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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집단 광기(狂氣),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by 마리산인1324 2007. 6. 21.

 

<마리산인, 070622>

                          집단 광기(狂氣),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나치(Nazi) 정권의 집단 광기(狂氣)를 이해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히틀러의 명령 하나로 독일 전체가 한 동작으로 움직이면서 전 세계인에게 깊은 생채기를 냈던 그 아픔의 역사를 최근에야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군부대를 유치하는 것만이 괴산군이 살 길이라는 확신과 전제 하에 괴산 전체가 들썩이던 상황이 그것입니다. 한 곳만 보면서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하던 시절, 그것이야말로 히틀러의 부활이요 나치의 재생이었습니다. 딴 소리를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어느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숨죽이며 지냈고, 집단적인 궐기대회에 참여하라는 군청의 강권(强勸)을 과감히 뿌리치지 못했었습니다.

 

 

 

어느덧 그런 세월이 가고,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셋 중에 하나를 괴산군이 차지하게 되니 괴산 전체가 환영 일색의 또 다른 광기로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뜨거운 환영사가 적힌 플래카드로 전 지역이 도배가 되어 있었고, 급기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장군님 수고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때에는 그 무엇인가 뜨거운 ‘감정’(感情)이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껴서였을까요..? 그 문구가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소회(所懷)를 밝히며 자기 고백을 하는 분들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하면서 대다수의 주민들이 그러한 집단 광기에서 깨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일이 이미 끝났다는 판단이 들 때였기에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는데, 그러한 감정의 질곡을 깨는 일이 신기리ㆍ사창리에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슴 절절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었기에 가장 정확하게 자신들을 볼 수 있었던 그 분들은 새벽하늘의 별빛처럼 스스로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작금의 군사학교 유치가 얼마나 지역 주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지 알게 되었고, 자신들의 권리는 자신들 스스로가 지켜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랬는지, 농번기의 그 바쁜 와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거의 매일같이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리기 바라고, 괴산군청도 이제는 어그러진 광기에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