편이고 나머지는 그 반대로 늘어서는 스펙트럼의 대척점이니까요. 사상적 영(zero)의 발견이고 비약적 사상발전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휴.. 소개가 무슨 홈쇼핑 문구마냥 자극적이라는 점 인정합니다. 그만큼 중하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노자
노자 사상의 핵심은 나가는 것(진)이 아니라 되돌아 가는 것(귀)입니다. 지향점은 자연입니다. 여기서 자연이란 nature가 아니라 스스로 그러한 self-so입니다. 따라서 노자는 일체의 인위적 규제에 반대합니다. 그런 이유로, 유가를 비롯한 지배사상에 대한 비판 담론으로 균형추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노자의 무는 없다는 의미의  zero가 아니라 인식을 초월하는 무입니다. 따라서 노자에게는 인간의 인식안에 들어오지 않아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잡초가 가장 자유로운 식물이고 better status입니다. 그래서 노자의 기본 명제인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는 인간의 인식하에 이름짓는 행위는 실체에 접근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적시합니다. 개념이란 그릇은 작은데, 그 그릇으로 바다를 뜨면 그것이 바다겠냐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노자는 무와 유, 미와 추가 다만 상대적일 뿐이라고 설파합니다. 미나 선은 지역과 시대에 갇힌 개념일 뿐입니다. 만물은 상호 전화하고 관계속에 의미를 갖는다는 관계론을 드러냅니다.

그런 시각에서 곡류하고 할수하는 물이 노자 사상의 심볼인 점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물을 이롭게 하고, 남과 다투지 않으며, 남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겁니다.

관점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유가가 관료학이라면 노장은 제왕학으로 읽는 시각도 재미있습니다. 우주를 조율하며 스스로 이뤄지도록 만드는 점은 고도의 통치술이니까요. 주류 해석은 아니지만, 같은 물도 누가 뱀이 먹냐 소가 먹냐에 따라 다르다고 보면, 의미있는 지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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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자
장자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십니까. 저는 취화선의 장면이 생각납니다.

장자의 브랜드는 소요유(逍遙遊)입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거닌다는 뜻입니다. 결국 '궁극적 자유' 또는 '자유의 절대경지'를 의미합니다. 그러다보니 술먹고 노는 사람들의 이념적 배경을 제시해주게 되고, 일탈의 논리 또는 패배의 미학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대광실의 박제가 되어 영광을 누리기보다 살아서 진흙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는게 낫다는 '예미도중(
曳尾塗中)' 고사에서 보듯 장자는 낙천적 세계관 이상으로 확대해석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맹자가 공자를 사회화 했다면, 장자는 노자를 개인화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소 어려울 노자의 상대주의를 쉽게 우화와 비유체계를 통해 개인 레벨로 전달한 공이 크지요. 며칠전에도 소요유 한 구절을 인용했지만, 제가 무척 좋아했기에 아이들까지 불러 읽어줬던 구절이 있습니다.
포정해우로 알려진 양생주인데, 도라면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복 선생 책이 아주 아름다운 명문이지만, 출장을 몇시간 앞둔 지금 옮기자니 시간이 없어 검색결과 만을 링크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