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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생명공동체> 06-08-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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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사회운동의 원칙과 과제들 



정규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1. 531 지방선거가 남긴 물음들

지방선거의 핵심 가치인 풀뿌리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이번 531 지방선거 결과는 ‘실망’의 수준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는 평가들이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추구해온 운동의 목표가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 차원을 넘어선 공적 가치의 실현과 이를 위한 사회적 책임성 확보에 있다면 선거 결과에 대한 비관주의적이고 패배주의적인 평가에는 신중해 질 필요가 있다.


선거 제도가 가지는 ‘승자독식주의’, ‘결과중심주의’의 구조적 한계는 물론이고 중앙의 제도정당들의 정략적 이해관계가 깊숙이 개입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두고 운동의 현실적 조건과 역량, 전망에 대해 단정해버리는 것은 민초(民草)들이 당면한 삶의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대안적 미래를 설계해나가는데 전혀 도움이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망과 절망을 넘어 대안사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현실에 대한 깊은 천착과 냉철한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다음 두 가지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첫째, 7,80년대 민중운동에서부터 지금의 시민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사회 변혁을 꿈꿔온 운동 진영에서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선거’에 목을 매왔고 그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 왔는가?
둘째, 기성 정치권이나 학계 인사들은 그렇다 치고, 시민사회운동 진영 일각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풀뿌리민주주의의 어두운 미래’, ‘주민자치 역량의 한계’, ‘시민사회의 낮은 민의(民意)’를 이야기 하는데 과연 타당한 인식인가?

이상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대신하는 물음들을 다시 던지고자 한다.


민중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성격과 정치사회적 조건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선거’는 여전히 상당한 폭발력과 흡인력을 가진 정치적 사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왜 그런가?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권력의 소재지는 제도 정치권에 있으며, 권력구조의 변화를 위해서는 개혁적(또는 진보적) ‘인물’을 제도 정치권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이점에서 선거는 단번에 권력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지는 않는가?


특정 정당이 전국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싹쓸이’로 독점한 이번 지방선거 결과도 물론 우려스럽지만 책임정치의 실현과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제도권 정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엄청난 오해와 편견이 작용하고 있지는 않는가?


여야가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균형 있게 나눠 갖는다고 해서 시민사회의 활력과 대안사회에 대한 비전을 희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가?


시민운동, 지역운동의 축적된 역량과 에너지가 선거만 치르고 나면 고갈되고 부정적 후유증만 남기는 퇴행적 현상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역량의 한계를 지적하기에 앞서 과연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 형성을 위해 얼마나 관심과 역량을 기울여 왔는가?

결국 풀뿌리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기성 제도정당들이 ‘지방권력 심판론’(열우당)과 ‘무능정권 심판론’(한나라당)을 내세우는 모순과 역설의 절정체가 이번 지방선거였음을 직시한다면 향후 대안사회운동이 선택해야 할 방향과 과제는 분명할 것이다.

