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7.06.05 (화) 16:55 http://www.segye.com/Service5/ShellView.asp?TreeID=1510&PCode=0007&DataID=200706051333000105
공사 멈춘 자리도 이웃 관계도 황폐화 | ||
상주-괴산 문장대 온천 개발 법정공방 12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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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아 절경을 과시하는 국립공원 속리산 자락의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일대 문장대 온천지구. 이곳은 충북 괴산군 주민들과 상주시가 싸움을 벌이는 갈등의 땅이 된 지 오래다. 현재는 온천지주조합이 온천을 개발한다고 파헤쳐 놓은 뒤 공사를 중단, 잡초만 무성한 황무지로 변했다. 게다가 산자락을 깎아낸 곳은 비가 올 때마다 토사가 흘러내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산사태 방지 시설조차 설치되지 않아 절개지에 서 있는 수십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12년째 법정 공방=상주시는 1987년 관내에 변변한 공장 한 곳 없어 화북면 운흥리와 중벌리 일대 문장대 온천개발 사업을 핵심시정으로 추진했다. 시는 당시 교통부에서 82만2000평을 온천관광지구로 지정받아 2년 후 조성 계획 승인을 받았다.
시는 우선 1996년 4월 4만여평에 대해 사업 시행을 허가, 2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온천지주조합은 기반조성 공사에 들어가 공정의 95%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인근 충북 괴산군 청천면 주민 67명이 허가가 난 지 4개월 만인 96년 8월 온천이 들어설 경우 하류에 있는 신월천이 오염된다며 ‘온천조성사업 시행허가처분 취소 소송’을 대구지법에 낸 뒤 이듬해 청주지법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온천개발과 관련된 모든 공사가 중지되고, 충북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온천지주조합과 상주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시행허가가 난 지 7년 만인 2003년 대법원은 개발업체가 제시한 공법으로는 대규모 온천시설에서 나오는 오수 정화가 불가능하다며 괴산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상주시는 법원의 판결은 온천조성 사업 시행 허가를 취소하라는 것일 뿐 온천 관광지 지정을 취소하거나 조성 계획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문제가 됐던 오수처리 공법을 변경, 2004년 7월 6만5000평에 대해 온천 조성 계획을 다시 승인했다.
이에 반발한 괴산지역 주민들은 다음해 1월 다시 법원에 승인취소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6월 1심에서 승소했다. 다음달에 3차 심리가 예정돼 있다.
◆오수처리 공법이 쟁점=온천지주조합과 상주시는 온천에서 나오는 오수 정화시설을 신월천 상류인 중벌천 인근에 설치할 계획이다. 시는 토양피복형 접촉 산화 방식과 모관침윤 트렌치 방식으로 오수를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이 공법은 법원에서 오수처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아 첨단기법인 섬유필터를 이용한 모래활성탄 여과 공법으로 바꿨다.
대구지법은 이 공법마저 ▲온천 하수를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5PPM 이하로 정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며 ▲하루 500t 미만에 적용되는 이 공법으로 하루 2400t씩 배출되는 오수를 처리한다는 것은 무리이고 ▲2차 오수처리시설 부지를 확보하지 않았다며 역시 괴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상주시는 현장 검증 및 기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루한 소송에 지친 주민들=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와 중벌리로 통하는 국도변에는 요즘 “살길 찾아 충북으로 가자”는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기껏해야 밭작물을 심어 연명해오던 주민들은 온천이 들어설 경우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장기간 끌어온 소송에 지쳐 있다.
이 때문에 상주시 주민 150여명은 지난 4월28일 용화초등학교 앞에서 주민안녕기원제와 행정구역 개편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어 행정구역을 상주시에서 충북으로 바꿔 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경북도 등에 발송했다.
운흥리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주민 서영은(65)씨는 “괴산과 상주의 싸움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온천지구가 황무지로 변해 지금은 등산객마저 찾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온천개발을 반대하는 괴산군 청천면 주민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 김모(64)씨는 “시골의 온천 하나 두고 촌사람끼리 10년 이상 싸우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온천개발이 끝나 그동안 싸웠던 노력이 무의미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구=전주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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