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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농부로 산다는 것.......

by 마리산인1324 2007. 2. 24.

 

농부로 산다는 것... 

 

 

"하늘 아래서 나는 기막히게 억울한 일을 보았다.

일껏 재산을 모아놓았는데 그 재산 때문에 우환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불운이 닥쳐 재산이 달아나, 제 몸에서 난 아들에게도 물려줄 것이 하나 없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처럼 알몸으로 돌아가더라.

일껏 수고해서 얻은 것을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니, 이 또한 기막힌 노릇이다.

사람은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것뿐이라, 바람을 잡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인생은 평생 암담한 나날을 울며 애타고 병을 앓으며 분노하는 일로 괴로워하며 사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멋지게 잘사는 것은 하늘 아래서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비록 짧아도 하느님께 허락받은 것이니, 그렇게 살 일이다.

이것이 인생이 누릴 몫이다.

먹고 살 돈과 재산을 하느님께 몫으로 받은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하느님의 선물로 알아 수고한 보람으로 즐길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만 바라시니,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책상 옆에 붙여놓은 글입니다. 보기에는 불경의 한 구절같지만 이는 구약성서 전도서의 몇 구절입니다(5장 13절부터 20절까지). 인간의 모진 탐욕을 질책하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설파하는 전도서 기자는 이 구절만 보면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 분으로 보입니다. 기실 종교간의 가르침은 다르진 않은데 인간이 다르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몇해 전에 어머니 칠순을 맞아 형제들과 함께 나눈 말씀입니다. 가진 것도 없고, 이룰 것도 없지만, 하늘이 내려주는 것만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어머니 노후를 평안하게 보내시라는 협박아닌 협박(?)이었습니다. 물론 근원적으로야 제 자신을 위로하고,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려는 의도가 강했죠....

 

이 시대의 농사꾼이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논 4000평과 밭 700평을 빌려서 산다고 하면 왠만큼 농사짓는 분들은 제 수입을 얼추 계산해냅니다. '도지'라고 부르는 임대료를 내야하고, 농사지을 때 수고한 기계사용료도 드려야하며, 농자재값 또한 수월치않게 나가버리니 실제로 남는 돈은 얼마 안되어 빚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올해부터는 달성하려는 연봉을 1,000만원으로 설정해놓고 농사를 지으려고 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연봉 400만원을 두배 이상 끌어올리려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일정한 시설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단 시설 투자는 차치하고라도, 제비내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옥수수도 재배하고, 절임배추도 생산해내면서 좀더 나은 물질적 삶의 구조를 형성해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도 도시에 사는 분들보다 형편없이 차이가 날테지만, 그저 수고한 보람으로 즐기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농촌이 베푸는 풍요로움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날마다 때마다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