2.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성찰과 대안사회운동의 의미

최근 들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은 커다란 정체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여 년 간 시민사회의 발전과 사회제도적 변화를 선도해 왔던 시민단체들이 시민사회로부터의 지지와 신뢰마저 상실하면서 그 위상과 역할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통치 세력이 주도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주요 활동 영역으로 설정해 온 개혁적 시민운동단체들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민주정부와 진보정당의 등장으로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시민운동단체들의 개혁적 이슈가 행정과 정치 영역에서 일정 부분 제도화, 정책화되기 시작했고, 보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으며, 기존 시민운동 진영의 사회적 영향력을 매개했던 언론 매체들이 극단적으로 분열하면서 사회적 공론 형성을 오히려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운동단체들이 당면한 위기의 원인을 이러한 외적 환경의 변화로만 돌릴 수는 없다. 지난 10여 년 간 시민운동단체들은 활동의 초점을 국가적 의제(National Agenda)에 맞추고 중앙권력의 구조 변화에 집중해 오면서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높여왔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부메랑처럼 시민운동의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시절 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남겨놓은 정치, 제도적 관성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만큼, 국가정책과 중앙권력의 작동기제를 개혁, 변화시키기 위한 시민운동단체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운동에서 시민이 고객이 아니라 실질적 주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시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당면한 현실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중앙 집권에서 지방 분권으로’, ‘통치에서 자치로’라는 방향에서 개혁에 대한 요구는 제도권 정치와 행정영역뿐만 아니라 시민운동 진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동안 개혁을 지향했던 시민운동단체들은 국가적 의제에 비해 지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정책과제와 생활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왔으며,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권력구조에 대한 진단과 개선 노력은 특히 부족했다. 그 결과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회민주화와 개혁이 진전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지방과 시민(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시민들이 당면한 삶의 문제와 밀접한 이슈들을 발굴하여 여론화하고 대안사회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함으로써 시민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존재의 의미를 시민들로부터 재확인 받고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대안사회운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탐색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대안사회운동이 가지는 의미는 복합적이다. 이를 크게 ‘대안’적 사회운동과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자의 ‘대안’적 사회운동이 기존 사회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운동의 전략과 방식을 새롭게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후자의 ‘대안사회’ 운동은 운동이 지향하는 목표 가치와 비전의 새로움을 통해 ‘지금 여기서’부터 창조적 실험을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대안사회운동은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새로움을 토대로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의 근거들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가능성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3. 대안사회운동의 필요성과 원칙

‘대안’이라는 말 속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자본주의체제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매개로 작동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와 생태위기의 지구화가 가속화 되면서 위험 사회적 징후들이 노골화 되고 있지만 현실의 지배체제는 민초(民草)들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보다는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성장 체제를 가속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활을 건 생존 경쟁체제 속에서 민초들의 불안감과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지만 국가주의와 성장주의의 틀에 기반한 지금의 사회체제는 민초들이 당면한 삶의 위기 문제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할 뿐이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정치적 개혁세력과 사회운동 진영에서 조차도 삶에 대한 존재론적 안정감과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의 근거들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독재가 종식된 이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소위 민주화된 정권이 수차례 집권해 왔지만 개혁 세력은 분열되고 시민사회운동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불신감만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경쟁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시장주의 전략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빈곤과 양극화는 심화되고 민초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과도기적 혼동 상태가 장기화 될수록 예견된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채 참담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근대적 성장체제가 만들어 놓은 문제에 대한 근대적 해법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정치기획과 대안사회운동이 필요하다.
대안사회운동은 물질적 ‘풍요’의 시대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결핍’의 문제들에 주목해야 한다. ‘파이 키우기’를 위한 성장우선 전략을 통해 분배와 보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지난 세기의 낡은 근대화 유산들이 지금 현실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키울 수 있는 파이의 ‘크기’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파이의 ‘질’도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이점에서 이번 531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을 ‘경제가 어려워 졌다’는 데로 돌리고 ‘경제 살리기’를 통해 정치적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는 집권 여당의 현실 인식은 ‘낡은 진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성찰에 기반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대안사회운동은 ‘더 이상 썩은 파이를 키우고 나눠먹는데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분명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하여 현실 사회체제 속에서 대상화, 주변화 되고 소외되어 왔던 주체와 가치, 내용, 전략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안사회운동은 다음과 같은 물음제기를 통해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당면한 삶의 절박한 문제와 다가올 위기적 현상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가?
-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전망과 가치, 에너지들을 효과적으로 모아내고 있는가?
- 현실 지배적인 가치와 제도에 대한 균열 내기와 틀거리 바꾸기를 위한 기획을 제시하고 있는가?

