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국환경활동가워크샵 집중마당에서 진행된 여성환경인의 비전 - 1부 : 여성환경운동의 역사, 과제, 전망에서 진행된 이미영선생님의 발제문입니다.
여성환경운동 되돌아보기, 내다보기
- 성인지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여성환경운동
이미영 (여성환경연대 전 사무국장)
‘여성과 환경이 어떻게 관계 맺는가?’, ‘여성환경운동이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실천적 물음은 사회변혁을 꿈꾸는 여성단체의 활동가, 환경단체의 여성활동가에 의해 제기되었다. 본격적인 물음은 1995년 북경여성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성과 환경’의제를 검토할 팀이 구성되면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환경과 여성’을 연계하기 위한 이론적 모색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환경운동, 여성운동진영의 관심밖에 있었다.
당시 ‘여성과 환경팀’에 모인 여성활동가들은 인류의 생존과 생태적 건강성을 위해서는 모든 생명체들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마음을 보편적 윤리로 하는 생활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위한 우리들의 다양한 실천들이 어떻게 긍정적이고 희망찬 미래사회를 그려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열심히 토론했다. .
당시 여성활동가들이 꿈꾸었던 생태사회의 이상은 자연스럽게 페미니트스적인 관점과 연결되었는데, 그 이유는 누가 더 우월하다는 식의 사회구조가 존재하는 한 과거와 똑같은 파괴적인 양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모든 억압, 즉 여성에 대한 남성, 제3세계에 대한 제1세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억압 등이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에코페미니즘의 특징은 여성환경운동가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담론으로 수용되었다.
북경여성대회에서 만난 외국 여성환경조직의 활약은 당시 한국참가자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운동적 영감을 주었고, 여성환경네트웤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지만 이를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북경여성대회 이후 환경과 여성에 대한 관심이 여성조직에 싹트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여성단체연합에 환경위원회가(1996) 여성민우회에는 여성환경센터가 만들어지는 등 여성조직의 환경활동이 활발해 진다.
‘여성환경인의 네트웤 구축과 세력화’ 라는 새로운 운동과제는 2년 뒤 선배여성운동가들에 의해 이어지게 된다. 여성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여성환경인들의 차모임으로 출발한 여성환경인의 대화모임은 1999년 보다 체계적으로 여성환경운동을 활성화하고 여성환경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 조직인 ‘여성환경연대’ 출범으로 결실 맺는다.
그리고 5년이 경과한 지금, 이제 여성환경운동은 운동진영내에 그 필요성에 대한 시비를 불식하였고, 환경운동과 여성운동 진영에 꾸준히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성환경운동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조짐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전문적인 여성환경운동단체의 부재, 풀뿌리의 토양이 취약한 점이 여성환경운동을 주류화하는데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웰빙바람’에서 보여지듯 또 다른 형태의 왜곡된 소비의식을 생태적 삶의 양식에 대한 물음으로 전환시켜내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생활환경의제의 상당부분이 제도화되고 환경운동이 ‘반개발’ 위주의 활동으로 이슈를 옮겨가면서 ‘생활활환경’ 위주의 여성환경운동이 위축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여성과 환경을 묶는 이념과 이론’을 정리하고 한국여성환경운동의 현황을 주요이슈별로 살펴봄으로써 여성환경운동의 현실지형을 밝히고 미흡하나마 여성환경운동의 도약을 위한 운동과제를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간적 제한과 능력의 부족으로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상당부분이 공백으로 남게 될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땀흘리고 있는 여성환경활동가들의 고민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글에서의 문제의식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이후 여성환경운동을 고민하는 활동가들의 대화모임을 통해 보다 풍부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1. 여성환경운동이란? (1) 녹색의 담론과 여성과 환경을 엮는 이론들
한국 환경운동의 이념적 지향은 생태주의와 환경주의 (좌파환경주의와 환경관리주의)로 크게 구분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단체의 활동을 보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적 지향이 동시에 중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여기에 더하여 1990년대 이후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환경운동을 사회운동의 하나로 보고 접근하는 신사회운동론’적 접근이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생태주의, 생태여성주의와 같은 서구의 녹색담론은 그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서구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고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틀에 바탕을 두고 있어 현실운동과 괴리되어 보인다. 신사회운동론을 포함한 사회운동론의 경우, 다이내믹한 운동현실을 분석하는데 유용한 틀을 제공하나 환경운동의 대안적이고 특별한 성격을 부각시켜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생태주의, 환경주의 담론은 여성과 환경의 특별한 관계와 여성성이 갖는 대안적 성격을 도외시하여 “왜 여성은 환경문제에서 남성과 다른 태도와 방식을 취하는가?”와 어떻게 여성이 생태위기 극복의 적극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적절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각가의 담론이 갖는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면,
