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또 다른 세상에서
어제,
인터넷 뉴스를 통해 괴산 감물 느릅재에서 전경버스가 전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 ,그랬구나!' 하는 정도의 무관심한 반응이 제 내면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사고를 당한 분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비슷한 사고들을 늘상 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왠만한 사고 소식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내성(耐性)이 생긴 모양입니다.
어찌보면 측은지심을 상실한 불쌍한 인간 군상들 속에 저도 포함이 되어있음을 알게된 계기이기도 했구요.
오늘,
그 일이 저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연락을 통해서 알고보니 대학 동기동창생의 아들이지 뭡니까?
늦깎이 대학생으로 들어와 나름대로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형의 자제였습니다.
진지하면서도 밝은 심성을 유지하던 그 형이 공들여 키운 외아들이었고,
고교 졸업후에 프랑스에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도록 뒤를 봐준 넉넉한 마음의 부자(父子)였습니다.
청주의료원에서,
형을 봤습니다.
물론 저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저보다도 형이 더 말을 할 수 없었지요.
가까스로 입을 열어서 말을 할 때마다 형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질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부모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발,
제발 잘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만 간절합니다.
장례식장을 나와선 번화가로 들어서니 거기에는 그런 눈물과 슬픔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쁘고 즐거운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았지요.
아, 세상이 이렇게나 다르더군요.
방금 전까지 봤던 세계가 아니고, 또 다른 세상입디다.
물론 나도 그 전까지 장례식장에 있던 내가 아니고 또 다른 세상의 일원이 되어갔습니다.
슬픔도 있지만 즐거움과 행복도 동시에 누리는 평범한 사람으로 말입니다.
아들을 먼저 잃은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에게 하느님이 위로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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