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의회가 방청을 거부하였습니다
"회의장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의회 사무과 직원으로부터 들은 방청거부선언입니다. 어제부터 제가 입고 있던 옷차림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약간 긴 반바지에 헐렁한 반팔 티셔츠, 맨발에 흰고무신, 그리고 꽁지머리....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괴산군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작태는 군정업무보고를 방청하는 와중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일반 시민으로는 유일하게 어제 하루종일 저 혼자 방청하였는데, 오늘 오후 회의에도 참석하려고 갔다가 의회 사무과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것입니다. 의원들 뿐 아니라 회의실에 있었던 군청 공무원들까지 나서서 저의 옷차림을 지적하였기에 저의 방청을 금지하도록 한 것 같습니다. 어렵사리 말하는 직원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나 싶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의회를 나왔지만 참으로 황당하고 난감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게 문제의 그 옷차림입니다>
안 그래도 괴산군청 간부들의 어설픈 보고에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質疑) 수준에 갑갑해하던 상황이었는데, 그들이 관심법으로 제 속내를 알아채곤 선제 공격을 한 것만 같습니다(???). 예리한 지적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에 대한 군청 간부들의 두루뭉술한 답변을 흐지부지 끝내버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끝까지 계속되었지요. 물론 이런 태도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 자주 그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그 마음을 토로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앙 정치 못지않게, 지방자치의 실질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군수는 군수대로 갈 길을 몰라 무조건 개발주의로 치닫고 있는데, 의회는 자신들이 어디에 서있어야 할른지조차 모른채 군청이 제안하는 안건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처리해주기만 합니다. 군청과 군의회가 엇박자로 따로 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그들의 마음 세계를 쥐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만 듭니다.
비근한 예로, 괴산군청이 치적으로 삼고싶어하는 장연골프장유치 문제만 하더라도 엄밀하게 분석하지도, 따지지도 못한채 관변에 몰려든 사람들의 말만 듣고 승인해버렸는데, 최근에 감사원 감사에서 사업의 추진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던 것을 지적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중하게, 주민의 입장에서 넓게 봐달라고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얘기했건만 그들은 어느 누구 하나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학생중앙군사학교 유치에 대한 의회의 어중간한 태도가 피해지역 주민들의 심각한 반발을 가져오고 있고, 청안면과 사리면에 조성하려는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대해서도 일부 군의원이 주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치적으로 삼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상황입니다. 자기만 피해를 입지 않으면 된다는 얄팍한 계산이 그에게 깔려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몇해 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회에서 인사하다가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심한 수모를 당한 유시민 의원이 생각납니다. 그의 언행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그가 겪었을 인간적인 모멸감이 얼마나 심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저는 회의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한채 의회사무과에서 거부당해야 했습니다. 자신들과 똑같아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심리 저변에 깔려있는 것인지 몰라도, 거부사유는 저를 이해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이유들이었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선 어느 정도의 형식과 격식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규제와 강요가 주는 갑갑함이 저를 더 강하게 억누르는 느낌입니다.
방청인의 옷차림에 대해 예민해지는게 아니라 의회 자체가 할 일에 대해서 예민해지길 바라고,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의원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방청인 없이 자신들만 모여서 끝내버리는 군정업무보고는 의회/의원들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오직 '그들만의 리그'요, '당신들의 천국'일 뿐입니다. 주민 없는, 주민과 무관한 의회, 군청........ 이것이 괴산군의회와 괴산군청의 현주소입니다.
2007년 7월 2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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