생태주의는 ‘근본생태주의’, ‘사회생태주의’ 로 크게 구분되나, 공통점은 ‘반성장주의’에 있다. 생태주의적 관점은 환경위기의 원인이 산업문명, 인간중심주의, 과학기술만능주의에 있다고 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공생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문화운동을 중시하고 지방에 기반한 공동체주의운동을 통해 자연과 인간, 사회.정치적 생활양식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한국의 대표적 운동으로는 ‘한살림운동’, ‘귀농운동’ 이 이에 속한다. 이에 반해 환경주의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리적 접근을 주장하면서, 현재의 가치 혹은 생산과 소비패턴의 근본적인 변화없이도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입장이다. (돕슨의 정의) 현재 환경운동의 주류영역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있으나, 사안에 따라 환경주의와 생태주의적인 지향이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생태주의와 환경주의를 몇 가지 기준으로 구분해 보면, 먼저 환경주의가 인간중심주의에 기반을 둔 것에 반해 생태주의는 생태중심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두 번째로는 생태주의가 성장의 한계를 강조하는 반면, 환경주의는 경제성장과 환경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주의가 실용적, 현실주의적 입장이라면 생태주의는 이상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태주의가 근대문명에 대해 총체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과 달리 환경주의는 선택적인 비판에 머물고 과학기술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하며 ESSD를 추구한다. (구도완, 한국환경운동의 사회학)
환경운동을 계급을 중심에 놓은 구사회운동과 다른 신사회운동적 성격을 같는 사회운동으로 보는 시각 역시 현실운동을 분석하는 유용한 틀로 제시되고 있다. 신사회운동은 근대적 기획과 제도가 자유와 평등, 자율과 참여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비판하며 등장한 과거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집단적 행동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신사회운동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거치며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주체가 형성됨으로써 일어나게 된다. 후기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계급사회에서 위험사회로 전환되었으며 이것이 신사회운동 발생의 구조적 조건이 된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서구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여성운동, 환경운동, 반핵평화운동, 공동체운동, 인권운동, 소수자운동같은 구사회운동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운동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인텔리, 전문가, 중산층, 여성이 이 운동의 중심주체로 전면에 등장한다. 특히 주요 참여계층으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데, 여성들은 생활세계를 지키기 위한 생활정치의 주체로, 대안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문화운동의 주체로 부각된다.
정당정치와 선거정치로 수용되지 않고 외부에 존재하며 기존에 경시되었던 생활정치가 다양한 계층과 행위자들을 묶는 공통관심사로 나타난다.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와 관련해서는 제도권과 거리를 두고 외부에서의 ‘영향의 정치’, ‘정체성의 정치’를 강조하나 최근에는 제도권과의 다양한 연대와 제도정치권에의 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보인다. 여성단체의 끼어들기 전략, 환경운동연합의 독자적인 녹색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력, 시민정치세력화를 고민했던 1000인 선언과 물갈이연대의 논의, 최근 초록정치연대의 출범 등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촉발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신사회운동을 통해 사회주의적 혁명노선과 자본주의적 개량주의를 동시에 비판하고 생활세계를 식민화하는 관료제적 국가주의와 전 지구적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사회를 모색한다.
신사회운동은 근대성의 한계에 부닥친 서구사회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풍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다. 신사회운동이 사회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시민운동은 미완의 근대적 과제 해결을 위한 구사회운동과 신사회운동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구사회운동과의 다양한 연대를 통해 시민권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환경운동의 신사회운동적 성격은 참여하는 주체, 추구하는 가치에서 서구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1997년에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환경단체 회원의 직업구성은 전문사무직, 주부, 학생의 비중이 높고, 연령구성도 다른 운동단체와 비교해 볼 때 10대, 20대의 참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난다. (김호기, 환경운동의 구조와 동학, 신사회운동의 사회학, 서울대학교출판)
여성환경연대의 환경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2000년)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제시되었는데 전문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2,30대 연령의 참여비율이 높고 사회활동경험은 1년 미만이거나 직업을 가진 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대부분(78.8%)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경제성장보다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 조사에서 모두 높게 나타난다. 이는 탈계급화된 신중산층, 탈물질주의적 가치지향을 갖는 젊은 세대가 환경운동의 중심주체라는 것을 보여주며, 사회의 다원성, 개방성이 서구에 비해 취약한 한국현실로부터 조건지어진 한국 환경운동의 독특한 성격, 즉 구사회운동과 신사회운동적 성격이 혼재되어 있는 것에서 앞으로 신사회운동적 성격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성환경운동의 이론으로는 생태여성론과 UN을 중심으로 한 GAD(Gender and development)/GE논의를 들 수 있다.
