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버의 꿈
트레버!
중학교 1학년 짜리인 그 녀석은 알콜중독 증세의 엄마하고만 삽니다. 그럼에도 그 녀석은 꽤나 긍정적이고 지혜로운 어린아이죠.
학기초 어느 날, 시모넷 선생님이 가르치는 '사회'과목 시간에 그 일이 시작됩니다. 한 해동안 찾아서 해야만 하는 과제로 학생들에게 내놓는 숙제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실천에 옮길 것."
트레버 또레의 아이들한테는 너무나 어려운 듯한 숙제이기에 당연히 녀석들의 반발이 있지만, 시모넷 선생님은 '너희들도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하면서 계획대로 진행시킵니다. 모두들 그 숙제를 가지고 고민을 하지요. 트레버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러다가 며칠 후에는 그동안 생각한 것들을 발표하게 합니다. 어떤 아이는 환경문제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재활용에 관한 전단을 슈퍼마켓에 붙여놨다고 했으며, 다른 아이는 중국어 웹사이트를 열어서 중국애들이 동시에 뛰게 하여 지축을 흔들어놓겠다는 기발한 발상까지 나옵니다.
이윽고 트레버의 차례가 오자, 그는 자신의 견해를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찬찬히 발표합니다. 얘기인즉슨, 자신이 3명을 선정해서 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그 3명이 또한 각자 3명을 택하여 자기 스스로 할 수 없는 큰 도움을 주자는 겁니다. 이른바 '도움주기'계주라고나 할까요? 물론 트레버도 그 한번의 도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또 3명을 선정해서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할 것이고요.
이런 견해에 대해 반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입니다. 멍청한 생각이라느니, 유토피아 같다느니 하면서 말입니다. 전혀 현실감각이 없다는 얘기이겠지요? 하지만 시모넷 선생님만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트레버의 생각이야말로 '서로 착한 마음을 믿어야만 하는 아이디어'로서, '온 세상이 함께 하는 일'이라며 트레버를 격려하고, 그 생각을 높이 평가합니다.
선생님의 칭찬에 힘을 얻은 트레버는 드디어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우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도움을 줄 사람이 없는가를 물색합니다. 그러다가 제리라는 노숙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는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자기가 갖고 있는 돈을 다 털어 주어서 사회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제리는 다시금 술과 마약에 빠져들면서 노숙자요 폐인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그의 삶에 뭔가 큰 변화가 오기를 바랐던 트레버는 이 일로 대단히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과제를 내준 사회과목 담당인 시모넷선생님을 도우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몸에 화상을 입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지닌 노총각 선생님을 트레버는 결혼시키기로 하는 겁니다. 대상은, 자기 엄마였구요. 처음에는 계획대로 잘 진행됩니다. 엄마도 술을 끊고 착실하게 살아가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것 또한 술주정뱅이이자 폭력을 휘두르는 트레버의 친아버지가 나타남으로써 무산위기에 처합니다.
게다가 세 번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친구 아담이 나쁜 아이들로부터 구타를 당함에도 자신감이 없어서 그를 도울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서 그는 자기 자신에게도 큰 실망을 하게 되지요.
이렇듯 트레버는 자기 생각대로 3명을 선정해서 큰 도움을 주어 그들을 변화시키고자 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세상은 정말 구제불능인가? 세상은 실제로 변할 수 있는가?"
그러면서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평가해 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변화에 대해 너무나 겁을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바꾸기가 힘든가보다. 그래서 결국은 포기하고 자신한테 지는가보다. 사람들을 지켜보고 잘 보살펴야 한다. 이는 결국 사람을 고치는 일이다." 굉장히 성숙한 생각들이죠?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가고 있을 때에, 또 다시 친구 아담이 불량배들로부터 구타당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트레버가 참지 않습니다. 트레버는 그 3명의 아이들과 맞붙어 싸우는데, 드디어는 한 녀석이 칼로 트레버를 찌릅니다. 결국 이로 인해 트레버는 죽게 되구요. 그는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서 친구를 구해 도움을 줍니다.
트레버의 짧은 인생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하지만 순수한 영혼이 불질렀던 '도움주기'는 하나씩 결실을 맺게 되고 이웃들에게도 전파됩니다. 결국 영화는 노숙자 제리가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는 한 여인을 구하면서 그녀와 새로운 삶의 결단을 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으며, 시모넷 선생님도 트레버의 엄마랑 다시금 사랑의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트레버의 순수한 영혼의 갈망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하였음을 제시합니다. 이윽고 촛불과 꽃을 든 많은 사람들이 트레버의 '도움주기'를 통한 진한 사랑을 기리며 그의 집 앞으로 모여듭니다.
영화《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입니다. 트레버가 품었던 그 아름다운 꿈은 이 시대의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평화와 화해를 이루어내는 '꿈'을 꿀 수는 없겠는지요? 그럼으로써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릴 것이다"(마태복음 5.9)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을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이루어갈 수는 없는 것인지요? 트레버와 같이 순수한 열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분명히 남들 눈에는 아주 어리석어 보이겠지요.
그럼에도 틱낫한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평화운동을 보다 명상적인 자세로 하지 않으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능력은 상당히 무능해질 것"이라고요. 그러고 보면 '명상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하느님의 사랑/은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귀하게 삶을 살아낸 트레버, 참으로 대단한 녀석이죠?
'마리산인 이야기 > 마리산인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어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겠는가 (0) | 2007.01.22 |
---|---|
생명의 친구여! (0) | 2006.12.14 |
힘있는 '기자' (0) | 2006.12.12 |
'동무'와 friends (0) | 2006.12.12 |
신뢰받는 사람 (0) | 2006.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