결국 대안사회운동은 현실 지배적인 가치와 제도적 틀을 넘어선 문명 전환의 ‘새판 짜기’를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기존 사회운동과 비교해 볼 때 대안사회운동이 가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기존 사회운동투입(in- put)형 운동원심력 형
(현실 문제에 대한 비판과 반발력)대항권력 창출
(power over에 대한 power against)낡은 질서, 가치체계, 제도, 시스템, 체제 허물기대안
사회운동산출(out-put)형 운동구심력 형
(대안사회에 대한 비전과 열망이 가지는 흡인력)대안권력 창출
(power within에 기반한 power with)새로운 질서, 가치체계, 제도, 시스템, 체제 만들기

4. 권력의 중층적 구조와 대안사회운동의 과제

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보다 지방권력 바꾸기가 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공식적, 비공식적 연결망을 통해 촘촘하게 짜여진 지방권력구조가 오랜 시간을 통해 구조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의 생활 현장을 중심으로 대안사회의 새로운 가능성 영역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지방권력구조의 변화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을 심판하거나 사법 당국에 의해 부조리와 부패를 청산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풀뿌리 보수주의를 풀뿌리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힘은 생활정치에 기반한 지역민들의 자치 역량에서 나와야 한다. 물론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도입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측면도 있으나 주민자치 역량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들은 왜곡된 결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경주 방폐장 관련 주민투표제도의 적용 방식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지역사회를 운용하는 대안적 기제로 주목받고 있는 거버넌스가 결과적으로 시민사회의 자치 역량을 ‘제도화의 덫’에 가두어 버리는 모습이나 정부가 추진해온 분권과 자치 프로그램이 개발이익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지배집단의 영향력 행사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는 현상도 결국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자치역량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결국 대안사회를 향한 새로운 운동은 지방권력의 다차원적 구조에 대한 진단과 함께 권력의 심층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내는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권력의 1차원적 작동은 지배-피지배 관계를 중심으로 한 행위자들 간의 직접적인 역학관계를 통해 이루진다. 지난 시절 독재 청산을 위한 민주화 프로젝트가 사유화된 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를 제한하고 합리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도, 개혁을 지향했던 사회운동진영이 제도 정치권내 권력자(집단)들을 ‘물갈이’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을 인물 중심의 양적 개념으로 다루는 이러한 운동적 관성은 최근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권력에 대한 1차원적 접근이 가지는 한계는 십여 년간의 실험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결코 짧지 않은 사회운동의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 개혁과 변화를 외치면서 제도권 내로 진입했지만 이들이 이루어 낸 성과는 매우 미미하였다. 선거 과정을 통해 수없이 인물들을 교체해 왔지만 왜 같은 문제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가? 문제의 원인이 ‘개인적 변절’에 있고 ‘변치 않을 개혁세력’이 제도 정치권 내로 진입하면 해결이 되는가?


이유는 권력이 통치 행위자 차원을 넘어 역사적으로 형성된 지배가치와 제도적 양식들을 통해서 은밀하면서도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와 선호체계, 행동 양식들에 영향을 미쳐 의사결정과정을 지배·왜곡시키는데 있다. 즉, 현존하는 지배적인 제도양식이 무의사 결정(non- decisionmaking) 과정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의 표출과 갈등을 사전에 억압하고 현재화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2차원적 권력’과 나아가 지배적인 가치유형과 결합하여 행위자의 선호 자체를 왜곡시키는 이데올로기 조작을 통해 자발적 동의와 순응을 만들어 내는 ‘3차원적 권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차원적 권력은 바흐래쉬와 바라츠(Bachrach and Baratz, 1970)의 논의에서, 3차원적 권력은 스티븐 룩스(Lukes, 1974)의 논의에서 빌려온 것이다. 