한국 여성환경운동의 초기모습에는 환경운동과 페미니즘적 시각을 통합하여 여성환경운동을 정체화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1990년대 이전, 여성환경운동은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의미하는 환경운동’ 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여성조직 내에서의 환경논의는 여성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생활과제중의 하나로 프로그램적 접근에 불과하였고, 환경조직내에서는 다양한 계층중 하나인 여성을 대상으로한 운동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당시 여성환경운동은 자신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채, 여성운동, 환경운동의 이데올로기 지형의 변화에 따라 분화되어 간다.
환경운동에 페미니즘적 시각을 또는 여성운동에 환경적 시각을 통합하려는 본격적인 모색은 북경여성대회를 전후하여 나타난다. 이를 기점으로 기존의 여성환경운동의 독자적 영역과 세력화를 고민하는 운동가들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에코페미니즘과 UN에서의 ‘여성과 환경’ 논의가 한국여성환경운동의 새로운 담론과 이론으로 수용되기 시작한다.
본 글에서 ‘생태여성주의’ 에 대한 소개는 이영숙 선생님의 글로 대신하고 UN을 중심으로 한 ‘여성과 환경’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아래 글은 WSSD이행평가, 국가속발전위원회에 제출한 글을 일부수정하여 재인용한 것임.) ‘여성과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은 UN을 중심으로 한 여성발전이론의 변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배경으로 서로 만난다. ‘환경과 여성’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여성과 발전’이론에서 이루어진 ‘환경’ 논의를 한축으로, ‘환경과 발전’에 대한 논의에서 다루어지는 여성’을 다른 한 축으로 진행되는데, 전자에서 환경은 여성의 지위향상이 이루어져야할 하나의 영역으로(북경여성행동강령), 후자에서 여성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자 중의 하나(의제21의 9개 주요그룹)로 주목된다.
UN의 여성발전에 대한 논의는 WID에서 GAD로 발전한다. WID(Women in Development)는 1970년대 초에 등장하여 1980년대까지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던 UN의 여성지위 향상 전략이다. 이는 발전의 주류에서 배제된 여성의 문제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나 사업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따라서 전략의 대부분은 여성중심의 가족계획, 복지, 건강관리, 영양, 소득증대와 같은 여성의 실제적인 요구(practical needs)를 충족시키는데 주안점을 둔 보수적 정책으로 남녀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김양희, 성인지적 관점의 이해와 적용, 여성환경포럼)
80년대 초 여성과 환경(WE)은 이러한 WID의 영향을 받는다. 여성을 환경문제의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접근하여, 오염을 줄이는 위생시설의 설치는 여성복지 측면에서 중시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발전은 생산력 증가와 더불어 자연히 증가하는 것으로, 개발과 여성발전 간의 갈등은 없는 것으로 본다.
GAD(Gender and Development)는 80년대 초에 등장한 여성발전전략이다. WID가 생물학적 성에 기초하여 여성의 재생산 영역을 중시하였다면, GAD는 사회적 성(Gender) 으로 관심을 옮겨 여성과 남성의 상황을 비교하고 여성과 남성간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GAD 접근은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여성을 발전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역할변화를 모색하는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GAD 접근은 여성과 남성의 역할변화를 통한 여성의 지위향상에 중점을 두고 성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정책들이 남녀에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불평등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제성장이 바로 사회 전 영역에서의 여성발전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권력에의 통제 및 접근을 통해 여성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보고 ‘세력화’와 ‘주류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도구로 성분석(gender analysis)이 강조된다. (김양희, 성인지적 관점의 이해와 적용, 여성환경포럼, 여성환경연대)
이러한 관점은 1985년 ‘나이로비 세계여성회의’에 영향을 미쳐 이때 채택된 ‘2000년을 향한 여성발전미래전략’ 에서는 이제까지 여성을 환경오염의 피해자나 환경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보던 시각에서 탈피하여 환경문제 해결의 적극적인 기여자로 보아야 된다는 입장이 강조된다.
