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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1-05-30 18:03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3535

 

 

아나키즘의 부활이 점쳐지고 있다
조세현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
    서상일(dnflwlq)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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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아나키스트 바꾸닌은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노선에 입각한 혁명은 고도로 중압집권적인 국가와 소수 엘리트의 독재체제로 귀결될 것이라 경고하였다. 그리고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었던 러시아 혁명은 바꾸닌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했다.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그에 따른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확산이라는 세계적 변화추세와 맞물려 최근 아나키즘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아나키즘적 상상력이 21세기 창조적인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책세상문고에서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 (이후 동아시아 아나키즘)라는 책을 발간했다.

아나키즘이 무정부주의로 번역되게 된 계기

아나키즘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항상 듣게 되는 얘기가 무정부주의라는 번역이 잘못되었다라는 말이다. 즉 "아나키=무정부"가 결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무정부"라는 어감 자체에서 실제 아나키즘과는 다르게 질서를 어지럽히는 듯한 어두운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 "무정부"라는 성격이 아나키즘의 한 가지 성격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아나키즘을 전반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올바른 단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나키즘은 오히려 "자율주의"라는 번역이 어울릴 것이다. 아나키즘이 제도적, 문화적, 종교적인 모든 억압과 강제를 거부하고 인간의 자발성, 창발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아나키즘이 무정부주의로 번역되어 통용된 이유가 무엇일까? <동아시아 아나키즘>에서는 그 연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902년 당시 도쿄대학 학생이던 게무야마 센타로가 펴낸 <근세무정부주의>다. 이 책은 ... 허무주의와 아나키즘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광범하게 유통되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동아시아 사회에서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라고 부르게 된 것도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P-25)

즉 아나키즘에 대한 허무주의적 이해가 아나키즘의 수용 과정에서 폭넓게 유통되면서 무정부주의라는 번역이 통용되었다는 것이다. 이후에 무정부주의라는 번역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나키스트들은 본래의 의미에 맞게 다른 말로 바꾸려 시도를 하기도 했으나 한 번 대중화된 개념은 쉽게 바뀌지 않고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제국주의 비판, 조직적 반전운동 펼친 일본 아나키스트

동아시아에 아나키즘이 처음 유입된 곳이 바로 일본이다. 따라서 저자는 아나키즘이 유입된 순서를 따라 일본, 중국, 한국 순으로 동아시아 아나키즘의 역사를 그려낸다.

일본 근대사에서 반전운동을 처음으로 조직한 세력이 바로 아나키스트들이다. 이들은 천황중심의 통치체제가 군국주의로 치닫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계속 경고하기도 하였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반제국주의를 기치로 국제조직을 결성하기도 하는 등, <동아시아 아나키즘>에서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아나키스트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아나키즘이 군주제에 대한 저항사상으로서 그리고 문화사상으로서 신문화운동에 양분을 제공했던 역사적 역할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국에서는 민족해방운동으로서 아나키즘의 역활을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동아시아에서의 아나키즘 수용의 역사를 보여준다 하겠다.

아나키즘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아나키즘이 역사 속에서 쇠퇴하여 사라지는 과정을 아나키즘과 볼세비즘과의 논쟁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나키즘이 왜 역사 속에서 쇠퇴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미흡하다. 아나키즘적 상상력이 21세기 창조적 유산으로 관심 받고 떠오르고 있다면, 과거 아나키즘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 동안 사회주의세력(마르크스파)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나키스트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아나키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동아시아에서 아나키즘의 수용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서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수용의 단서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책세상문고에서 "더 읽어야 할 자료들"을 책 뒤에 붙여 놓았는데, 아나키즘에 대한 서적과 논문 그리고 인터넷사이트까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그리고 짧게 소개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확실히 핵심을 파악하여 소개해주고 있다. 이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고 본다.)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
지은이 : 조세현
출판사 : 책세상문고
펴낸날 : 2001년 2월 15일
책가격 : 4900원
  2001-05-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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