2차원적 권력은 제도화된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권력 행사자가 누군가에 관계없이 집단화된 조직체제 내에서 명령과 지시체계를 통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집단 목표를 제도화시킴으로써 행위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하고 불이행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생태계 파괴와 지역공동체 해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낭비적인 개발사업과 대형 국책사업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사례나 주민 요구와 동떨어진 예산 낭비적 지방정부의 정책운용 사례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반면, 3차원적 권력은 상징조작을 통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의사와 이익이 배제되도록 만드는 것으로, 개인의 욕구와 욕망까지도 조작하는 심층적인 차원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보건, 복지, 환경보존과 같은 삶의 질과 밀접한 현안들이 선성장(先成長) 논리 앞에게 무기력화 되고 있는 왜곡된 가치의 위계구조 속에는 바로 이러한 심층적 권력이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의 중층적 작동 구조는 변화에 대한 체계적 저항을 통해 대안사회에 대한 새로운 실험들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다루기 위한 새로운 사고의 출현가능성을 제약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변화에 대한 요구들을 기존의 제도와 가치체계의 틀 속으로 포섭해 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처럼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실천 양식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존재하거나 변화에 필요한 비용이 매우 클 경우, 그리고 제도변화가 미래에 가져다 줄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에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과 대안사회를 향한 노력은 현실화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기껏 거시적 차원의 체제적인 제약조건이 만들어 낸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미래를 향한 미시적 적응과정만이 가능할 뿐이다.


결국 지방 자율에 기반한 내생적 발전, 공동체 지향적인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을 현실화 시켜 우리 민초(民草)들의 삶을 온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며, 이는 이미 우리의 의식까지도 상당부분 잠식해 들어온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삶의 터전, 생존의 토대를 지키고 가꾸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익숙해 있는 지배 가치와 제도적 양식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대안권력(代案勸力)을 밑바닥부터 만들어 나가는 장기적인 전망과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발독재의 청산을 위해 노력해 온 기존 민주화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을 가져온 점은 높게 평가하되, 1차원적 권력 개념에 기반한 권력 집단의 세대교체 차원을 넘어, 2차원적 권력이 작동하는 제도적 틀의 개혁을 통해 권력의 행사 방식을 바꿈으로써 민주주의를 ‘확장’시켜 나가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권력을 구성하는 내용을 구성하는 3차원적 권력을 바꾸기 위한 정치문화적인 전략이 함께 진행되어 한다.

민주화 과제권력의 속성변화 전략과 과제민주주의의 복원과 확장1차원적 권력인물 교체:
대안사회운동의 리더십 배양과 자치역량 강화2차원적 권력제도 개혁:
참여역량 강화와 대안사회를 구성하는 정책생산민주주의의
심화3차원적 권력가치, 패러다임 전환:
대안사회에 대한 비전 형성과 교육, 문화, 홍보 전략

한편, 국가주의와 성장주의의 결합을 통해 지역사회를 재편하는 흐름들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사회운동은 결국 지역의 생활현장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국가주의, 성장주의의 폐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곳에서, 그래서 대안사회에 대한 열망과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곳에서 가능성 영역을 만들고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이점에서 대안사회운동의 미래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에 보다 효과적이고 유연하게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치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생활정치의 거점을 중심으로 민초들이 중심이 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통해 대안사회의 비전과 전망을 구체화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대안사회운동의 이념과 전략, 주체들을 형성·강화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민초(시민, 주민)들의 자각과 자발적 참여를 통해 대안사회운동 주체(단체)들의 정당성 확보와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 내용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동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안사회운동의 과제내용풀뿌리 지원 센터
(ex. 풀뿌리 재단)- 지역, 부문, 영역을 포괄하는 대안사회 운동 네트워크 기반 구축
- 풀뿌리 운동 네트워크 코디네이터 풀뿌리 정책 센터- 풀뿌리 대안사회 비전 만들기
- 풀뿌리 의제 발굴 및 정책 개발
- 풀뿌리 전문가 풀 형성풀뿌리 교육 센터- 풀뿌리 리더십 배양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풀뿌리 운동 매체
(on-line, off-line 매체)- 풀뿌리 대안사회 비전에 대한 담론 생산과 사회적 확산을 위한 매체 개발


출처 : 모심과 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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