1995년 개최된 제4차 북경여성대회에서는 ‘성주류화를 통한 평등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아래 12개의 관심분야를 선정하고 그중 11번째로 ‘여성과 환경’을 채택한다. 여기에서 제시된 3가지 전략목표는 (1) 모든 수준의 환경 의사 결정에 여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2)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에 성관심사와 관점을 통합한다. (3) 개발과 환경정책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국가. 지역 및 국제적 차원의 기제를 강화 혹은 설치한다. 이다.
GAD의 문제의식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환경과 연결시키는 관점이 GE (Gender and Development)이다. GE 관점은 WSSD에서 전면화되는데, 여성그룹은 WEDO (GAD관점에서 여성환경운동을 전개하는 대표적 국제여성환경조직)를 중심으로 WSSD의 성주류화를 위한 여성행동의제를 조직하고 WSSD에 대한 젠더비판을 보고서로 제출한다.
(2) 여성환경운동의 정의
환경운동은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지속적으로 집합적으로 조직되는 제도 안과 밖의 모든 집합 행동”으로 여기에는 피해자운동, 환경정책압력운동, 녹색소비자운동(불매운동, 유기농산물직거래 운동, 생활환경운동), 생명(문화)운동 등의 여러 가지 활동들이 포함된다. (구도완, 한국환경운동의 사회학)
환경주의적 시각에서의 운동을 환경운동으로, 생태주의적 지향을 갖는 운동을 생태(생명)운동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생태주의운동과 환경주의운동을 포함하여 환경운동으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생태주의적, 환경주의적 지향을 갖는 운동을 모두 포함하여 환경운동으로 정의한다.
여성환경운동은 ‘대상화된 여성이 참여하는 환경운동’과 ‘여성이 주체로 참여하는 환경운동’, 그리고 ‘젠더화된 환경운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은 3번째 유형에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문순홍은 여성환경운동을 ‘여성적 관점에서 생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주체적, 집단적 움직임’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한국의 여성환경운동, 아르케) 본인은 이에 동의하며, 여성환경운동을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여성문제와 생태위기가 가부장적인 산업문명(악개발) 과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여성과 남성, 인간과 자연이 평등한 녹색사회를 지향하는 운동’ 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2. 여성환경운동의 현황
여성환경운동은 크게 여성단체내의 환경활동과 환경단체내의 여성그룹의 활동, 그리고 독자적인 전문여성환경단체의 활동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전문적인 여성환경운동단체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여성환경연대를 전문적인 여성환경단체로 분류할 수도 있겠으나 다양한 단체활동,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개인네트워크로 대중조직을 지향하지 않는 점, 성 관점에서 환경이슈를 제도화하기 위한 정책활동 및 시민실천을 제안하고 있지 않은 점 등으로 여성환경대중조직으로 보기 어렵다.) 여기서는 여성단체와 환경단체의 활동 중 여성환경운동의 3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하나 여성주의적 환경운동으로 발전할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YWCA, 여성민우회, 환경정의시민연대의 다지사, 환경운동연합의 주부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여성환경운동의 주요 이슈와 그 현황을 살펴보도록 한다.
(1) 녹색소비
그 동안의 소비자운동이 소비자의 권리보호와 소비자주권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 녹색소비는 지구자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환경을 고려한 대안적 소비생활양식을 지향하는 운동으로 풀뿌리 지향적이며 문화운동적 성격을 갖는다. (이덕승, ‘지속가능한 개발과 소비자 참여’, 환경과 생명)
녹색소비운동은 폐기물, 에너지, 물 등 다양한 생활환경운동 영역에 걸쳐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 녹색가게운동, 녹색상품구매운동, 에너지절약 및 대안에너지 보급운동, 합성세제 안쓰기 운동, 물절약 운동, 친환경농업육성을 위한 유기농소비운동 등을 포함한다.
여성들의 녹색소비운동의 출발은 폐기물운동에서 시작된다. 90년 이후 소비의 증대와 함께 일회용품의 확산으로 폐기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고 3R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된다.
