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제도의 한계
- 귀농인들의 농촌 정착을 도와주십시오 -
3년 전에 충청북도 괴산군의 한 농촌 지역으로 귀농한 50세의 농부입니다. 30년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뒤늦게 농업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4000평의 논과 600여평의 밭을 임차하여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벌이들이는 수입은 약 400만원 전후입니다. 이른바 도지라 해서 내는 임차료는 쌀 18가마/80kg 로서 약 300만원 정도이며, 트랙터 등 기계의 사용료가 200만원 넘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농사 자재비 등을 포함하면 총 수입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600만원을 상회하는 형편입니다.
따지고보면 400만원 정도가 제 연봉인 셈입니다. 이런 처지에서 2년이 지나가니 농촌으로 갖고갔던 돈이 다 떨어지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올해 3년째로 농사를 지었습니다만 역시나 형편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구입비가 1억원에 달하는 기계사용료 등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최소한 임차료만큼은 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농지은행에서 농지구입자금을 장기융자한다는 말을 듣고 한국농촌공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No!”였습니다. 아무나 혜택을 줄 수 있는게 아니였기에, 나의 전체 여건을 점수제로 환산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대조하면서 융자 여부를 결정하였습니다만 농기계가 없기에 그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을 수가 없어서 혜택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작금의 농촌 현실은 매우 어렵습니다. 농촌경제의 황폐화와 더불어 농민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정부는 6ha 이상의 대농가 지원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의 경영 농지가 확대되어 경제성있는 대책이 되리라는 예측입니다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그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대두되는 것이 농촌으로의 인력 보충입니다. 이른바 귀농인들을 수용하면서 농촌에서 또 하나의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입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판단으로 다수의 귀농인들이 전국 각지의 농촌지역으로 들어가서 농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은퇴하여 농촌지역에 들어와 사는 전원생활자들과 달리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귀농인들은 유기농을 대안으로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가고 있습니다. 즉 지역의 일꾼으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귀농인들이 겪는 한계입니다. 자기 땅이 거의 없다는 점과 농기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우선 땅을 매입하여 농사를 짓는다는게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만 하더라도 논 1평이 10만원 정도인데, 1000평만 마련하려 해도 1억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농기계는 어떻습니까?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관리기 등을 총 망라하면 이 또한 약 1억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최소한의 경작지와 기계를 마련하려 해도 일단 2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대부분의 귀농인들에게는 매우 버거운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땅을 빌리고 기계사용료를 지불하면서 농사를 짓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40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해도 남는 것은 일년에 약 400만원 정도인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귀농인들이 한국농촌공사의 장기융자를 신청하려 할 때에 부딪치는 문제가 기계가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들이대는 점수제이니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한국농촌공사에서 제시하는 제도가 부재지주들이 위탁한 농지를 임차경영하라는 것인데, 이 임대료가 3000평에 180~220만원 정도라면 이 또한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지금 농촌에서 지불하는 임대료와 비슷한 액수로서, 그렇다면 이러한 농지위탁제도 또한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이미 농촌에 들어와서 농사를 짓는 귀농인들이나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도가 너무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일방적인 특혜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법에 규정된 룰에 따라서 융자하고 갚아나가는 정상적인 과정에라도 편입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농지은행제도는 이러한 귀농인 등 재산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제도가 아니라 도리어 많은 농지를 소유/위탁경영하거나 농기계를 갖고있는 사람들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저처럼 농지도 소유하지 못하고 농기계도 없는 사람들은 그와같은 국가제도의 혜택을 받지도 못한 채 임차농의 굴레에 머물러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나 서글픈 현실입니다. 우리 농촌도 작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공고화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소외된 계층들에 대한 보완적인 지원책이 보다 실질화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촌에서 농민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대가 이 땅에서도 소박하게 실현되어지길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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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에 농림부와 한국농촌공사 홈피에 올렸던 글입니다.
물론 답변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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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23일 답변 -
1AB-0610-007657 |
님이 2006년 10월 22일에 신청하신 제안이 아래와 같이 처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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