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을 업신여기는 공무원 이야기
- 인격적인 공직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일전에 괴산군이 큰 홍역을 치룬 일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음주문화상’ 사건입니다. 본의와 달리 와전되어서 생긴 일이었다는 군수의 해명에 이어, 이로 인해 괴산군에 대한 광고효과가 10억 이상 생기게 되었다는 말을 군수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주민들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너도 나도 ‘술상’ 받으려는 의도 때문인지 밤마다 술먹고 괴산거리를 헤매는 공무원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괴산지역의 경제가 회복이 되고, 활기찬 괴산군이 된다면 감히 그 누가 딴지를 걸 수 있겠습니까? 이 또한 ‘술상’을 제정한 군수의 공로 탓인지는 몰라도 의도만은 순수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음주 에티켓’도 자연스레 연결되어야 할터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데서 오는 불미한 사건들이 줄을 잇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로 말미암아 음식점이나 술집 주인들의 인격이 심각하게 손상당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렇지 않은 점잖은 분들이 물론 많지만 옥의 티처럼 간혹 불거져나오는 분들의 점잖치 못한 언행은 지역의 정서를 메마르게 해버립니다.
지난 6월 27일 밤에 아내와 가까운 지인과 함께 괴산읍내의 모 음식점에서 기분좋게 식사하고 대화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소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생활의 낙이기에 하루의 회포를 기꺼이 풀어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내가 물을 뜨러 정수기 앞에 갔을 때에 이상한 사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 가운데 한 분이 “야, 물 가져와!” “이봐, 물 가져오란 말야!”라는 말을 제 아내에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큰하게 취해서 다방 아가씨들과 함께 들어온 그분은 물겁을 탁자에다 쾅쾅 치면서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댔고, 당황한 아내는 그저 얼굴이 붉어진 채 안절부절 할 뿐이었습니다. 함께 온 아가씨들이 “주인이 아니야”라고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였습니다. 할 수 없이 제가 가서 항의를 했지만 그들은 항의하는 저조차 끌어내서 혼내려고 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두 분 모두 괴산군청 직원이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술을 많이 마시고 그 음식점에 왔는지 모르고, 그들의 직위가 군청에서 얼마나 높은지도 잘 모르지만 공직자가 이래서 안 된다는 것은 잘 압니다. 주민들은 물론이요, 영업행위를 하는 주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아랫사람 부리듯이 소리지르고 업신여기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괴산군청 공무원들은 그 일을 솔선수범하여(?)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직자가 지역 주민들을 업신여겨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뭐 할 것이며, 인격 대 인격의 관계가 아닌 명령 체계로 지역주민들을 다루면 또한 무엇을 얻을 것입니까? 공무원들에게 굽신거려서 먹고살아야만 하는 영업점 주인들이 오늘따라 불쌍하기만 하였습니다.
괴산군수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무원들로 하여금 술을 자주 먹음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애쓰기보다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소중한 고객으로 대하는 정성스런 마음을 가꿔가도록 해주십시오. 술 대신 책을 가까이 하게 하여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그럼으로써 지역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이러한 우리의 기대와 달리 우리가 만났던 두 사람의 공직자는 제 아내에게 어떠한 사과의 말도 없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어둠에 머문 우리들의 시선이 이제는 보다 밝은 곳으로 향하게 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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