YWCA는 70년대 중반부터 재사용운동에 관심을 가졌으나, 본격적인 재사용운동은 1990년 ‘아나바다 운동’ 부터이다. 그 외 우유팩모으기, 재활용 비누만들기, 비닐봉지 안쓰기운동이 전개되고 1997년 이후 환경사랑음식점,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 푸드뱅크, 생협운동으로 발전해 간다. (최형선, 한국YWCA 80년 환경운동) 여성민우회에서는 1989년 민우회 생협이 만들어지면서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녹색소비운동이 활발해 진다. 생협에 기반한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운동, 녹색가게, 에너지절약운동인 녹색가정만들기, 녹색어린이날 등의 활동이 이루어 진다.
또한 저항적 지역여성환경운동인 소각장건설반대운동이 분출된다. 90년 이후 정부가 쓰레기전쟁을 치르며 종량제, 재활용정책을 시급히 추진하나 여전히 매립, 소각위주의 종말처리방식에 의존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소각장 반대운동은 폐기물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제기를 불러일으키고 정부가 이를 부분 수용하는 성과를 남긴다.
청주YWCA의 ‘푸드뱅크’ 운동이 도시락공장으로 발전한 사례는 최종소비, 폐기영역에 국한되어있던 여성들의 녹색소비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나 계속 이어지지는 못한다.
녹색소비운동은 그 운동이 갖는 풀뿌리 지향성과 성별 분업화된 과도기적인 여성의 역할로부터 비롯된 여성들의 주요 관심사라는 점에서 여성환경운동의 주류를 이룬다. 여성들의 녹색소비운동은 환경문제는 우리 개개인의 생활양식이 바뀌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의식의 확산과 여성환경운동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하나, 여전히 그 활동영역이 최종소비. 폐기단계에의 실천에 머물러 있어 생산, 유통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지 못하며, 이슈도 물, 페기물, 먹거리에 치중되어 있고 ‘대안에너지’, ‘환경산업육성’, ‘LCA', '친환경기술’, ‘여성적 관점에 기초한 생태적 대안경제모델’ 과 같은 주제로 확대되고 있지 못하다. 생활양식 변화운동과 함께 기업과 정부에 대한 모니터링, 정책대안 제시 등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활동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 (구조적, 정책적 접근, 기업감시 및 고발, 친환경적 경영 촉구 -> 어떻게 전문성을 높일 것인가?)
또한 녹색소비운동의 성관점화를 위해서는 녹색소비로 인한 가사노동의 과부하문제를 가정과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2) 환경건강 ‘환경과 건강문제’ 에 대한 여성조직의 관심은 기록에 의존하자면 1964년 YWCA가 중점프로그램에 ‘보건과 위생’ 을 포함시키면서 시작된다. 당시 환경과 건강의 관점은 빈곤 타개와 더불어 비위생적이며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한국YWCA 80년 환경운동, 최형선) 당시 세계YWCA운동에서 결의한 중점과제가 국내 YWCA운동에 거의 그대로 수용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80년대 이전 여성운동의 주류담론이었던 WID 관점에 준거하여, 여성을 오염의 피해자로 보고 위생교육, 위생시설의 확충으로 여성복지를 증진시키자는 관점에서 환경과 보건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WE) 이러한 맥락에서 ‘공해와 노이로제’, ‘비누와 피부병 및 식수문제’, ‘한국식당의 위생문제’ 등에 대한 활동이 전개된다.
그러나 환경건강의 관점에서 여성들의 조직적 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이후 생협운동이 확산되고 환경호르몬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부각되면서 부터이다. 생협운동은 친환경적 농업육성, 생태적 도농공동체라는 생명공동체주의적인 지향에서 출발하나, 도시중산층 여성들의 마음을 파고 든 것은 식탁오염으로 인한 가족의 건강위협 문제였다.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은 인간중심적 사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의 웰빙바람과 같이 왜곡된 소비의식을 조장할 가능성이 공존한다. (생협회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공동체운동에 참여하는 여성회원의 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환경건강과 관련된 여성들의 활동은 먹거리 오염을 중심으로 한 생협조직, 여성적 관점에서 환경건강이슈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여성민우회의 여성환경센터, 환경정의시민연대의 다지사, 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환경센터는 여성환경 및 건강이슈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출산문화바꾸기 운동’, ‘영.유아식품의 GMO 추방운동’, ‘학교급식 개선운동’, ‘생명공학에 대한 대응’, ‘NO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지사는 아동의 환경권에 기초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아토피, 천식, 비염과 같은 질병과 환경오염의 연관성을 밝히는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유해화학물질의 해악을 알리고 대안물질을 찾고, 알리는 활동(캠페인과 책출판), 페스트푸드 안먹기 운동,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광고없애기 운동, 어머니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에서는 GMO반대운동과 기업불매운동, 화장품의 독성을 알리고 화장품내 프탈레이트 사용금지를 촉구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여성적 관점에서 생명공학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기 시작하는데, 생명공학이 갖는 반윤리적, 반생명적, 반여성적 본질로부터, 기존의 여성환경운동이 생활환경위주, 가정의 건강문제 중심의 활동에 치중해 있었던 한계를 돌파해 내는 중요한 여성환경운동 이슈이다.
