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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경향2 > 책   2006.09.08. 16:15:09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609081615091&code=900308

[이사람]“아나키즘은 무정부 아닌 공동체”
‘아나키즘(anarchism)’은 흔히 무정부주의로 번역된다. 그 어원(語源)인 그리스어 ‘아나르코스(anarchos)’는 ‘지도자가 없는’ ‘선장이 없는 배의 선원들’을 뜻한다. 아나키즘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나키즘 하면 ‘무질서’ ‘혼란’ 같은 단어들을 떠올린다.

“아나키즘은 결코 질서 없는 사회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크로포트킨을 봐도 무정부가 아니라 코뮨(공동체)과의 연대를 말했고, 분별 없는 테러리즘을 비판했어요.”

하승우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36)는 최근 펴낸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그린비)을 통해 아나키즘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낸다. 아나키즘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한 표토르 크로포트킨과 그의 저서 ‘상호부조론’을 중심으로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를 되짚고, 그 현재적 의미를 살폈다.

‘상호부조론’은 인간사회를 이끌어온 힘이 적자생존이나 생존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에 기초한 상호부조라고 주장한다. ‘사회진화론’이 갈등과 경쟁만을 강조함으로써 강자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반대했다. 하교수는 “당시 사회주의조차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고, 사회진화론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나키즘은 힘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낸, ‘무정부주의’와 ‘테러리스트’라는 오해와 비난 속에 역사에서 점점 사라졌다. 서구에선 지배층의 탄압과 볼셰비키의 성장으로 세력을 잃어갔다.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일제의 극심한 탄압과 분단, 한국전쟁, 군부독재를 겪으면서 쇠퇴했다.

아나키즘은 최근 들어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책머리에서 밝혔듯이 ‘사회가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하면 할수록 ‘푸른 초원을 힘차게 질주하는 야생마의 자유로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아나키즘은 ‘마음 한 구석에 몰래 남겨뒀던 사람냄새 나는 공동체’를 소환한다.

“우리 사회가 ‘20대 80의 사회’로 간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같은 사회를 꿈꾸지는 않을 겁니다. 모두들 냉혹한 생존경쟁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겁니다.”

현실화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아나티키즘은 단순한 이상이 아닐까. 그는 “아직 큰 물줄기를 이루지 못했을 뿐이지 아나키즘은 현실에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풀뿌리민주주의운동, 신자유주의반대운동, 대안공동체운동, 생태주의운동 등은 아나키즘의 명칭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그 근본정신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아나키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사회는 새로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1987년 이후 사회운동세력은 위에서 아래로의 조직화 노선을 걸어오면서 자기체계를 갖춰갔지만 권위적, 관료적 노선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나키즘은 그 같은 방식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아나키즘은 또 기존 사회 흐름의 반대 방향에서 그 대안을 고민토록 하고 있습니다. 아나키즘이 현대사회의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진지한 화두는 던질 수 있을 겁니다.”

〈글 김진우·사진 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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