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6-06-01 오후 10:36:04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28787.html
‘간디’에 가린 여성 실천가들 | |
유대인·여성·망명가였던 역사학자의 실증적 연구 | |
김소민 기자 | |
러너가 파고드는 여성사는 그냥 여성의 역사가 아니다. 역사 기록에서 침묵하는 수동태로 남겨졌던 타자들에게 제 자리를 돌려주는 것이며, 동시에 역사 자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그는 일탈자, 외부인의 이름으로 잊혀졌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태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을 타자로 만든 배제의 논리, 위계질서에 도끼질을 해댄다. 기존 질서의 위와 아래를 뒤엎자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자는 것이다.
그는 여성, 유대인, 망명자 등 타자라는 굴레에 겹겹이 묶여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으며 대중에게 말을 건다. 이 책은 러너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이기도 한데, 읽는 이가 스스로 묻게 만든다. ‘내부자라 믿고 있는 나도 배제의 논리 안에선 언젠가는 외부자가 된다.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까? 그 밖에서 연대할까?’
러너는 40살이 다 되어서야 역사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흑인 여성사는 그를 사로잡았다. 권력 집단이 규정하는대로 타자가 되어야 했던 경험은 그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성사는 세계를 보는 또다른 창
그는 1920년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 자리잡은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 곳에서 유대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썼다. “자신의 존재를 정상적이고 안정적이며 도전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유대인들에게는 불가능했다. …내가 그처럼 철저하게 희생당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희생자들은 자신들이 희생당했다는 죄의식을 내면화한다.” 그리고 그는 유대교 회당에서 남성들이 모세5경을 읊을 때 침묵을 지켜야 하는 여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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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그가 들고나온 여성사는 학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너는 “당시는 억압받고 주변화된 집단들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협받던 시기였다”며 “역사는 지배 엘리트의 소유물이라거나 권력기구를 정당화하는 매개체라고 파악하는 이들과 일전을 벌인 때”라고 회상했다. 그는 ‘여성 역사가의 대등한 지위를 위한 조정위원회’ 등을 꾸려 공고한 상아탑의 편견을 실천으로 깨뜨렸다. 여성에게, 흑인에게 목소리가 없었던 게 아니라 남성이, 백인이 애써 듣지 않았다는 걸 실증적 연구로 드러냈다.
이 책에서 러너는 그 잊혀졌던 목소리를 들려준다. 비폭력 저항을 실천한 이들이 마틴 루터 킹이나, 모한다스 간디, 헨리 데이비드 소로만은 아니었다. 1600년대 추방과 파문에 이어 사형까지 당하지만 비폭력의 이념을 끝까지 실천했던 퀘이커 교도 메리 다이어부터, 공적인 일에 관여할 수 없는 사회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예제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낸 ‘보스턴 여성 반노예제협회’의 그림케 자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 실천가들이 되살아난다. 저자는 “비폭력 저항의 실천이 미국의 노예제 폐지 운동에서 기원하며, 여성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손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되었다”면서 “미국의 비폭력 저항 실천이 100년 후 다시 등장했을 때 그 기원을 미국의 여성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아니라 간디와 톨스토이에게 돌린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에게 기억을 제대로 복원하는 작업은 과거의 재구성에 그치기보다는 미래를 구성하는 일이다. 그는 잘라 말한다. “이제 우리는 소규모 집단, 친족, 유대인촌, 동향 친구들, 심지어 민족으로 생존해서는 안된다. 차이가 지배의 구실로 이용되지 않고, 차이 그 자체가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생존할 수 없다.” 러너는 페미니즘에서 차이가 통합의 단초가 되는 세상의 가능성을 발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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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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