생식기술은 산업자본주의가 생식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생식능력을 지닌 여성의 몸까지 투자의 대상으로, 산업생산의 과정으로 끄어들인다. 생명공학은 여성의 몸을 식민화하여 생명의 질서를 왜곡하고 인종주의, 성차별주의를 더욱 심화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다나 시바, 마리아 미즈, 에코페미니즘)
외국에서는 이미 생명과학문제가 여성환경운동의 주요이슈로 부상하였으나 한국의 경우 초보적인 문제제기에 머물고 있으며 대중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여성민우회의 난자매매, 대리모 문제에 대한 대응 활동, ‘생명공학감시를 위한 여성환경단체연대’ 가 결성되어 여성적 관점에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조직하고 생명윤리기본법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에 여성의 제안을 포함시키기 위한 활동 등이 전개되나, 여성민우회를 제외하고는 아직 여성환경운동 진영의 관심이 미약하고 생명공학이 한국의 미래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신산업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에 밀려 사회적 이슈로 쟁점화시켜내지 못한다.
현재의 여성환경건강운동이 뛰어 넘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환경건강이슈를 가족의 몸, 건강과 분리하여 여성 자신의 몸, 건강에 대한 의제로 확장시키는데 있다. 현재 환경호르몬과 건강문제는 주로 ‘남성성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고 여성의 건강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국내 여성환경운동의 대응방식 역시 마찬가지이다.(약간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서구의 경우 유해물질과 여성의 건강(유방암, 자궁내막증, 자궁암, 난소암)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촉구 활동 (최근 WEDO는 건강한 여성, 건강하지 못한 여성, 임신여성, 수유여성의 범주로 나누어 통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및 캠페인이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가족, 아동의 건강으로 관심이 제한되어 있고 (모 단체의 피켓에는 여전히 정자수 감소, 아빠가 위험해요 등의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 여성의 몸과 환경건강의제를 연결시키는 활동영역은 대단히 미흡하다.
또한 먹거리 위주에서 대기오염, 기후변화, 실내공기오염과 같은 영역으로 이슈를 확대하고 최종단계에서 개인적인 자구책을 제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정부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사전예방의 관점, 여성적 관점에 기초한 대안적 정책개발 영역이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3) 녹색자치
주민자치는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생활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집단적인 주체를 형성하고 자율적인 참여의 공간과 상호연대의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지역사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면서 생활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정치는 정치를 일상생활의 한부분으로 만들어 자기결정권과 참여의 권한을 개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개발주의는 계획과 관리를 중앙집중화하고 지역사회의 생활방식이나 문화를 파괴하고 있어 주민자치는 개발주의를 극복하는 녹색자치에서 그 진정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일상을 지역에서 영위하는 주민의 다수는 여성이다. 여성은 가정살림 운영의 경험으로부터 가정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지역의 공공생활과 연계하고 사회문제로 연결시켜 공사의 경계를 허무는 주체로 설 수 있다.
여성이 녹색자치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정치세력화가 중대한 과제로 제기된다. 이것은 ‘끼어들기’와 ‘새판짜기’ 라는 양대전략으로 구체화된다. 여성이 녹색사회의 새로운 주체로 당당히 서기 위해서는 머리수도 중요하나 새판짜기에 대한 전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성들이 지향하는 정치는 녹색의 대안정치여야 한다. 남성적 삶과는 다른 여성의 삶을 정치화하고 생태위기를 가져온 남성적 가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성적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녹색자치의 필수적인 전제라 하겠다.
3. 여성환경운동의 질적 도약을 위해
(1) 다중심적 네트웤의 확대강화
여성은 계급, 인종과 같이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 여성은 실제 계급, 인종, 세대, 교육, 종교, 개인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나타낸다. 사회문화의 다양화 추세에 따라 성정체성보다는 이러한 차이에 따른 이질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며 여성환경 관련 활동 역시 주체와 내용에 있어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외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성환경네트워크는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다양한 중심으로 묶어낼 수 있는 다중심적 네트워크여야 하고 이를 확대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2) 전문적인 여성환경운동 조직의 탄생이 요구됨
한국에는 아직 여성주의환경운동을 표방하며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여성대중조직이 없다. (풀뿌리의 경우 여성환경조직으로 볼 수 있는 조직이 대단히 소수 존재하기는 하나, 활동이 잘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전통적 환경활동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의 경우 전문여성환경조직이 존재하여 여성적 관점에 기초한 환경이슈를 개발하고 이를 대중화, 정책화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풀뿌리여성환경조직간의 네트웤을 지원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담론 수준을 뛰어넘어 여성환경운동의 양과 질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환경운동’을 조직의 목적으로 하는 여성조직이 요구된다. 여성적 관점, 생태적 관점이 주류화되지 못하는 이원화된 구조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여성환경운동은 여성환경운동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이를 환경운동에 주류화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성주의 환경이슈를 선도하며 이를 여성들의 실천영역으로 확장하여 새로운 운동모델을 개발하고 여성환경정책의 제도화를 위한 전문적 정책활동을 전개하고 다양한 형태의 풀뿌리여성환경조직을 인규베이팅하는 활동 등이 전문여성환경조직에 의해 도모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의 환경운동과 정책이 여전히 성별분업체계와 남성중심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환경운동, 정책과 이슈에 내재해 있는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젠더비판’은 중요한 여성환경운동의 영역이다. 환경운동의 가부장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환경관련 정부정책에 대한 성분석 및 성관점 통합방안이 그 영역을 확대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가부장적 소비자본주의가 파급시키는 반여성적 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소비자본주의는 끊임없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여성억압적, 여성비하적 요소들을 개인적 취향이나 개성적 차이로 선택, 수용하게 만든다. 더구나 소비문화는 여성의 관심을 몸과 외모에 집중시켜 이것을 성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여성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자본으로 삼도록 종용한다. (이영자,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적 반여성적 문화에 반대하고 여성친화적 대안문화운동의 확산을 위해 노력한 여성환경센터의 활동은 매우 소중하며 (출산문화바꾸기 운동, No다이어트, No성형캠페인) 이운동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5) 정부의 남녀평등정책에 대한 관심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여성운동에서 제기하는 의제들의 상당부분이 제도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환경운동의 제도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여성환경운동은 이러한 정치적 기회구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젠더관점에서 환경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을 제도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녹색거버넌스의 여성파트너쉽 강화) 여성환경이슈를 정책화하기 위한 활동을 보다 과감히 벌려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화된 여성환경전문가, 운동가의 발굴육성, 전문화된 정보의 확보가 요구된다.
(6)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지만 생활환경중심의 운동에서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요구되며 소비,폐기단계에서의 실천에서 소비.생산.유통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오랜 문제제기 속에서도 잘 극복이 안되는 것은, 여성들의 관심사가 재생산영역을 중심으로 형성된다는 특수성에서 기인하기도 하나, 이것이 한계를 노정하는 근본 원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재생산영역에서의 물음으로부터 이를 사회구조적 인식으로 확장해내고 대안적 지역사회, 대안경제, 대안정책으로 발전시켜낸 무수한 사례를 볼 때)
활동가들은 현실적 문제로 이러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끌고나갈 전문화된 여성활동가가 부재하고 여성환경활동이 정부프로젝트에 의존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원내용이 대개는 단기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는 그리고 전통적 여성역할에 의거하는 실천활동 위주로 되어있는 점을 지적한다. (여성들에게 지원되는 활동은 대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과 같은 감량 및 절약운동, 재사용운동, 환경교육이 주를 이룬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이 문제는 여성환경활동가 양성, 시민없는 시민운동, 단체재정의 취약성, 정부의 NGO에 대한 시각전환 및 지원정책의 변화 등이 같이 가야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다.
(7) 풀뿌리여성환경운동은 가정내의 생활문제를 지역을 터전으로한 생활양식운동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정치, 문화, 경제의 대안을 만드는 운동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이를 여성세력화를 통한 녹색자치의 실현이라고 볼 때, 생태적인 자치운동의 모델 개발 (육아모임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문화,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마포지역의 모델)과 대안적 녹색정치를 위한 여성정치세력화 전략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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